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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마노, 달의 여행
나서영 지음 / 심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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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 |
2012.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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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마노
달의여행
나서영
지음 |
나에게 있어 꿈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꿈의 의미를 머리로만 생각해낸들 의미들을 새로운 의미로 대체되면서
이전에 생각했던 꿈의 의미는 사라지고 모호해진다.
그러나 캄캄한 밤하늘에 올려다보면 떠오르는 달과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살짝 죄어오면서 어떤 벅차 오르는 감동들이 가끔씩 들 때가 있다.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전래동화의 이야기가 허구임을 어릴 때 알고 있었지만 밤 하늘에 어김없이 떴다가 사라지는 달은 여전히 묘한 설렘을 준다.
아르토스산 정상 위 달의 전설을 할아버지를 통해 들으며 꿈을 키우며
자신의 꿈을 분명히 알고 흔들림 없이 확고한 알로마노.
전설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알로마노와
함께 여행하는데 주저 없는 동생 아르곤.
어릴 때부터 알로마노의 꿈을 함께 공유하고 이해해주었지만 안락하고
평온한 고향과 가족을 떠나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하기를 주저했던 루우비.
세 명은 달의 여행에 동참하여 아르토스산을 향한 고된 여정을 겪게
되면서 알로마노를 중심으로 꿈을 향해 나아간다.
알로마노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달의 전설을 들으며 매일 꿈을 꾸며
자신이 꿈에 대해 한번도 의심하거나 흔들려 본적이 없다. 나는 그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알로마노보다는 아르곤과 루우비라는 인물에 대단한 호기심이 동했다. 알로마노의 꿈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알로마노와의 달의 여행에 주저하지 않고 함께 하기로 한 아르곤과 뒤늦게 혼자 쫓아와서 대열에 합류한 루우비의 모습이 현실 속에
마주하는 우리 같아서 내 시선은 아르곤과 루우비를 쫓아갔다.
자신이 무엇을 할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정확히 알 때는 흔들림이 없어 그대로 밀고 나아가면 된다. 그런
면에서 알로마노의 경우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고민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자신의 꿈이 아닌 알로마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어려운 여정을 주저 없이 감내하는 아르곤.
아르토스산까지 가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있었고 지난 날의 자신의 꿈을 알로마노 일행을 통해 다시 되찾거나 알로마노에게 자신의 꿈을 달에 달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하면서 꿈은 여러
사람들의 꿈으로 확장되어 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알로마노의 꿈이었지만 힘겨운 시련과 고난을 함께 겪으면서
아르곤과 루우비의 내면은 단단해지고 점점 더 꿈의 실현에 대한 확신에 다가가게 된다.
좀도둑에 사기꾼인 몰로이가 두 번이나 배신함에도 믿어주는 알로마노
일행에 의해 자신만 알았던 몰로이가 마르만족에 쫓겨 위험에 빠진 알로마노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죽어가는 장면에선 눈물이
나왔다.
이 책엔 꿈이 없거나 잊혀져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나”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상에 불만이 없고 나름 만족하면서 살아가지만 마음속 밑바닥엔
알로마노를 통해 자극 받아 숨어있던 꿈들이 솟아오른다.
눈이 멀어 더 이상 시 쓰기를 포기했던 베르테르, 죽어가면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꿈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몰로이,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했던 오리 제제, 퓌카산의
식인거인이란 누명을 쓰고 외롭게 고립되어 살아가는 노인, 아르토스산 밑에서 버섯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가수가 소망인 피피 등은 알로마노에게 여정에 필요한 물품과 음식을 제공해주면서 알로마노를 통해 자신의 꿈을 전하거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꿈을
실현시킨다.
알로마노는 꿈을 이룬 것일까?
알로마노는 직접 ‘꿈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주인공들의 이백여 일의 고된 여정을 나는 몇 시간으로 읽어 내려가는
입장에서 어떤 결말을 기대했던 것일까?
다소 환타지같은 결말을 기대했던 것일까? 내 기대와 결말이 다른 건 사실이다.
결과로만 보면 꿈을 이루었다고 말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고된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이 꿈을 찾거나 꿈을 실현하고
루우비와 아르곤도 자신의 꿈이 알로마노의 꿈과 일치함을 확인하면서 진실로 꿈을 실현하기를 갈망한다.
다시 꿈의 의미로 되돌아 가보자.
우리가 꾸는 꿈을 실현해도 이 책처럼 그 결말이 내가 기대했던 소망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미래의 기대가 지금 현실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꿈을 꾸지만 불투명한 미래의 꿈이 이루어 질지 확인할 수도
없고 여러 현실적인 제약조건으로 그 목표로 나아가는 시도조차도 어렵다. 더구나 그 과정은 이 책의
주인공의 여정처럼 험준하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하다.
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어도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도전하고 나아가면서 포기하지 않고 어려울 때 도움을 얻고 친구들이 힘들 때 도움을 주며 함께 나아가다 보면 루우비와 아르곤처럼 확고해 지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확신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여정 속에서 길러지는 내적 ‘힘’이 아닐까?
확신하고 흔들리지 않은 다음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실천하면서
그 꿈을 향해 견고하게 나아가게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아름답고 사색하게 하는 문체에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어서 100페이지 이상에선 독자들을 단숨에 읽어나가게 하는 책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되며 현실에 안주했던 나의 마음에 꿈의 파문을 일게
한다.
락키슈숲의 통치자 노르딕이 친구들과 헤어져 함께 여행길에 오르지 못해 후회하는 루우비에게 하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렇게
늦은 밤, 슬피 울며 달을 올려다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달이 슬퍼 보였나요? 아니면 꿈을 향해 떠난 친구들이 걱정되었나요? 아니면 떠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나요? 현실은 언제나 규정되어 있고
날개를 접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우비
양은 알로마노 군이나 아르곤 군처럼 날아가지 못했습니다. 알로마노 군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기를
청했다는 건 운명적인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뜻입니다. 루우비 양이 괴로운 이유는 꿈을 향해 떠난
젊은이와 연결된 끈이 멀어지며 팽팽하게 옥죄어 왔기 때문입니다. 옥죄임이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전에
끈을 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