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새입니까? - 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
아르노 네바슈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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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읽어보는 그래픽 노블.
원래 그래픽 노블이 이런건가?
마블같은 영화로만 접해봐서 뭔가 난잡하고 아동 취향일 줄 알았는 데
수필 같고 소설 같고 그림체가 독특하고 새로웠다.
스토리도 훌륭했는 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마치 짧막한 철학 에세이를 읽는 듯 했다.

- 물론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새로운 문학작품 뿐 아니라 새로운 조각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공간속의 새˝라는 콩스탕탱 브랑쿠시의 작품.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조영남의 재판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이 생각났다.
화가로 활동하던 가수 조영남의 작품을 두고 대작이니 아니냐 말이 많았던 사건.
내가 본 인터뷰에서 조영남은 작품을 ˝직접˝ 그린 건 아니라고 했는 데
그렇더라도 작품의 기획, 제작에 참여했고 특히 ˝아이디어˝는 본인의 것이니 본인의 작품이 맞다는 말을 했었다.
현대미술은 현재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평소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밀어두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이 정도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구나, 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분야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1926년 미국에서 전시회를 하기 위해 건너온 작가의 작품에 매겨진 관세를 둘러싸고
이것이 예술품이냐 실용품이냐는 재판에 대한 내용이다.
청동으로 만든 오브제는 기존의 조각과는 다른 추상적인 작품으로 기존 시선으로는 예술로 인정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듯 하다.
그를 둘러싼 논쟁과 친구들의 반응, 작가의 성찰 등이 담긴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래픽 노블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도전의식이 좀 더 생기는 장르이다.
(이래서 내가 이동진을 못 끊어! 파이아키아와 작별이란 최근 유튜브보고 소리를 질러버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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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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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 넘는 소설을 하루만에 읽는건 드문 일인데
마침 대체휴무일이라 흔치않은 일을 해냈다.

잘 읽히고 의미있고 지금까지의 김금희 중 가장 재밌다.

문화재 공사 백서 기록담당자로 계약직 채용이 된 영두는
14살 원서동의 낙원하숙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리게된다.
그 곳의 주인 안문자 할머니와 손녀 리사,
첫 사랑 이순신까지.

온실 아래 공간을 파헤칠 수록 알게되는 진실과
그덕에 자기의 삶에서 무너진 시간이었던 시절을 조금씩 재건해가는 이야기.

대온실 수리 보고서이자 내(우리) 과거 수리 보고서.

공간을 쫓다보면 만나게 되는 인물.
스쳐지나가는 인물 중 중요 인물이 있음을 발견하고 인물을 쫓아 시간을 되찾게된다.
각자에게는 서로 다른 시간이 있는 법인가보다.

마냥 우울하게 전개될듯 했던 소설이 따듯하기도 웃기기도 해서 재밌었다. 흡입력도 있고 궁금증도 일었다.
무엇보다 창경궁에 가보고싶어졌다!

○사는 게 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게 그래.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은 생각해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처럼 죽지 않고 이렇게 특별한 자기 냄새를 내며 내 옆에 살아있다는게 좋았다.
○지금도 가끔 기억 속으로라도 손을 내밀어 안쓰럽게 어루만져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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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i 2025-07-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합니다~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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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기준, 96쇄에 빛나는 작품.

이 책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폴 고갱을 떠올리게한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부동산 중개인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리겠다며 가정에서 나오고, 더크 스트로브 부부와 엮히고 고생하다가 타히티에 정착하여 말년에 많은 그림을 남기고 죽는다. 죽고난 후 천재로 인정받은 작가를 돌아보며 쓴 글, 같은 느낌의 소설.

[달과 6펜스]라는 작품명이 독특한데,
달을 동경하기 바빠 발밑에 떨어진 6펜스도 못 본다, 라는 의미에 가깝다는데,
글쎄 6펜스보다는 달을 동경하는 게 낫지않나?
6펜스보다 달에 눈이 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핵심질문은,
그럼 과연 (그 고난한 삶 속에서) 그는 결국 무엇을 얻었는가?
그는 인생을 망친건가?

자기가 바라는 것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게 대답에 가깝겠지.

공교롭게 내 책장에는 폴 고갱 전기가 있다.
다음 책으로 그 책을 재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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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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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재밌다.
역시 마스다 미리.

얼추 나보다 3-4살 동생 수짱.
나처럼 결혼(?)문제, 직장문제를 겪으며
수짱답게 살고 있어서 안도된달까.
마치 나도 나답게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도덕선생같은 말일지라도
그 남자랑 ˝아직˝ 손만잡고 만나지 않기로 해서 다행이야.

나를 지탱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도 확실히 해야겠다!
몇년 후 또 만날 수 있을까, 수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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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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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_백수린

2024년에 [눈부신 안부]를 읽었고, 그 해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긴장하듯 소곤되고 조곤조곤 작가처럼 말하는 모습에 호감이 갔다.
다음 소설도 백수린이다! 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1년이 지났다.
얼마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을 읽는 데, 역자가 백수린인 게 아닌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역자의 말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백수린이 생각났고, 이번엔 2020년에 출간한 [여름의 빌라]다.

[시간의 궤적]
0. 나(女)는 30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로 가서 프랑스인과 결혼하고 정착한다.
30대 후반인 언니(女)를 만나 연을 맺고 연이 끊기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

"행복에는 정해진 양이 있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처럼, 다급히"
"내가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아이는 언젠가 나의 모국어조차 아닌 언어로 나를 증오한다고 말하고 떠날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여름의 빌라]
0. 나(주아)는 21살 첫 유럽여행에서 30살쯤 많은 당신(베레나)과 한스를 만나 인연을 맺는다
오랜 세월 후 함께 캄보디아의 빌라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부부.
각자 다른 것을 느끼는 여행길. 그리고 편지. 마지막 기억.

