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대표수필 50 - 개정 16종 국어 교과서 전 작품을 실은 리베르 개정 16종 국어교과서 문학작품
김형주.박찬영 엮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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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재미있게 읽었던 수필몇편을 기억하고 있다.

<메모광>,<딸깍박이>,<은전한닢>....그 당시는 국정교과서라 다양한 수필을 접할수 없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했다고 했나? 이제는 국어교과서를 민간에 위탁하는가 보다.

 

이 책은 16종에 달하는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수필장르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 조선르네상스시대의 천재 정약용, 그리고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계시면서도 교수가 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영희교수님의 작품까지.

 

내가 수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역사적 서술에서 알고 있는 사실들을 뛰어넘어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자신의 경험으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은 일제강점기의 작품들인데 그 당시의 작가들의 고뇌, 일본군경의 만행, 민초들의 애달프고 고단한 삶들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책에는 심훈님의 <옥중에서 어머니께 드리는 글월>이라는 글을 통해서만 만족할수 밖에 없었다. 3.1 운동으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수감된 저자 심훈이 힘든상황속에서도 어머니를 위로하고 안심시켜드리기 위해 옥중에서 보낸 글이다.

우리는 간혹 독립운동가들이 ㅇㅇ형무소에 1년내지는 2년간 수감되었었다는 이력을 볼수 있을것이다.

일제강점기하의 감방에서의 1년혹은 2년이란 세월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할수 밖에 없다.

심훈님의 글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살펴보자.

 

제가 들어 있는 방은 28호실인데 성명 3자도 떼어 버리고 2007호로만 행세합니다. 두 간도 못 되는 방 속에 열아홉 명이나 비웃두룸 엮이듯 했는데....(p.18)

 

한간이 얼마나 되는 단위인지는 모르지만 좁디좁은 방에 19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몰아넣은것이다. 이런 일제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다른 몇몇 수필들을 통해서도 알수 있다. 일어나니 눈앞에 5개의 발이 올려져 있는 그런 상황들...

 

며칠 전에는 생후 처음으로 감방 속에서 죽는 사람의 임종을 같이하였습니다. 돌아간 사람은먼 시골의 무슨 교를 믿는 노인이었는데 경찰서에서 다리하나를 못 쓰게 되어 나와서 이곳에 온 뒤에도 밤이면 몹시 앓았습니다. 병감은 만원이라고 옮겨 주지도 않고 쇠잔한 몸에 그 독은 나날이 뼈에 사무쳐 그날에는 아침부터 신음하는 소리가 더 높았습니다.(p.21)

 

경찰서에서 모진 고문때문에 다리를 못쓰게 되어 감방으로 옮겼는데 병든죄수를 수용하는 감방이 다 차서 그냥 내버려둬 죽게 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어쩌다 이런류의 수필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의 일본만행에 대한 분노를 사그라들게 하지 않는 매개체가 된다고 보는 편이 좋을것이다.

 

물론 이런 암울한 이야기만 쓰여진것이 아니다. 교훈적인 이야기, 세태에 대한 비판,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등...수많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많으나 전부다 쓰려면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아 이만 여기서 줄인다.아무래도 교과서에 쓰여진 글들이다 보니, 재미보다는 학업위주를 위한 글이다 보니 재미있는 글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질문) 저자가 감방에 수감되었다. 치질에 걸려 안절부절 못하니 일본인 간수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치질이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솜방석을 가져다 주었다. 일본인 간수덕에 그날 하루를 편하게 보낼수 있었다. 다음날 간수가 교대되었다. 이날의 당담은 조선인 간수였다. 그가 내 솜방석을 보자 물었다.

"그 방석 어디서 났어?"

저자가 자초지정을 다 이야기 하고 나자, 그 한국인 간수가 고함을 질렀다.

"누가 이따위 것을 너에게 쓰라고 했나!!"

한국인 간수는 솜방석을 뺏어 그것으로 나를 두들겨 팼다. 온몸에 대한 고통과 사라진 솜방석으로 치질에 대한 고통이 더욱더 심해졌지만 더욱더 괴로운 것은 같은 민족인 조선인인 그들이 일본놈들보다도 더욱더 잔인하게 굴었다는 것이다. 망한 조국, 그리고 일제에 잘보이기 위해 같은 민족을 더욱더 고통스럽게 괴롭히던 그들에 대한 고뇌.

