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처 -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대 DNA의 대답
데이비드 라이크 지음, 김명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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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근원에 대한 질문,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 속에서 철학이 태어났고, 종교가 태어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몇 천년을 넘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고, 아직도 많은 석학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존재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석 기법이 도입되며 인류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주장이 책을 통해 펼쳐진다.

고대 뼈에서 DNA를 추출하며 이것들이 현대인들의 DNA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며 인류의 집단 확산을 되짚어간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확산한 사람들의 자손임을 말해준다. 고고학 기록상 약 5만 년 전을 기점으로 인류 집단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 년 전 유럽에서 진화했으나, 골격형태가 현대인의 다양성 범위에 들지 않는 '구인류'로 간주된다. 또 이들은 현생인류가 등장하기 수천 년 내에 전멸하였다. 무엇이 이들을 전멸시켰을까?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며 고대 뼈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의 DNA와 이들과는 다른 DNA가 각 대륙별로 발견되었다. 네안데르탈인으로 명명된 유럽의 고대인과 달리 각 대륙에도 역시 구인류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구인류가 이동하며 서로 다른 종족 간에 섞이며 새로운 인류로 진화한 것이다.

이렇게 고대 뼈를 통한 DNA 추출을 통해 구인류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기원을 탐색했다. 하지만 이 기법 역시 영장류에서 인간이 진화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까지는 내놓지 못한다.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고대 뼈들의 DNA 추출이 고작이다.

진화 가설의 주장처럼 영장류가 인간이 되었다면 왜 아직도 원숭이는 그대로일까? 이처럼 복잡한 DNA나 게놈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질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구가 생성된 이래 수천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로운 종이 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으론 추론이 불가한 내용들을 통해 신의 존재란 것이 있음직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과생들에겐 조금은 어렵고 지루한 책이지만 과학의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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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리커버 및 새 번역판) - 유동하는 현대 세계에서 보내는 44통의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셀렉션 시리즈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윤성 옮김 / 동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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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는 순간까지도 '고독을 잃어버린 사람'인 줄 알았다.

현대인은 워낙 바쁜 데다가 TV, 인터넷, 휴대폰, 이젠 가상 현실까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퇴근해 저녁을 먹고 잠깐 쉴까 하는 생각에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어? 벌써 12시야?"라 놀랄 때가 많다. 잠깐이라도 빈 시간을 참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사색'은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책 제목이 '고독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다. 왜?

무엇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인지를 해야 할 객체가 있어야 하는데, 어찌 시간이 주체가 될까? 잠시 의아스러웠다. 그리고 책 표지엔 약간 치켜뜬 눈에 뭔가 불만에 찬 시선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초상화가 그려져있다. 저자는 뭐가 그리 불만일까?

난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수학 능력시험의 언어 영역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문을 다 읽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그저 막막한 느낌이랄까?

이거 난독증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난독증 걸린 사람이 1년에 100권 이상씩 책을 읽는다는 것도 이상하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도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1권 ~ 3권까지를 3일 만에 읽었는데 줄거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결론은 내가 문제가 아니라 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에둘러 여기까지 왔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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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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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아들과 80대 아버지의 '관 만들기' 프로젝트.

토목 기사로 정년퇴직한 아버지는 나무와 연장만 있다면 만들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들은 아버지의 솜씨를 이어받아 무엇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대단하다.

이런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하나의 롤 모델이면서도 넘어서야 하는 경쟁 상대이다.

장인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관을 마련하기 위해 장례 용품점에 방문했다.

보통 쓸 만한 것들은 2천 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인데 비해 심플하고 약간은 초라한 관은 700달러에 팔렸다. 작가인 데이비드는 이 700달러 관에 온 정신이 팔렸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에 적당한 가격이라니...... 데이비드는 아내에게 자신이 죽으면 이 700달러 관에 뭍치고 싶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 관은 화장용 관으로 내구성이 없는 것이었기에 아내는 절대 데이비드의 유언을 들어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손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믿을 건 아빠 빽 밖에 없는 데이비드는 700달러 가격으로 자신이 직접 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사실 데이비드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란하고 두려운 것은 80대의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가실 거라는 진실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좋은 기억은 아버지를 지켜보았던 것, 아버지를 도와주었던 것,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아버지와 절친이 암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사망했다. 그 이듬해 아버지의 새로운 암 진단 그리고 절친의 죽음. 슬픔은 콜라주다. 명확한 순서 없이 한꺼번에 던져진 생생한 이미지, 그것을 해독하는 일이 보는 사람에게 맡겨진 이미지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관을 만드는 것이 죽음의 당혹스러움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믿었다.

"인생은 짧다"

죽음은 내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만든 관에 누워 있으니 나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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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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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가지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땐 내가 왜 그랬지?'하며 부끄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킥을 날린 적도 있겠죠? 그런데 나쁜 기억을 지워 준다니 이런 고마울 때가^^ 그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

과거를 떠올리는 '지금', 과거에 경험했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의미 부여를 바꾼다면 과거는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미래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어떤 일에서든 결단을 내릴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자와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를 엮은 것입니다.

저자가 본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는 <봄날은 간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똥파리>, <수상한 그녀>, <마더>, <리틀 포레스트>, <8월의 크리스마스>, <터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그 후>, <싱글라이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 <박하사탕>, <복수는 나의 것>, <버닝>, <동주>입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동주' 둘뿐이라는게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책을 줄이고 영화를 봐야 하나?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 정원.

그는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그때 나타난 주차단속 요원 다림. 그녀로 인해 잠깐이나마 삶이 행복했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치의 병을 숨긴 채 다림을 만나오던 정원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아무 소식 없이 행방을 감춘 정원을 기다리던 다림은 배신감에 사진관에 돌멩이를 던지고 떠나갑니다.

퇴원 후 사진관으로 돌아온 정원에겐 전근 간다는 다림의 편지가 도착했고,

시한부 인생이기에 다림을 잡을 수 없었던 정원의 안타까움 속에 영화는 끝이납니다.

해피 엔딩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착잡했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속 주인공 정원은 다림을 잡기 위한 편지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진 채 철학자에게 상담을 청합니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16편의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의 핵심과 고민을 풀어 놓았기에 책을 읽는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합니다. 영화 속에 담긴 인생의 목적과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하니 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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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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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뿐인 인생이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그런데 이건 희망사항일 뿐 인생은 언제나 내맘 같지 않다.

인생은 너무나 자주 내가 기대한 엔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엔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이가, 나보다 더 운이 좋은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현실. 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꾸었던 꿈들 중 몇가지나 이룰 수 있을까. 아니, 인생이라는 무대에 내 자리가 있기는 한 걸까.

아쉬운 것이 인생이기에,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줄 알면서 묻는다.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내 맘 같지 않은 상황들과 맞닥뜨릴 때, 어떻게든 상대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옳은 것이 상대에게도 무조건 옳을 거라고 생각하는 한, 절대 찾아올 수 없는 이해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산다는 건, 되돌릴 수 없는 실수와 상처들이 쌓이는 일이다.

우리 모두 번번이 혼란과 실망을 안겨주는 세상을 살아간다. 누구나 좌절과 실패를 겪고 상처를 받으면서 어른이 된다.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은 게 인생이라는 걸 뼈아프게 배운다. 나이가 들수록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사는 일이 힘들어진다. 어느 날 찾아올 인생무상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어른에겐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하루가 필요하다.

잘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의 사소한 단점까지 껴안을 줄 알게 되는 것.

자신을 지키느라 상대를 함부로 상처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누구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것.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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