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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부모와 아이 사이
하라 히로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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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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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하라 히로코지음 |
<책소개>
문화 인류학자인 저자가 캐나다 북쪽
수렵채집부족인 해어족의 사회문화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독특한 부족들의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글
가르친다, 배운다는
개념이 없는 해어 인디언이 무언가를 익히는 방식은 ‘스스로 관찰하고,
해보고, 수정하는 것이다.
‘가르친다, 배운다’라는 개념이 없는 해어 부족 문화 저면에는 ‘인간은 인간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할 수 없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는 듯하다.
‘스스로
익힌다’는 자신감에 찬 모습, 생기 넘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주위 세계와 만나고 스스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즐거움을 아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문 170쪽
감상
이 책은 배움에 대한 방법과 육아법이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어떤 문화와 사회에 속해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에 따라 관심이나 흥미가 다르고 폭발적으로 흡수하는 시기도 다르다. 그래서
자녀를 성공시킨 부모의 사례에 감동받는다고 해서 나와 내 자녀가 모방할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실제로 해보면 부모인 나의 한계와 서로 다른 아이들로 인해 배운 대로 할 수 없음을. 같은 부모 밑의 아이들도 다 다르다. 아이의 미래를 돕기 위해
공부노동을 시키고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 지나치게 아이가 아닌 외부 기관에 의존하고 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우리 큰 아이는 손그림과 자신이 콘티를 짜서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즐긴다.
1분짜리 동영상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반복해서 그림을 그리고 편집하고 그림 하나를 그리기
위해 수없이 지우고 다시 그리는 지루한 과정을 아이는 전혀 힘들지 않게 해서 가끔 물어보면
짧은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 십장의 그림을 그리는 일은 때론 고통스럽지만 완성되는 과정이 너무도 즐겁다고 말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개입했던 영어나 수학에선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를 못했으며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를 다그쳐서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과목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림은 내가
개입하지 않았고 별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아이의 작품을 소중히 하고 벽에 걸어주고 좋은
그리기 도구를 사주며 디지털로 그릴 수 있는 휴대폰을 사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허용해주며 양질의 만화책을 볼 수 있도록 도운
정도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을까?
개입해서 아이를 도우려고 하지 않았기에 아이는 비교적 부모의 기대 없이 자유롭게 그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기 내면의 아이디어를 기획해서
도구를 스스로 익혀 표현하며 그런 제작과정을 즐기고 작품으로 결과물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이야 말로 창조적인 과정이며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아이가 예술가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아이는 학원으로 배운 것이 아닌 스스로
유투브나 책을 찾아서 익힌 것이며 내가 봐도 꽤 잘 그린다. 만일 아이의 재능을 살린다며 학원을
보내고 아이의 작품을 평가했다면 아이는 이런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재능을
살려준다면서 그 동안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었는데 해어 부족의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은 우리 아이가 진짜 스스로 배우는 과정과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부모가 아이에게 기대하면서 기다림은 부모가 성숙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나 역시 내가 개입하지 않은 부분에서 아이의 작은 성취를 발견했기에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해어 아이들의 삶을 우리 문명의 삶에 적용하기엔 많은 무리가 있고 해어 부족의 모든 문화를
수긍하기는 힘들지만 해어부족의 삶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양육과 배움,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어떤
통찰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