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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이 평생 함께 읽는 책 할미북 ㅣ 가족북 시리즈 1
휴먼미디어 / 휴먼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할미북
제대로 연애한 번 하지 못하고 부모와 친지의 중매로 결혼하여 우리를 낳은 남편의 엄마와 내 엄마는 그 당시엔 다들 그렇게 살았다며 별 의심이나
억울함 없이 그런 결혼을 순응적으로 받아 들이셨고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가정을 깨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했지만 약한 딸이란 이유로 부모의 지나친 보호 하에 혹은 가난한 시골의 딸이기에 공부에
대한 기대조차 없었던 분들로 결혼 전엔 부모말씀에 결혼 후엔 시부모님의 말씀이 진리라는 낮은 자세로 삶을 살아왔기에 부모의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따르지 않는 딸과 며느리가 못 마땅할 것이다. 누구의 딸로 누구의 아내와 며느리로 그리고 부모로 평생을
살아 오신 분들로 자신의 목소리보다는 다른 가족의 목소리를 듣느라 매우 바쁘게 살아오셨다.
가난한 시절, 아궁이에 불을 떼며 음식준비를 하고 시아버지께 드릴 술을 직접 만들며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살림과 양육을 도맡아 하며 가정의 경제도 담당해야 했던 어머니들. 모든 권위는 남편이
누리지만 그녀들의 노고를 당연시 하여 할머니, 어머니들을 부를 때는 아빠와 달리 눈물이 나온다. 손녀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애정을 듬뿍 담아 표현하시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과 살아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그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애쓰셨는지 107가지의 질문 하나를 시작으로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은
행위만으로도 그분들의 노고를 위로하며 우리 역시 마땅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돌보는 것을 당연시 했던 지난날의 미숙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과 감사함을
가지게 된다. 나의 어머니에겐 사랑과 미움이란 양가감정들이 존재하는데 아버지보단 어머니에게 더 많이
느끼는 이유는 일상에서의 여자의 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모델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할미북>은 아이들의 지금 모습처럼 할머니 역시 꿈과 소망이 지금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공유하며 할머니를
~의 대상인 아닌 할머니란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객관화하며 그 분들의 유년시절과 생애를 통해
살아있는 개인의 역사를 간접 체험하며 아이들과 할머니의 삶을 107개의 구체적인 질문으로 채록하는 의미
있는 가족 공동의 작업을 해볼 수 있다.
감상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들의 삶은 짠하다. 자신들의 욕구를 참고 많은 자식들을 불평 없이 기르기가
얼마나 힘든가? 전업주부들의 한 두 명 자녀를 기르는 일도 독박육아라고 억울해하는 우리 세대들도 그
나름의 고충이 이해되면서도 궁핍한 가난의 세월과 자식의 교육 뒷바라지로 허리가 끊어지도록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해온 분들의 고단한 삶과
비할 수가 있겠는가? 누구보다 알뜰하고 억척스럽지만 형제와 친척들, 이웃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온 삶이 긴 만큼 사연도 많으며 그 사연을 여성이기에
침묵할 수 밖에 없어 유난히 하고픈 말도 많으신 분들이라 젊은 날의 고된 시집살이 이야기를 반복하여 들을 때는 너무도 괴롭고 어머니 세대의 반의
반도 노력하지 않는 나를 비난하는 듯한 피해의식을 갖게 하는 기분이라 때때로 기분이 매우 나빠지지만 부모 보다 나은 삶을 살기는커녕 나보다 더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부모들 삶의 반만 따라가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들의 삶의 여정을 들여다 보고 내 삶과 비추어 반추하며 지금 내 삶에 불만이 많아도 부모 이후 세대로서 누리고 있는 부분들이 많음을
저절로 얻은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가족북 시리즈는 직계가족인 조부와 부모, 자녀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하고 개인적인 질문으로 부모의 꿈과 소망 살아온 과정을 추적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작업으로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