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력 -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
박민수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20, 30대가 이 책을 본다면 웃었을 것이다. 혈관력 그딴 게 어딨어? 나 역시 그랬다.

40대 초반,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고지혈, 콜레스테롤 기준치 이상. 그래도 운동으로 운동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50대에 접어들며 계단을 오를 때 차오르는 숨과 터질 것 같은 심장, 오후 4시쯤 허한 느낌에 손이 떨리는 흔히 당 떨어진다는 말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 '아! 이젠 정말 약을 먹어야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들려오는 지인들의 소식은 심장 동맥에 스탠 실을 박았다느니,   갑자기 쓰러졌다느니 하는 소식을 들을 때면 나도 자신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이 혈관 건강과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생에건강이짐이되지않게혈관력 #페이스메이커 #혈관력 책을 통해 알아보자.


 심장의 좌심실에서 나온 혈관은 동맥이 되고, 점차 가지를 쳐서 모세혈관이 되고, 다시 점점 모여서 굵은 정맥이 되어 우심방으로 들어갑니다. 이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면 무려 9만 6천 km, 즉 지구를 두 바퀴 반 정도 도는 거리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혈관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약 10만 km에     달하지만 심장을 출발한 혈액은 불과 몇 분 만에 온몸을 한 바퀴 돌게 됩니다.

혈액은 심장, 동맥, 모세혈관, 정맥을 통해 몸 여러 기관을 끊임없이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등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잠시라도 혈액 공급이 멈추면 우리 신체의 각 조직과 기관은 금세 기능이 멈추고 맙니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세포 성분이 40~45%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액체 성분인 혈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혈구는 평균 120일 정도를 생존하고, 백혈구와 혈소판은 약     2일 정도면 사멸합니다. 이 혈액세포는 소멸된 만큼 즉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혈액세포 수치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혈관력을 알아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혈액검사, 혈압 측정, 심전도 검사, 초음파 검사, 혈관조영술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혈관 건강이나 혈관 나이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혈액검사는 혈액에 나타난 여러 지표를 측정해 혈관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염증 표지자를 확인해 동맥경화의 위험성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고혈압은 동맥에 부담을 주어 동맥경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혈압 측정 역시 무척 중요합니다. 심전도 검사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것으로 심근허혈이나 심장 리듬 이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동맥벽의 두께와 유연성을 평가해 동맥경화의 위험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혈관조영술 검사는 혈관 내부를 X선 장치로 촬영해 혈관의 형태와 혈류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검사를 동원해도 우리 몸 전체의 혈관을 샅샅이 살펴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직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전조증상과 수치 변화를 살펴보며 질병 가능성과 징후를 살피고 예방하는 것입니다. 예방보다 더 나은 치료는 없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은 2014년부터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관리를 위한 '자기혈관 숫자알기' 레드서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레드서클에서 레드는 혈액과 건강을 의미하고, 서클은 순환과 긍정을 뜻합니다. 

레드서클 캠페인은 자신의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제대로 알고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서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혈관력을 지키는 가장 기본 원칙을 담고 건강 캠페인입니다. 또 이 캠페인은 설사 선행 질환이 발병한다고 해도 이를 조기에 인지해 중증 심뇌혈관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와 관리를 취하자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 제시하는 세 가지 혈관 수치(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만 알아도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각종 혈관 질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수치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의 여부를 살피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이기도 합니다.


혈관력을 키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수칙

1. 담배는 반드시 끊습니다.

2. 술은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입니다.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4.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합니다.

5.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합니다.

6.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7.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측정합니다.

8.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합니다.

9.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에 갑니다.


저의 혈관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먼저 아래 항목에서 자신이 해당하는 항목을 확인해 보세요. 만약 해당하는 항목이 5개 이하라면 실제 나이와 혈관 나이는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6~10개 정도라면 혈관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약 10살 정도 높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혈관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11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0살 이상 높을 가능성이 있고, 병원을 찾아 즉각적으로 진단부터 받아봐야 합니다.

1.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면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2. 인스턴트식품이나 기름기 많은 식품을 자주 먹는다.

3.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다.

4. 전화벨이 울릴 때 즉시 받지 않으면 찜찜하다.

5. 운동 다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6. 손발이 저리거나 냉증이 느껴진다.