 

고등학교때 읽었던 수필입니다. 다시 찾아 읽고 싶으나 제목과 저자를 몰라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아시는 분은 저에게 쪽지를 보내주십시오. 소정의 상품을 선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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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유포죄 - 법학자 박경신,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말하다
박경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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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가 사회구성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은 마치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의 자유'로 착각하고 있다. -리영희-

(P.316)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화 지수가 MB정권 수립이후 '완전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어쩌면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시절 그렇게 많았던 시사프로그램들이 어느순간 다 사라지고 빈자리를 예능프로그램들이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논란이 많은 4대강에 대한 비판적입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가 방영된것을 본적이 없다. 왜 그럴까? 정부의 언론통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언론자유화를 요구하면서 방송3사가 파업한것에도 볼수 있듯 현재 한국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탄압받고 통제된다. 나 역시 정치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를 작성하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수없이 글을 고치고 고치는 경우가 있다. 나로 인해 죄없는 우리가족과 친구들이 피해를 입을까 하는 마음에...한낱 시민마저 정부에 대한 비판적목소리를 내는 것을 겁내는 사회에서 어느 누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수 있을 것인가?

 

 미디어에서 이야기 하는 정보와 사실들을 진실인양 믿어버리는 그냥 생각없는 사람들. 속 터지지만 먹고살기 바쁜 현실이라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지 못하고 단지 뉴스만으로 시사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내가 살면서 갑갑하다고 느낄때가 이런 경우다.

대다수가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사실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필요한것이 같은 사실에 대한 비판적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러하지 못하다. 정책에 대한 비판적이야기들을 덮어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정책만이 옳다고 믿게 만들어 버리는 정부

 

물론 이런 언론프레스(Press)를 회피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도구들이 있다.

인터넷, 페이스북, SNS와 같은 네트워크 시스템.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

명예훼손죄, 허위사실유포죄와 같은 죄목을 이유로 한 구속과 처벌.

미네르바에서 정봉주까지 권력을 비방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는 이유로 구속될수 밖에 없는 사람들.

촘촘히 규제되는 법, 그리고 권력의 마음대로 해석되는 법률속에서 어느 누가 숨을 쉬고 살아갈수 있을것인가, 이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란 말인가.

 

 법의학자이자 방통위 심의위원으로 일하시는 분 답게 MB정권 수립이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슈화 되었던 쟁점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그에 대한 논평을 이야기한 칼럼들을 모은 것인데 칼럼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그 당시의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자세하고 깊이 알수가 없어 감질맛이 난다. 또한 법학도인 저자의 특성때문인지 법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이 보인다. 물론 이것은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일수 있으나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입장에서 볼때에는 그다지 속시원해 보이지 않는다.

 

이만하면 뇌세포가 아니라 뇌근육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전투력 쩐다.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말빨쩐다. 시바.ㅋㅋ

하지만 전투력은 생각보다 쩔지는 않았다. 엄청난 기대를 하고 봤지만 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 책이다. 작가가 단순한 칼럼의 집합속에 자신의 생각을 조금만 곁들인다면 최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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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성형 수술, 외모지상주의의 끝은?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0
케이 스티어만 지음, 김아림 옮김, 황상민 감수 / 내인생의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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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친구 결혼식에 앞서 친구집에 겸사겸사 모였던 적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술한잔 하면서 거나하게 취했을 무렵 2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2세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던중 결혼할 친구의 와이프가 그 친구에게 한 말.

"눈은 오빠 닮아야 돼"

그러자 친구 한녀석이 원펀치를 날렸다.

"그거 수술한 눈이야"

순간 웃음이 빵 터졌고 깔깔거리던 친구들.

거기에 내가 투펀치를 날렸다

" 두번한 눈이야"

경악하는 그 친구의 와이프될 사람에게 다른 친구가 건넨 마지막 한방.

"이제서야 알았지만 늦었다. 2주후에 결혼이다 ㅋㅋㅋ"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같지만 내 주변에도 성형한 친구들이 몇명있을 만큼 이제 성형은 마음먹고 하는 수술이 아닌 일상중의 하나가 된 듯한 풍경이다. 몇 년전만 해도 많은 연예인들이 성형사실을 쉬쉬하며 숨겼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성형사실을 밝히는 연예인들이 많다. 또 일반인들도 쌍커플 수술은 거의 일반화된 듯 한 느낌이다.

