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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시바, 무쟈게 슬프다. 훌쩍...
<강간당하고 미친엄마가 무한한 사랑으로 키운딸>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막장설정이구먼,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펴보았다. 근데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다. 헐..;;
엄마가 정말 바보인지, 아니면 딸바보인지 모를만큼 딸에게 헌신적인 엄마선영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떠오르는 것은 왜였을까?
자신이 언니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엄마인걸 깨닫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서는 가족과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끊어버린 그녀의 딸 김영주.
복숭아 밭에서 강간당해 영주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딸이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복숭아를 따와 자신의 딸에게 주는 헌신적인 사랑의 영주엄마, 김선영
그리고 이미 고등검정고시를 치를만큼 똑똑한 두뇌를 가졌지만 우울증과 더불어 자살시도까지 한 그녀의 딸 닻별이.
이야기는 이들 세모녀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엄마와 떨어지고 싶어 엄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쓰레기 같은 남자와 결혼한 영주. 결국 결혼의 대가를 처절하게 치뤄야 했지만 그녀 역시 남편과의 사이에 생긴 딸 닻별이에게 만큼은 무한한 애정을 베푼다. 하지만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을 기피하는 딸의 모습에서 자신과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로 마중 나온 그녀를 피해 난 뒷문으로 도망쳤다. 거친 장맛비에 내가 나오기를 밤새워 기다린 그녀는 독감에 걸렸다. 고열에 정신이 혼미해져서도 내가 비를 맞고 올까 봐 걱정하던 그녀였다. 그래서 난 소리 질렀다.
"누가 바보 아니랄까 봐 거기서 밤새도록 기다리고 있냐?"
미음 한 숟가락도 못 넘기고 사흘을 앓던 그녀에게 내가 던진 첫마디였다.( p.97)
야, 이년아!!그게 엄마한테 할소리냐!! 라고 선영이 대신 대답해주고 싶었다. 아직 어머니의 마음을 몰라서 일까? 이런 선영의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짜증스러웠다. 아니면 바보라서 그런가? 아, 왜 그렇게 모질지 못한거야!!
닻별이에게 한글을 배워 자려고 누운 다 큰딸 영주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새벽에도 득달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꼬박꼬박해주는 선영. 닻별이와 함께 지내며 점점 화목해지는가 싶더니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엄마 선영은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계속 되는 선영의 헌신적인 사랑. 아, 리뷰를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져 온다. 아름답지만 너무나도 슬픈 세모녀의 슬픈사랑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은 분은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다른 엄마들도 똑같아"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못 먹을때면 옆에 졸졸 따라오시면서 우유니 쥬스니 갖다놓으시면서 요기라도 하고 가시라는 어머니, 내 나이 서른이 되도록 멈추지 않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에 내가 행여 짜증이라도 내면 우리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성인이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에도 당신의 눈에는 항상 아이로만 보이는 아들인건지.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사랑에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거든요. 그 사람이 똑똑해서도, 그 사람이 예뻐서도, 착해서도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지. 이유 같은건 없어요. 이유가 있는 사랑이라면 그 이유가 사라지면 사랑도 없어질 테니까. 그런데 애초에 이유가 없다면 사랑도 사라질 수 없겠죠." (p.176)
우리어머니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이런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눈시울이 붉혀지고,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역시 가족을 소재로 한 소설은 한국인이 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이 증명해준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맞는 글.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더러 정말 드라마 보듯이 한순간에 읽은 느낌이다. 10여년만에 눈시울을 붉혀가면서 읽었내려간 소설인것 같다.
S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나인지라 책과 비교하는 건 힘들겠지만, 진정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싶은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어머니 대신 설겆이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