"잊어야 살겠더라고요."
그들은 그렇게 재난을 묻었다. - P96

오래전 나는 실제 리프트 추락사고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고를 당한 이는 내가 야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던 학생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치고 서울역에서 리프트를 타던 그를 동료가 우연히 촬영하던 중에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전동휠체어에 짓눌리며 시멘트 계단에 머리를 부딪쳐 두개골에 금이가는 중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섬뜩했던 건 그날 그 리프트를 탄 것이 그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장애인들만의 폭탄 돌리기 같았다. 그가 사고를 당한 것도, 그가 살아남은 것도 그저 우연처럼 보였다. - P147

"만날 변호사 끼고 살면서 그런 것 하나 해결 못해줍니까?" - P153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는 이 유서를 사람들이 잘 발견할 수 있도록 망원유수지의 정자에 놓아두었다. - P163

죽음이 문간에서 아귀를 벌린 채 기다리던 시대에 애도는 금지되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배운 대로 딸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그날 아침 아무런 준비도 없이 28년을 함께 살았던 언니와무참히 이별하고 말았다. - P173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야학 교사가 말했다. ‘방법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석 달이 걸렸다. 그 말은 새삼스럽게 뼈아팠다. 방법이 있었다면 어떤 부모가 자식을 시설에 보냈을까. 방법이 단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죽기를 기도했을까. - P199

나는 빠르게 인간의 마음을 이해했다. - P203

"누구나 한번씩 그런 때가 오잖아요. 스스로 다짐할 때.
자기 변화가 올 때."
그는 곧바로 학원에 찾아가 운전연습을 했고 마침내 차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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