 

성형은 1차대전과 2차대전당시 포탄과 총탄에 몸상태가 불구가 된 사람들의 형태를 복원시키기 위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민간에게도 성형수술이 전파되어 유방을 잃은 여성들이나 팔다리를 잃은 불구들에게 복원수술을 시켜주기 위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였고 현대의 미용을 위한 수술로 진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외모에 한두개의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고, 그 단점을 고치기 위해 성형을 한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성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멀쩡하게 생긴 연예인들이 얼굴을 고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당신은 이런 시술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성형외과 의사는 많지 않다. 일단 성형외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술을 권유하는 말만 듣게 될뿐이다." -다이애나 주커먼(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 연구센터)

 

의사의 권유에 의했건 자신이 원했건 사람들이 미용 성형에 중독되거나 정신적인 병을 앓게 되는 일도 있는데 이런 것을 자기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신체 이형 장애"라고 한다고 한다. 이들은 항상 거울속 자신의 모습에서 육체적인 결점을 찾아내고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성형을 한다.

책에서는 뉴욕 사교계의 명사 "조슬린 와일든스타인"의 사진을 실어놨는데 살쾡이와 닮은 모습을 갖기 위해 200만달러의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사진을 올리려 했으나 심신이 약한 임산부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다. 200만달러를 쏟아부어 저 얼굴을 만드느니 사회에 기부하여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것이 나을것 같다.

 

물론 성형은 필요하다. 외모때문에 세상을 회피하고 대인관계까지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에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닌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외모가 예쁜 여자를 보면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 예쁜 여자는 얼굴값 한다는 것을 명심해 두시길...

 

하지만 행복이란 사실상 외모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사람의 인격과 살아가는 방식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지요. 외모가 훌륭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자신감 있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외모 대신 가족, 친구, 취미, 스포츠, 공부, 일 , 여행같은 다른 것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외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를 고치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불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p.61)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도서이다. 덕분에 빠르고 쉽게 읽을수 있으며 성형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실어 자기 스스로 판단할수 있는 여지를 준다. 얇고 쉬우면서도 성형에 대한 교양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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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거리는 유산들
리디아 플렘 지음, 신성림 옮김 / 펜타그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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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우리에게 말도 없이 다가온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녀라면 누구나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것이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남겨진 자녀에게 그 상실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라 강요하고 있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니 유난떨지 말라고  리디아 플램은 자신의 책 [수런거리는 유산들]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부모의 죽음은 가장 가슴 아픈 상실이며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므로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애도의 기간이 꼭 필요 하다고.  그래서 리디아 플램은 장례식이 끝난 후 부모가 살던 집을 비우는 일을 하면서 자기 방식대로의 애도 기간을 가지게 된다. 

 

부모의 소유였던 물건들을 그들의 허락 없이  처분히고, 정리하고 결과적으로 비워내야 하는 일은 부모의 부재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비워내는 행위인 동시에 리디아 플램의 내면에 부모의 기억들을 채워넣는 일이 되었다.  부모의 집에 남겨진 수많은 물건들 - 청구서, 영수증, 편지들, 어머니가 직접 만든 옷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만든 레이스 징식들까지 - 을 통해 함께 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었다.  그 추억은 행복했었던 기억도, 서로를 용서하지 못했던 가슴 아픈 기억도 존재했다.  그렇게 부모의 집에 남겨져 있는 수많은 물건들은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리디아 플램의 부모는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곳에서 살아남은 남자와 여자는 요양원에서 만나 전쟁과 병마와 죽음을 넘어서 사랑을 쟁취해 내었다.  하지만 그 남녀가 살아가는 내내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는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자녀인 리디아에게는 철저히 차단되었다.  아마도 그 부모는 리디아에게 그 끔찍했던 기억을 남겨주지 않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리디아는 부모의 집을 비우는 일을 하면서 그 기억, 수용소에서 부모가 경험햇을 모욕감과 배고픔, 고통을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러한 경험은 부모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리디아가 막연하게만 느껴왔던 공포심을 걷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가 나누었던 750여통의 연애편지는 리디아가 부모의 젊은 시절 받아야만 했던 상처를 이해하고, 그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나는 아직도 우리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여태까지는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성도 못느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부모님의 사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의 연애이야기라던가, 어머니 아버지의 어린시절을 알고 싶어졌다.  친척들의 대화를 통해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방황,  그 방황의 이유를 알게된다면 지금의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부모님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늦으면 늦을 수록 좋을 것이다.  차라리 겪지 않는다면 더 좋을 것이고.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그 자녀가 부모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곁에 없을 지라도 그분들이 사용했던 물건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낼 것이다.  그 물건은 정리되고 처분되어 비워지겠지만, 그 물건과 함께 했던 부모님과의 추억은 차곡차곡 우리의 가슴 속에 쌓여져 나갈 것이다.  부모님은 이 세상에 없어도 그 자녀인 내가 존재하는 한, 그분들 역시도 나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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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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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p.217-218)

