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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대부터 30대까지 죽음의 사유 1순위가 자살. 그다음이 교통사고와 암이다.
OECD 국가중에 1위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자살로 몰아갔을까?
한참 꿈꾸며 열정적으로 세상을 탐구해야 할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꺾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하다.
어렵고 힘들어도 진취적으로 자신을 삶을 개척하는 영웅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 끌어주고 같이 갈 때 힘을 내는 도종환 시인처럼 늦게 피는 가을꽃 같은 사람도 있다. 빠른 속도와 동일한 방식으로 줄 세우고 몰아붙이면 늦게 피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다.
부모세대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공부를 노동으로 강요받고 현재의 즐거움을 유보한 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적대적 생존경쟁(강수돌)을 강요받는다.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이 난무하여 학생들이 동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최장시간의 학습을 강요받는 나라, 노동시간이 제일 긴 나라답게 꿈꾸고 배우기를 즐거워할 십대들에게 공부를 노동으로 강요받으며 신자유주의 경쟁을 내면화(강수돌)시킨다.
고도 성장기에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부모세대와 달리 대학을 나와도 절반은 비정규로 인생을 살아야할 십대들에게 미래는 더욱더 불안하고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우울한 한국 십대들에게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하는 이들이 있다.
평소에 내가 존경하던 강수돌님과 홍세화님, 우석훈님과 손석춘님등 16명의 멘토들이 십대들에게 기존세대의 낡은 프레임을 깨라고 주문한다.
파트원에선 한국사회의 무한경쟁에 대해 꼬집는다. 학교에선 입시경쟁, 대학 졸업 후엔 취업경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찢어서 분열시키는 기업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우리에게 연대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김종휘씨의 재미에 대한 설명은 인상적이고 신선했다.
“태국말로 재미를 뜻하는 사눅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자발적인, 근심 없는 즐거움을 뜻한다. 일이건 놀이이건 상관없이 어떤 활동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속성이 바로 ‘사눅’이다. “ - 16,17p-
이러한 즐거움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오는 주체인 ‘내’가 그렇게 느낄 때인 것이다. 공부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공부는 고통일 수밖에 없고 강요는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 호기심과 상상력의 원천인 재미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그 능력은 누군가와 만나서 관계를 형성을 통해 의미를 구축할 때 얻어진다.
앞만 보고 달려서 프로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계에서 경쟁을 비켜가고 자기식의 공을 치며 야구를 즐겼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청소년들이 재미있는 삶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경제학자이면서 신자유주의 적대적 경쟁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강수돌 교수님은 우리가 내면화한 경쟁의 덫을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까발리며 경쟁을 부추겨서 이득을 챙기는 세력을 찾아내고 연대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여 인간성을 회복하기를 희망한다.
저자 자신이 그런 믿음을 갖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파트 2에선 다문화세대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문제를 다루며 “차이에 대한 존중”을 통한 열린사회로 나아가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트 2에서 홍세화님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 교육의 민주성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학생인권조례 법령이 시행되었지만 학교폭력을 빌미로 학생들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일부에선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적인 의식이 법을 쫒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관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유럽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지극히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에 대해 거센 저항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한 소통 없이 일부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에 의한 일방적인 통과가 아니었을까? 학생들의 잇따라 자살한 대구의 경우 인권조례 제정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은 학교단위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홍세화님과는 달리 인권조례의 내용보다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파트 3에선 SNS시대를 통해 기성언론의 정보왜곡에 맞서서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할 것을 권유하고 실제로 십대들은 SNS를 통해 기성세대들과 열린 대화를 통해 소통해나간다. 고재열 기자는 언론이 정보를 통제하고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빠른 속도를 막을 수 없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사회연계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돕고 연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민감한 십대들에게 소설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팁도 알려준다.
또한 4대강사업의 허구를 낱낱이 고발하고 강의 생태계 복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들의 사회동참을 소망하는 최병성 목사님의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알았던 사대강 사업의 실체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집요한 노력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힘을 느끼면서 그런 분의 노력으로 조금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간다.
파트 4에선 ‘더불어 삶’을 인문학에서 배우다라는 큰 목차아래에 철학자, 인문학자, 역사학자, 시인 4명이 청소년들에게 각자의 전문분야인 인문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말해준다. 어린 시절의 좌절이 문학으로 자신을 이끌어서 시인이 되었다는 도종환시인의 진솔하고 사적인 이야기는 위대한 시인의 벽을 깨고 인간적으로 다가와서 그분의 시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네 분 중에 자신의 상처와 좌절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 시인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십대들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격려를 받았다.
16명의 멘토의 글은 강연과 칼럼 등의 글을 통해 기고된 원고를 수정해서 비슷한 주제끼리 묶어낸 책이라 일인 저자의 대비 일관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힘을 일깨운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전 세대가 만든 제 문제를 청소년들이 떠안았다는 부채의식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잘못된 세상에 대해 순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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