7. 혈압이 높은 편이다.

8.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9. 혈당 수치가 높다.

10. 가족 중에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

11. 직장에서 늘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는다.

12.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13. 담배를 피운다.


혈관 건강이 나쁜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선 혈압이 높거나 혈당 수치가 높을 것입니다. 또 혈관 여기저기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질 것입니다. 심한 경우 혈관이  막혀 부분적으로 괴사나 꼬임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면,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심장은 좁고 딱딱한 혈관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서 심박을 더 자주 하게 되고, 높은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심박출량을 늘릴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슴 답답함, 호흡의 어려움, 저림, 밤에 쥐가 자주 나는 증상을 수시로 겪게 될 것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많을 것입니다. 이미 과체중이나 비만에 시달릴 수도 있고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부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부 노화가 빠르고,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탄력이 떨어지고, 윤기가 없을 것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하지 혈관의 돌출이나, 하지 정맥류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신체활동을 꺼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손발 저림이나 수족냉증이 있다면 혈관 건강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또 가족 중에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혈관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다혈질에 급하고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한 성격,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 화나 불안을 자주 느끼는 성격, 부정적인 감정을 상대적으로 많이 느끼는 사람, 완벽주의와 같은 성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무조건 약물치료를 해야 하나요?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면 약물 처방을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다양한 혈관 질환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고혈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고혈압으로 진단되었다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질환, 신부전 또는 이른 나이에 뇌졸중 발병 위험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은 뇌졸중 발생을 초래하는 최고의 위험 인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심장마비를 막기 위해 개 인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건강 문제가 고혈압의 치료입니다. 고혈압만 고쳐도 다른 질병으로의 진행이나 심장마비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고혈압을 진단받았다면 혈압을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식습관, 운동,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압을  낮출 수 있으니 이런 노력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차성 고혈압은 치료하기가 극히 어렵지만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혈압 상승이나 1단계 또는 2단계 고혈압이 있는 모든 사람은 생활습관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약물 처방을 결정할 때는 실제 혈압 수치 및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 여부나 향후 10년간 이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0%를 초과하는지 등의 여부를 세심하게 살펴서 진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는 전문의와의 상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고혈압이 생겼다면 그때부터는 가정에서도 자신의 혈압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항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가 갑자기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실신, 어지러움, 기억 상실,    현기증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목표 혈압을 급격하게 낮추기보다는 좀 더 높은 혈압 목표,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두고 약물과 생활습관 관리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장 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라면, 이보다 낮은 수축기 혈압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산소 운동을 실천해야 합니다. 단 혈압이 높은 것을 감안해 운동량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전문의나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차성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신체활동을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과 체중을 줄이고, 심장 기능을 전반적으로 높여주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또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약물 사용을 진행해야 합니다. 고혈압 약물을 항고혈압제라고 부릅니다. 시판 중인 항고혈압제를 사용해 거의 모든 사람의  고혈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맞춤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지속해서 협력하면서   면밀한 모니터링 아래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합니다.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면?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이미 혈관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정기적인 검진과 의사와의 협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조기 발견하거나 예방하고 이미 이런 질병이 생겼다면 약물 복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담배 피우는 개수를 줄이는 것으로는 별다른 이득을 볼 수 없습니다. 반드시 끊어야 합니다.   비흡연자라고 해도 간접흡연이나 3차 흡연 등을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흡연은 혈관 질환 발병을 초래하는 최대 원인입니다.

적정 체중, 허리둘레를 유지하지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비만이 아니더라도 복부비만이나 내장 지방 여부를 검사를 통해 알아보고, 최대한 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복부비만과 내장지방은 인슐린 기능을 떨어뜨려 당과 지질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당뇨나 심혈관질환 발병을 2~3배까지 증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과 골격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해주어 혈액순환을 돕고 혈관이 건강하게 재생되고 복구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특히 팔뚝이나 어깨 근육, 허벅지 근육, 종아리 근육은 혈액순환을 도와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최고의 혈관 건강 지킴이입니다. 매 30분, 1시간에 한 번은 온몸을 움직여주는 스트레칭, 요가, 가볍게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을 실천해서 혈액이 정체되거나,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거나,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꾸준히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채소와 과일, 곡물류, 콩류는 다양한 복합 탄수화물, 섬유질, 칼륨, 비타민, 항산화제 등 미세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들 영양소는 혈압을 낮추고, 당과 지질 대사를 돕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최고의 음식 들입니다. 

