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원 올 에이지 클래식
수산나 타마로 지음, 김혜란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보물창고의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오래 전에 예고된 책이라 출간을 기다렸다. 표지의 푸른 숲은 마법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폭풍전야의 숨죽임이 느껴진다. 아~ '마법의 원'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긴장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쓰레기통 옆에서 발견한 사람의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늑대 엄마 구웬디와 릭의 이야기는 정글북의 모글리가 생각났고, 보물창고의 그림책 '와일드 보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또한 교육학 시간에 배운 인도 숲속에서 발견된 늑대어린이 '아밀라와 카밀라'도 생각났다. 혹시 그런 모티브로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성장환경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랑과 자유가 있고 슬픔은 없다는 '마법의 원'은, 모든 창조물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도시 공원 안에 있는 숲이다. 인간 세상과 구별된 곳으로 숲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온갖 동물이 살고, 사람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공포의 숲이다. 인간과 단절된 곳이기에 사랑과 평화가 유지된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사랑과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하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존재로 그려진다.

누군가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걸 소원했기에 별이 떨어져서 생겨났다는 '마법의 원'은 사랑과 행복을 얘기한다. 로켓에 실려 우주까지 날아갔다 온 우르슬라는 이곳의 첫 거주자로 나이도 많고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인정받은 침팬지다. 어느 날 인간들에 의해 숲은 파괴되어 릭의 늑대엄마 구웬디는 죽는다. 시장으로 출마한 트리폰조는 숲을 파괴하고 개발하여, 인간을 순종하는 로봇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 세상의 대형 슈퍼마켓과 공중 통신망을 소유한 팔라치치아의 지지를 받으며 일을 밀어 부친다. 마치 불도저로 상징되는 그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ㅜㅜ

"깨끗하고 순종하는 세상, 가득 찬 배와 텅 빈 머리"라는 노래로 인간을 조종하려는 그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로 쇼핑과 쾌락만 추구하도록 세뇌시킨다. 오직 세뇌되지 않은 어린이만이 세상을 구할 힘을 가진다.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말살하기 위해 텔레비전으로 통제하고 온갖 장난감과 먹을거리로 조종한다는 설정은 정말 섬짓하다. 함께 어울려 뛰놀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고, 돈이 권력이고 우상이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한 공포감에 오싹해진다. 사랑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치보다 개인의 욕심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벌한 인간 세상의 미래를 경고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도도아줌마로 불리는 고양이 한 마리와,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꽃을 가꾸며 유일하게 세뇌되지 않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을 도와 음모를 파헤치고 막아낸다. 고양이 도도아줌마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이나 동물과 말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환타지 세계의 구현이 바로 '마법의 원'이다. 모든 것이 끝날지라도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다시 시작되기 위해 끝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새겨진다.

트리폰조와 팔라치치아가 코끼리 똥에서 나오는 가스로 세상을 파괴하려는 계획은 웃기지만,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죽었지만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릭에게 힘을 넣어주는 구웬디 엄마나, 엄마가 죽은 후 역할을 대신하는 치폴로니 여사는 모성이며 사랑의 표상이다. 또한 끊임없는 릭의 질문에 답하고 지혜를 가르쳐주며 마지막에 구원투수로 나타난 우르슬라... 릭은 파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독자의 바람대로 메시아 같은 절대 구원자는 아니다. 파괴를 막아내려고 용기를 내는 평범하고 순수한 아이다. 

세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던 릭은 세상은 동그란 원이며 바퀴이기에, 모든 것은 가고 다시 돌아오며, 다시 시작하기 위해 끝이 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좀 더 긴 장편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초등 고학년이면 환타지에 빠져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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