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근데 읽지 않기로 했다
무섭고 음침해서.
그래서 읽는 책인데
더 이상 읽으면 안될거같다고 내면의 내가 말한다.

그만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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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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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2월부터 읽다말다 반복하다보니, 3년째에 겨우 마쳤다.

- 이 작품을 읽고 싶었던 건, 알쓸별잡에 나왔던 심채경이란 과학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자기 주관이 뚜렸해보이는 데, 강하지 않게 얘기하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게 맘에 들었다.
외모도 꽤 맘에 들었고 (ㅋㅋㅋ)
- 자원봉사 점수가 필요해서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 봉사를 할 때
책 정리하는 척 하면서 책의 일부를 읽었다. 두근두근하면서 읽어서 더 재밌게 읽혔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마 2023년일테니까, 거의 2년만에 못 다 읽은 부분을 읽으려고 책을 다시 빌렸다.
재밌었던 책은 잊지 않고 찾는다.
- 인간 심채경, 과학자 심채경, 여자 심채경, 엄마 심채경 등이 등장하는 데
뭐 하나 거슬리지 않는다. 여성적 시각으로 다가갈 때도 지나치지 않으면서 날카롭고
문장 하나가 세심하게 느껴져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거슬리지 않는 문장과 내용으로 글을 쓴다는 건,
정말로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 그리고 작가가 아주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기뻤다.
섬세함(혹은 예민함)이 주는 고통을 알고 있는 사람,
그렇지만 무디지 않아 그 감정들을 느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물론 그건 꽤 괴로운 감각일 수 있어서, 내가 겪는 건 이제 사양하고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민한 감각을 유지한다는 건....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한다.
어쩌면 대면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정일 수도 있다.)

- 그래도 타이탄(작가의 주 전공)을 관측하는 내용이 가장 흥미롭긴 하다.
관측자도 막 망원경을 직접 만지는 건 아니고, 오퍼레이터라는 직업군의 사람이 만져주면 관측만 하는 구조인가보다.
신기하다. 직업의 세계는 이제 너무 세분화되어 있는 듯 하다.

- 우리처럼 '인류'가 되지 않고 조금 다른 진화의 길을 따라간 영장류도 별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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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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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과 환경, 투쟁, 외계인(?)에 대한 여섯 개의 연작소설.
가볍지만 다 의미있는 환경 이야기.

신선하고 재밌다. 웃기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내가 정보라한테 바라는 바일까?
내가 바라는건 저주토끼인데
정보라는 자꾸 데모하고 투쟁한다.
내가 작가의 본질을 거부하는 지 몰라도,
양념같은 투쟁은 재밌었는데
투쟁이 본식이 되니 이 맛도 저 맛같은 느낌.
심지어 위원장님(남편) 얘긴 궁금치도 않으니..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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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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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세번째 소설. 제일 재미있다!

최근 읽은 SF 중 최고였다.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호에서 단기기억상실 상태로 깨어난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가며 좌충우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거 되는 프로젝트 맞음? ㅎㅎ

성모송,
혹은 미식축구의 공격법을 가르키는 제목인데
실제로는 이판사판, 될데로 되라는 식의 의미인 듯 하다.

태양의 온도가 낮아져 위기가 찾아온 지구.
알고보니 태양이 정체불명의 미생물에 감염된 것.
해답을 찾고자 타우세티로 떠나는 데..
거기서 만나는! 두둥!
로키!

가끔 지구보다 로키를 우선시하는 것 같아 지구인인 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이 소설은 역시 해피엔딩이다.
결말이 꽤 완벽.

심지어 SF소설 읽다 눈물까지 글썽이게 만든 그 찐 우정.
˝너...너는 죽을 수 없음˝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외계종족보다 현실감있고 친근하고 수다쟁이다.

인류를 구한 건,
용기, 비젼, 욕망, 결단 같은 게 아니라
선함, 착함, 호기심 이라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다.

이토록 착하고 훈훈한 재밌는 SF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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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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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P.334

(첫 문장)
이 책은 경험의 멸종에 관한 책이다.

- "세상과의 관계가 점점 직접적인 경험보다 그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과연, 나의 경우를 돌아봐도 명백하다.
먹고 마실 떄보다 먹고 마시는 영상과 글을 검색하여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여행을 가는 경우보다 여행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적고, 경험은 하고 싶고, 결국은 간접경험, 즉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 기억에 남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경험경제(exprience economy)라고 한단다

- "우리는 점점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창의력은 지루함을 견디는 순간 속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독서가 오래 걸린다고 요약본을 읽는 건 안 되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지루함이 힘들다고 요약된 유투브를 보면 안 되는 것처럼,
그 견디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그 일의 본질인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 "우리가 왜 감정을 경험하는 지 고심하기 보다는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려 한다." (212P)
"마치 과거 남성들이 아내를 대하듯이 기술 기업들은 우리의 감정을 자신의 재산처럼 대한다."(213P)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문구. 이유는, 너무 알겠어서 너무 이해가 가서.
우리의 경험을 기업이 발전시켜야 하는 가치와 물건인 것처럼, 너무나 마케팅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런 것에 나도 모르고 젖어들어 거부감을 느끼는 것마저 낯선.

- 효율성에 의해 희생되는 것들.
예술(미술), 섹스, 미식(식사)
체험형 예술이라는 간접경험에 잠식당하고,
포르노에 의해 잠식당한다.
요리를 만드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침을 흘리지만, 정작 자신은 그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 우리가 선택지라고 생각한 게, 사실은 기업의 선호(주로 광고주이나 아니냐로 갈리는)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한 결과라는 사실.
알지만 나조차도 검색결과를 맹신하게 된다는 걸 상기해본다.
이것이 바로 편의와 정보의 대가다.
계획적인 걸 중시하는 나는 여행을 갈 때, 수 많은 날을 검색으로 보낸다.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볼만한지.
어렵게 온 여행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여행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오늘도 해 본다.
나는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쇼를 보겠지만,
그 옆의 허름한 낭만과 실수가 가진 어리숙함의 미학은 보지 못하겠지.

- 뜻밖의 경험이 주는 기쁨과
모든 것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이 주는 기쁨.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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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2025-12-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옆의 허름한 낭만과 실수가 가진 어리숙함의 미학인 ‘나‘를 보고있잖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