 

개보다 못하다니...아마 모든 아버지들이 이런 존재가 아닐까? 미래에 아빠가 될 나로서는 씁쓸하기만 한 초등학생의 시였다. 주제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왠지 또 주인공 수민의 어머니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군인인 아버지보다 높은 계급의 가족들에게 김장을 퍼나르는 어머니. 김장을 담근후 며칠을 끙끙 앓다가도 다시 김장을 담가 퍼주는 어머니에게서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혀졌다. 김장을 담가본 사람은 안다. 대학졸업전까지 어머니가 담그신 김치를 편하게 먹다가 백수시절 어머니를 도와 담가본 김치. 몇포기 담지 않았지만 그렇게 손이 많이가고 힘든일도 없을것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남편에게 시집와 고생만 하다가 남편의 아들 욕심에 출산을 하다가 죽는 수민의 어머니. 그리고 갈등관계로 돌아서는 모녀사이. 아무래도 최문정 작가는 주인공의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게 특기 인가보다.

 

소설 <바보엄마>의 설정이 막장이었다면 이 책은 전개과정에서 막장의 내용이 나온다. 재벌가의 아들과의 결혼을 위해 자신의 딸을 참모총장인 친구의 양녀로 보내는 아버지...이게 말이 되냐고!!

근데 중요한건 이 소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란다. 아놔, 미쳐.

재벌3세이긴 하지만 군인아버지의 딸인 주인공 수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태훈. 그래도 저번 <바보엄마>에 나온 골빈 쓰레기 남편보다는 훨씬 나았다. 자기여자를 지킬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자신의 여자를 포기하지 않는 태훈.

드라마로 봤으면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만 곳곳에 묘사된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아주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서민과 재벌의 생각차이.

 

"요즘은 어딜가나 차가 너무 막혀. 기름값이 너무 싼 게 문제야. 개나 소나 차를 끌고 다닌다니까. 기름값을 열배쯤 올려버리면 좋을 텐데."...태훈은 서민층의 고달픔 따위는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다. 성격이 모질거나 잔인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었기 대문이다.(p.165)

 

아무래도 재벌3세인 남자와 만나는 만큼 재벌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데 수많은 자료수집과 인터뷰때문에 그랬던것이 아닐까? 최문정작가 자신이 혹시 재벌인걸까? 이유가 어찌됐건 작가 덕분에 세세한 재벌들의 특징과 성격표현등 왠지 범접할수 없는 재벌의 세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성골이 재벌이고 진골은 준재벌이나 정계 실세 가문 출신, 그 다음이 6두품이지. 성골이 진골과 결혼하면 진골로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더 싫어하지.(p.261)               

 

그럼 나는? 난 농민인가? 이런 닝기리...

임신이라는 혼수, 그리고 태훈과 결혼하는 수민. 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 이혼하게 되는 수민. 그리고 수민이 낳은 아이를 혼자서 묵묵히 키우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자신을 추스리는 수민.

 

이전에 <바보엄마>를 읽을 때에는 간만의 감성에 취해 몰랐었는데 너무 주인공의 가족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친척들에게 무시당하고 주인공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열심히 살지만 결국 고생만 하다가 죽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너무 막장설정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리드미컬하게 읽어나간 소설이다.

<바보엄마>를 읽은 후라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고 역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바보엄마>가 255%의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다면 <아빠의 별>은 150%의 감동을 준다고나 할까? 최문정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근데 다음번에는 할머니? 친정엄마? 작가만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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