"주아, 너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 자유가 있단다."


이런 류의 단편소설을 몇 개 읽은 적 있고, 그 때마다 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죄책감이라는 종류의 감정에 휘둘리는 타입이라 더 그런 지 모르겠다.

우리는 약소국이었고 피해자....인 데, 였어야 하는 데,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나쁜 행동을 했고, 사과하지 않았고,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나라의 관계 뿐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은 사람에게 나쁜 행동을 하고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나쁜 행동을 한 적 있고, 사과하지 않았고 못 했다.
반성조차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다면, 글쎄....반성만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작은 의미에서 말하면,
실제로 베트남인을 만난 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였다.
그 아이는 베트남에서 아주 잘 사는 아이일 테고 밝아보였지만,
한국인으로 그 아이 앞에 서는 것이 처음에는 꽤나 부끄러웠다.
그 아이가 나를 한때는 본인의 나라에 와서 각종 만행을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할까, 라는 망상이 사라지질 않아서.
태국에 여행가서 가졌던 그 불편한 마음과 죄책감.
단돈 오천원에 겪은 갈등과 지금까지도 후회되는 언행.

우리는 이제 약소국에서 벗어났으니,
과거 약소국이어서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넘기지 않는 내가 나는 좋다.
불편한게 좋다.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런 류의 소설을 만날 때마다 베트남 그 아이를, 태국의 그 코끼리를 떠올리는 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요한 사건]
0. 재개발을 노리고 서울로 입성한 나는 동네친구 해지와 무호를 사귀게 되고,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있던 동에네서 고양이 아저씨가 맞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데...

[넌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말들은 끈끈하게 내 발바닥에 들러붙어 어디든 걸을 때마다 쩍쩍,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폭설]
0. 11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엄마는 이혼을 하고 미국으로 가 케빈과 재혼을 했다.
그 이후로 엄마와의 짧은 만남을 반복하고, 가끔 여행을 간다. 감정을 말하는 건 얼마나 힘든가, 상처입지 않고 과거를 얘기하기란 왜 그리 어려운가.
[짐승을 한 마리도 치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 우린 참 운이 좋구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0. 희주(女)는 아파트 단지 인근 단독주택 중 가장 좋아하는 붉은 지붕의 집에 대한 대화(공상)를 남편과 자주 하곤 했다. 베스트 프랜드인 한나는 레스토랑을 창업하고 희주는 카페 뮐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가게에서 만난 20대 남자는 현대 무용 발레리노로 좋은 몸을 가졌고, 희주는 자신의 몸을 칭찬하는 그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붉은 지붕의 집을 부수고 있는 공사장 낯선 인부의 근육에서 무용수의 근육을 떠올리는 데...

나는 이렇게 저렇게 느끼고 그래서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 버렸는 데
나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을 때가 있다.
당연하지.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것이.
그런데도 서운할 때가 있다. 서운하다고 해야 할까...그냥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다는 느낌.
그게 서운하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아닌 데,
그냥 울컥하고 투명하지 못한 나를 투명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에 억울하고 그럴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다른 느낌을 받지만 공유되어 질 수 없는 마음.

이제 곧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붉은 지붕의 집은 더 근사한 집으로 변모할 테지만,
아내는 그 집을 좋아할 수 없을 테니까, 그 전처럼은.

그런 마음, 이해할까?
사실 나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해.

[이제 곧 더 근사하게 다시 짓는대]
[하지만 그 집은 그녀가 알던 집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날 오후에 그녀가 보았던 집과도.]


[흑설탕 캔디]
0. 할머니 기일
0. 브뤼니에 씨: 프랑스 살던 시절(내가 13~16살, 20년전) 1층에 살던 키크고 보청기 끼던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귀던 그 시절의 연애 이야기

[아주 잠깐 동안에]
회사를 가는 버스 안에서 읽었다.
차창 밖으로는 공장 지대가 지나가고 근로자들은 각자의 공장을 찾아 내리고 있었다.
짧은 소설을 읽는 데, 배경이 멀어지고 버스가 영원히 운행할 것만 같은 느낌이 받았다.
아...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라는 느낌.
이 문장도 문구도 기억에서 멀어지겠지만, 이 감정만은 오래가겠구나.
리어커를 힘껏 당길 때 떨어져나가던 노인의 몸. 그리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
난 단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 데!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도 마음속에 자라나는 혹시나, 혹시나...
길게 갈 감정임을 눈치채고 불안감에 불안감을 더할 수 밖에 없을 거 같은 그 느낌.

그것이 아주 잠깐 동안의 일일지라도.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청소년기의 성적 충동은 지금 생각하면 가벼운 것이라도 그 때는 대흥분인 것을.
그 때는 SEX라는 단어가 왜 그리 궁금했을까.
인터넷 검색도 없던 시절, 사전에서 찾아봤던 그 단어.
읽어도 이해가지 않던 그 단어.
그래서 계속 관심이 갔던 그 단어. 대흥분의 그 느낌.

[작가의 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이 안온한 혐오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 쪽으로 나아가고자 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아는 이 여름, 그런 당신의 분투에 나의 소설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사전)
사랑스러운 저지레를 친다, 그 나이에 으레 그렇듯이 온갖 저지레를 다 치고 다녔다.
*저지레 : 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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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2025-07-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은듯한 리뷰 ㅎ

송아지 2025-07-19 07:34   좋아요 0 | URL
노노!
책은 읽어야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