염분, 단순 당, 동물성 적색육,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은 최대한 줄여나가야 합니다. 특히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일으켜서    무서운 심혈관 질환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또 과다한 당류 섭취 역시 비만과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고, 설탕과 과당으로 대표되는 단순 당이 많은 음식은 비타민, 무기질 등과 미세 영양소가 부족한 빈껍데기 식사를 하게 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밥, 빵, 면으로 된 음식을 최대한 멀리하는    식습관 개선이 필요합니다. 포화지방의 과다 섭취 역시 동맥경화증의 주요 요인입니다. 포화지방이 많이 든 음식(소고기, 돼지고기, 닭 껍질 부위,  유제품, 버터, 베이컨과 같은 육가공 식품, 코코넛, 팜유, 빵 등) 을 멀리해야 합니다.

반면 등푸른생선, 견과류는 적정량을 섭취하면 혈관 건강을 증진합니다. 특히 등푸른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주에 2회(약 230g) 이상은 등푸른생선을 섭취하기 바랍니다. 호두, 아몬드, 땅콩 등의 견과류에도 오메가 3지방산, 섬유소, 비타민E, L-아르기닌과 같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이 성분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전을 녹여 주고, 혈관내피세포를   재생하고 복구하는 기능이 있어서 심뇌혈관 질환이나 당뇨를 예방하는 혈관 건강 음식에 해당합니다.

음주 역시 혈관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입니다. 술을 끊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음주량을 적정선 이하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적정 음주는 하루 에탄올 20g 이하인데,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술잔으로 2잔 이하에 해당합니다. 또 여성의 경우는 1잔   이하여야 하고 체구가 작은 경우 더 적게 마셔야 합니다. 대기오염 물질을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동맥 내막을 두껍게 만들어 혈관과 자율신경계를 손상시키고,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등의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나 공기정화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날씨 상황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써서 미세 먼지 흡입량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심혈관 질환은 오랜 기간 무증상의 잠복기를 거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질병의 차단, 예방, 조기 발견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심혈관 질환은 발생 후에는 회복이 무척 힘든 장기 손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적극적인 건강검진이야말로 혈관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대비 태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의 흥망성쇠를 수업 중에 듣는 것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걸 시험 문제로 만난다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에...

아니, 이놈들은 매일같이 전쟁만 해 데니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날까 생각됐다. 이와 함께 연도와 생소한 외국 이름은 왜 이리 외우기도 힘든지... 아마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세계사는 정말 공부하기 싫은 과목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세계사를 시험과 상관없이 책으로 만나는 것은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저스티스의한뼘더깊은세계사 #유럽편 #믹스커피 #저스티스


세계사는 연도 별, 나라 별로 구분하여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둘 다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나라 별로 중요 사건 위주로 설명을 이어간다. 하지만 한 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이웃 국가와 이웃 대륙의 이야기가 겹칠 경우 연도 별로 정리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예를 들어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할 당시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러시아에서는 '피의 일요일 사건'이, 미국에서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였고, 노르웨이가 독립하였고,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였고, 조선에서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이렇게 그 해에 일어났던 일들을 나열하는 방식 말이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나라 별 주요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럽의 세계사를 300여 페이지로 압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중요한 사건을 지도와 함께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저스티스 가 해냈다. 사실 페이지의 한계가 있어 한 사건의 깊은 내막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반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제목처럼 한 뼘 더 깊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전에는 왜 이 사건이 중요한지 몰랐는데 저자의 설명을 보니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아직은 역사 덕후가 아니라면 세계사 그중에서도 유럽 이야기는 쉽지 않다. 워낙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사실 우리나라 역사만 해도 복잡한데 여러 나라가 뒤엉킨 유럽이야 어떻겠는가. 이해가 되지만 쉽게 설명한 역사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동산 마법 학교 - 마법처럼 부를 키우는 건물주 성공 법칙
서동원.윤나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물주 아래 건물주'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이는 은퇴 후 월세 수익을 통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건물주가 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건물주는 어떤 사람일까? 작게는 대로변에 있는 2~3층 건물에서부터 63빌딩의 건물주까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 아파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일반인에게는 건물주는 꿈의 단어이다. 그래서일까? #부동산마법학교 책을 통해 마법처럼 부를 키우는 건물주의 성공 법칙을 알고 싶었다. #원앤원북스


