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을 읽은 후에 "이게 무슨말이지?" 하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겨보게 된다. 사건의 맥락을 다시 한번 짚어 보기 위해. 다시 차근차근 수많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내려가게 된다. 덕분에 얼마 안되는 주말의 독서시간을 이 책 한권을 읽는데 다 써버렸고, 덕분에 서평의 압박에 시달리게 만들었지만 책내용이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 책을 먼저 읽은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한 혈기넘치는 남자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친구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감정적으로 써 보낸 편지. 그 편지로 인해 몇명의 인생이 180도 바뀌어 버린다면?
요즘 나오는 수많은 영화나 문학작품들이 반전이라는 결말을 마지막에 장착해 두고 있지만 이 책이 주는 충격적인 결말은 영화<식스센스>이후 최고였던것 같다.
이야기는 토니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학창시절 알게된 과묵하면서도 지적인 친구 에이드리언, 토니와 에이드리언을 포함한 네명의 친구, 대학에 진학한 후 토니는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가족들과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되는 그녀의 의미심장한 이해할수 없는 말들과 그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결국 베로니카와 헤어지고 몇달 후 에이드리언으로 부터 베로니카와 사귀고 싶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들의 관계를 허락하는 편지를 보내는 토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친구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토니.
그후 원만하게 일반인들처럼 평균치를 유지하며 남들만큼 평범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토니. 60의 나이를 넘긴 그에게 어느 날 베로니카의 어머니로 부터 500파운드의 돈과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산으로 남긴다는 유언장을 받게된다.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여기서 부터 시작이다. 일기장을 넘겨 주지 않는 베로니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의 내용이 궁금한 토니.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기 위해 베로니카를 찾아 나서는 토니, 그에게 베로니카가 건네준 편지의 내용은 자신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악담과 저주로 도배된 내용이었다. 이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닫고 기억속에 묻어둔 기억의 파편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가기 시작하는 토니. 책의 결말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기억하고 싶은
기억에 대한 굴절
동상이몽(同想理夢)이란 말이있다.
한 눈치없는 인간으로 인하여 비롯된 수많은 사람들의 비극. 이 책이 주는 교훈이 바로 그런것이 아닐까.
"아직도 감을 못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 그래." (p.246)
베로니카의 이메일 답장 내용처럼 이 토니라는 인물은 너무나도 둔감한, 눈치없는 인간이었다.
이런 토니의 성격 역시 작가의 설정중에 하나였겠지만. 나에게 갑갑했던 것은 이 눈치없는 토니의 회고로 진행되는 바람에 책을 두번이나 읽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신선한 반전으로 인해 간만에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을 읽었다는 느낌이다.
완독(完讀)후에도 책의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사람은 책의 서문을 자세히 읽어보시길...이 책의 모든 내용이 그안에 함축적으로 담겨있으니 말이다.
책을 볼때 화려한 수상내역같은 화려한 미사여구에 관심이 없이 내용을 보는 편인데 저자 줄리언 반스가 이 책으로 수상한 부커상은 스웨덴의 노벨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한다. (옮기이의 말중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