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2
신형건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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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 시인은 참 독특한 시를 쓴다. "어라~ 이런 것들도 시가 될 수 있네!" 뒷통수를 한대 꽝 맞은 느낌이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배꼽에 실린 시 두 편이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구나 이해가 된다.

초등 5학년 2학기 <읽기>에 실린 '시간여행'이다,

가끔, 아주 가끔
책상 위에 엎드리고 싶을 때가 있지.

아무런 까닭 없이 맥이 풀릴 때
아무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때
그냥 눈을 꼬옥 감아 버리고만 싶을 때

책상 위에 두 팔을 가지런히 포개고
그 위에 뜨거운 이마를 얹고
가만가만 숨을 고르노라면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깜깜한 어둠은 점점 더 깊어지지.

날 그냥 내버려 두렴.

잠들려는 것이 아니야.
어떤 꿈을 꾸려는 것이 아니야.
나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 머나먼 곳을 잠깐 동안
다녀오려는 것뿐이야.

그 곳에서 나의 별을 찾으면
그 별이 문득, 환하게 빛나는 것처럼
나도 다시 반짝! 깨어날 거야.

이번에는  2학기 <말하기, 듣기, 쓰기>에 실린  '발톱'을 감상해 보자. 

 

아주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이 여기 있었구나.
내가 까맣게 잊고 있는 사이

뭉기적뭉기적거리던 나의 게으른 시간들이
길어진 발톱 속에 집을 짓고
꾸역꾸역 까만 때로 모여 있었구나.
고린내를 풍기며 고롱고롱
코를 골고 있었구나.
하얀 비누 거품에 세수하고도 깨어나지 않던
게으른 녀석들이
-요놈들!
손톱깔이를 갖다 대니, 톡!
화들짝 소스라쳐
달아나는구나.

하하하~~~~~ 참, 시인들의 시각이란 대단하다.

이런 하찮은 것들을 시로 쓴다니~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시 쓰기를 만만하게 생각할 녀석들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이 작품외에도, 침대 밑의 먼지보푸라기를 새앙쥐로 그려내고

텅빈 아파트를 열고 들어가는 아이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으로 내려오며 공룡의 등뼈라고 상상하는 아이 등, 또래 녀석들의 배꼽이 빠져 달아날 시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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