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어, 서보 머그더

0. 추천으로 보게 된 책. 첫 헝가리 책(아고타 크리스토프 제외)
읽으면서 뭔가 감정이 일어나긴 했는 데 그 감정의 정체를 모르겠어서 계속 메모하며 읽었다.
틀림없이 끓어오르는 게 있는 데 강렬하진 않고 개운하지 않아 잘 모르겠더라.
이 소설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데,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더 맘에 들었다.
내가 항상 꽂히는 감정인 "죄책감"과 관계성이 휠씬 돋보이는 부분이어서.

0. 잘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를 어떻게 정리할까 했는 데,
뒷 부분의 문학평론가(신형철)의 글을 읽으니
그 분이 잘 정리를 해 놓았네!
예전에는 읽지 않던 평론가, 서평 이런 게 잘 읽히고 공감이 많이 된다.

0. 초반에는 에메렌츠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정확한 나이도 배경도 알 수 없는 에메렌츠와 내가 가까워지는 내용인 데,
뭔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읽으면서 이유를 몰랐는 데,
평론가가 그녀를 "그리스 남자 조르바"에 비유하는 글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나는 영 조르바를 좋아할 수 없었으므로(소설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성격)

0. 후반에는 에메렌츠를 위해 내(화자)가 한 행동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은 그 이후 나에게 죄책감과 통한으로 다가오고
치러야 할 대가로 몰려온다.
그 당시 에메렌츠의 곁에 머무는 선택을 했다면,
에메렌츠가 싫어하고 두려워한 모든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소한 사정 때문이었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
배반이 아니라 에메렌츠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여러번 다짐해봐도,
결국 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은 배반한 것임을.
조금은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내 마음 속 이야기이니 어찌 나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남이라면 쉽게 속일 수 있을지라도.
그 감정이 느껴져서 괴롭고 공감됐다.

0. 감정을 에민하게 느껴서 마치 내 감정처럼 느껴져서 괴로울 때가 많은 데
에메런츠의 부끄러움과 치욕을 같이 경험하는 것도 그러했다.

0. "아주 예리한 칼로 사람의 심장을 찌르면 그 사람은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
심장을 찔린 우리는 나중에 땅으로 쓰러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lacebo 2025-06-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그 감정의 정체가 딱 이거다 하고 말하기가 어려웠지. 리뷰가 긴거보니 송송님 여유가 생긴건가?

송아지 2025-06-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서 쓰는척˝ 스킬이 는거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