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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40대 중반의 아들과 80대 아버지의 '관 만들기' 프로젝트.
토목 기사로 정년퇴직한 아버지는 나무와 연장만 있다면 만들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들은 아버지의 솜씨를 이어받아 무엇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대단하다.
이런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하나의 롤 모델이면서도 넘어서야 하는 경쟁 상대이다.
장인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관을 마련하기 위해 장례 용품점에 방문했다.
보통 쓸 만한 것들은 2천 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인데 비해 심플하고 약간은 초라한 관은 700달러에 팔렸다. 작가인 데이비드는 이 700달러 관에 온 정신이 팔렸다. 이런 심플한 디자인에 적당한 가격이라니...... 데이비드는 아내에게 자신이 죽으면 이 700달러 관에 뭍치고 싶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 관은 화장용 관으로 내구성이 없는 것이었기에 아내는 절대 데이비드의 유언을 들어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손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믿을 건 아빠 빽 밖에 없는 데이비드는 700달러 가격으로 자신이 직접 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사실 데이비드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란하고 두려운 것은 80대의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가실 거라는 진실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좋은 기억은 아버지를 지켜보았던 것, 아버지를 도와주었던 것,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아버지와 절친이 암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가 사망했다. 그 이듬해 아버지의 새로운 암 진단 그리고 절친의 죽음. 슬픔은 콜라주다. 명확한 순서 없이 한꺼번에 던져진 생생한 이미지, 그것을 해독하는 일이 보는 사람에게 맡겨진 이미지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관을 만드는 것이 죽음의 당혹스러움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믿었다.
"인생은 짧다"
죽음은 내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만든 관에 누워 있으니 나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