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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제사 - 1945~2012
김동호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좋아하지만 경제는 그다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것 같다. 이런 이유로 정치나 외교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에 접근하게 되고 그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을 경제적으로만 평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경제발전 과정에 막강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었던 대통령들의 경제정책과 그 업적을 담았다. 좌우 또는 당파 같은 이념적인 요인은 최대한 배제했다. 오로지 국가발전을 위해 어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실용과 중용의 관점에서 공과(功過)를 따져봤다. (p.7)
저자가 서문에서 이야기는 했듯 나 역시도 정치적인 입장을 배제하고 경제적인 치적만으로 대통령을 평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만 사실 정경유착이라는 후진국적인 정치,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온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경제를 따로 놓고 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더구나 보수신문중의 하나인 <중앙일보>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아무래도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조금은 비판적인 입장과 현직 대통령인 MB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글이었다.
이승만정권하에서 미국의 잉여농산물 가운데 설탕,밀가루,면화의 집중적 원조로 시작된 삼백산업이 경제 재건의 밑거름으로 쓰였다고 언급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군인들이 원조 물량을 빼돌리고 검은 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부정적인 효과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하고 있는 점이다. 이승만이 한국 경제의 설계도를 그렸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가 이승만이 뿌린 씨앗을 잘 가꾸었기 때문이었다는 데 이 점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글쎄 라고 반문하고 싶다. 나 역시도 아직 이승만 정권하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좀 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윤보선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박정희에 대해 그의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를 내리면서도 공(功)이 과(過)를 크게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 운동, 포항제철건설, 중화학공업 육성등으로 계속된 무모하지만 성공적이었던 경제발전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이야기 한다. 그러므로서 엄청난 수많은 비판과 반대여론이 있었음에도 이를 강행하는 의지를 보여 경제성과를 이룬 박정희의 공적을 치하한다.
전두환의 5공화국의 경제적 호황에는 3저-저유가,저달러,저금리-호황이라는 국제적 요소가 뒷받침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국민우민화 정책으로 시행된 3S정책을 이야기하면서 결국에는 이것이 경제적 성과가 되었다는 변명도 곁들이고 있다. 정경유착의 심화와 수많은 비자금 착복들도 이야기 하지만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는 주제에 묻혀버린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노태우정권의 88올림픽 유치로 인한 한국경제의 급성장, 김영삼정권의 금융실명제와 IMF금융구제 요청, 김대중 정권의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 정권의 분배와 균형성장, 이명박 정권의 국제금융위기 극복까지 우리 역사는 쉼없이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법 중립적으로 쓴 글임에도 DJ정권의 치세이후의 서술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웅뚱하게 한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에 대해 긍정적인 서술이후 부정적이고 회의적으로 기술하여 그 악영향이 MB정권에 이르게 된것 처럼 서술한 반면 MB정권의 저성장의 딜레마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국제기구등의 보고서를 토대로 미래에는 높은 성장률, 높은 국민소득을 이루는 긍정적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면이나 한미FTA가 노무현 정권이래 추진되어 온 국가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는것도 현재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굉장히 잘 짜여진 구도아래 순차적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적 치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편향적인 입장에서 쓰여졌을거라는 우려속에 읽었지만 저자가 정말 중립이라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쓰려고 한 노력이 보이는 책이었다. 더구나 경제라는 딱딱한 주제를 역대대통령들의 연대기와 결부시켜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꼼꼼하고도 세세하게 순차적으로 쓰여 있어 한국현대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않게 술술 읽어내려갈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