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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 - 잡초의 생존 전략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와 용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정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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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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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잡초 캐릭터 도감
이케다 가요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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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잡초의 특징을 인간에 빗대 캐릭터화 한 도감으로 잡초생태학을 전공한 농학박사답게 잡초에 대한 책을 많이
썼으며 그저 그런 흔한 도감이 아닌 흥미진지하고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자생초들의 특징과 생존전략을 배울 수 있는 개성 만점 도감책이다.
자생초들의 일본명과 그 뜻, 이름과 얽힌 유래, 원산지와 각각의 특징들을 한 장에 담아 놓았다.
일본 전국에 넓게 분포한 개망초는 철도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전역으로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어 기차소녀란
별명을 붙였다. 일제치하 때 국내에 퍼진 꽃으로 우리에겐 망국의 한을 의미해서 계란을 닮은 개망초의
유래가 좋지 않지만 염색도 가능하고 압화로 만들어도 참 예쁜 꽃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에도 흔히
볼 수 있다.
논에서 잠복하는 엘리트 스파이 ‘피’는 벼로 변장하고 논에서 잠복하여 자신을 보호한 후 재빨리 수많은 씨앗을 퍼트려 수천 년을 살아왔다.
나팔꽃이라고 생각했던 나팔꽃을 닮은 메꽃의 별명은 나팔꽃에게 지기 싫어하는 별난 좀비다. 땅을 갈면 거칠게 뜯어낸 몸을 다시 재생시키며 수를 불리는 생명력으로 좀비란 별칭을 가지게 된다.
잡초에 캐릭터를 부여하여 개성 강한 잡초의 특징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
도감인데 자생초 사진이 너무 작아 아는 자생초가 아닌 경우는 책의 사진만으론 자생초의 생김새를 잘 알
수가 없다. 아니면 내가 노안이라 작은 사진의 꽃들의 생김새를 잘 못 보는지도 모르겠다.
감상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기르다 보니 말로만 들었던 자생초를
많이 만나게 된다. 잎이 다육이와 닮은 쇠비름은 일반 자생초와 달리 예뻐서 차마 뽑지를 못하고 함께
기른다.
장마가 지나가면 이웃 텃밭과 내 텃밭의 경계를 허물고
무성하게 번성하는 자생초인 피는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번성하고 나면 뽑기가 힘들어 그 텃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흙의 유실도 매우 심해서 텃밭의 골치거리지만 강아지풀이나 토끼풀, 개망초, 민들레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뽑지 않는다. 민들레, 개망초, 토끼풀 등의 자생초들은 뽑기도 비교적 수월하고 텃밭을 완전히
장악하지도 않는데 근처에 논에서 날라온 ‘피’는 마을을 폐허로
만든 군대처럼 텃밭을 피밭으로 뒤덮어서 힘들다.
풀 뽑기로 잡초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딱 한가지 잡초를
없앨 방법은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라고 식물학자들이 조언하지만 작년에 그대로 했다가 텃밭에 잡초(피)만 번성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자생초들에 비해 ‘피’를 여전히 좋아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자생초의 매력을 동양적인 시각으로 잘 보여준다.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따라 명백히 구분하는 분류의 달인 서구인과 달리 모든 사물에는 양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동양인의 사고가 내겐 더 익숙하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잡초를 포함한 도움을 준 식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공양한 일본인들의
옛 풍습이다.
칡, 쑥, 약모밀
같은 약재가 잡초로 분류 되는 점도 참으로 신기하며 잡초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함을 발견한다. 무엇보다도
길가에 스스로 피는 풀꽃들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그전엔 있는 줄도 몰랐던 자생초들이 눈에 띄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