부동산 마법을 전하는 11인의 전설적 멘토

  1. 정주영 - '하면 된다' 신념으로 건설, 부동산 역사를 새로 쓰고 100조 원대 현대그룹을 일으킨 사업가

  2. 롭 무어 - 무명 화가에서 세계적 부동산 투자가가 된 '레버리지'의 저자

  3. 도널드 트럼프 - 자산 10조 원대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미국 대통령

  4. 레이 크록 - 프랜차이즈에 부동산 개발 모델을 접목, 맥도널드 창업자

  5. 로버트 기요사키 - 전 세계 4천만 부 이상 판매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6. 로버트 앨런 - 'Nothing Down'으로 '0원으로 건물주 되기' 신화를 만든 인물

  7. 하워드 슐츠 - '콘텐츠가 건물 가치를 결정한다!' 스타벅스 창업가

  8. 데이비드 그린 & 브랜든 터너 - 200만 명의 초보자를 임대주택 사업자로 이끈 인물

  9. 신영균 - 영화감독에서 3천억 원 자산가로 도약한 인물

  10. 김승호 - 회사를 8천억 원에 매각 후 투자가로 거듭난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불변의 전략 12단계

  1. 된다고 주문을 외워라, 될 때까지 - 도전정신& 실행력 마인드 샛

  2. 눈을 감고, 생각하고, 그려라 - 목표 설정 & 구체적인 시각화

  3. 말 한마디로 건물주 된다 - 협상력 강화 전략

  4. 부동산은 갑자기 오르지 않는다 - 입지 선정 & 가치 상승 전략

  5. 현금흐름을 피처럼 여겨라 - 사업 계획의 타당성 확보

  6. 남의 돈으로 건물주 되기, 

  7. 사업도 남의 돈으로 하는 것처럼 - 창의적 자금 조달 & 레버리지

  8. 골다공증보다 공실이 더 무섭다 - 관리 & 공실 극복 전략

  9. 언제 살까, 팔아야 할까의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 목표가 이끄는 출구 전략

  10. 자산 규모에 따라 투자 전략은 달라진다 - 포트폴리오 확장 & 갈아타기

  11. 세후 수익이 진짜 수익이다 - 절세 전략을 위한 팀 꾸리기

  12. 돈을 모으고 나면 결국은 리스크 관리다 - 위기관리 & 경기 변동 대처


독자를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부동산에 실패한 사람이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11명의 대마법사에게 부동산 투자의 방식을 배운다는 참신한 생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아마도 저자가 11명의 위대한 투자자들의 일대기와 투자 방법을 읽고 초보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 생각된다. 

탁월한 해석과 부동산에 대한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11명의 마법사의 성공 스토리나 투자 핵심에 대한 그들의 스토리가 빠졌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스토리텔링으로 장황한 설명보다는 투자 핵심과 성공 사례가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부 부동산 마법 실전 - 실전 사례 워크숍 비밀 노트에서는 작가가 직접 마이 빌딩을 선정하여 매입하는 과정과 재건축을 통해 실제 건축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상권 분석에서부터 건축 인허가 과정 그리고 창의적인 건물 디자인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아쉽게도 파이낸싱 하는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서울의 중구 장충동에 5층 건물을 지으려면 가장 큰 부분이 PF대출이지 않을까 싶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p.23 - 피아니스트 조가람의 클래식 에세이
조가람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간색 하드보드의 표지에 흰색 바탕의 띠지. 띠지 안에는 빨간색 드레스와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검정 긴 머리의 미인이 눈에 띈다.

미모의 얼굴을 한 30~40대의 여성, 피아니스트 조가람이라는 문구가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역시 여성의 미모는 무기라는 말이 생각난다.

피아니스트 조가람? 클래식 음악을 3~4년 전부터 듣기 시작한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초록색 창에 검색해 보니, 한스아이슬러 음악대학교 대학원 피아노 박사에 2013, 2014, 2015, 2017년 국제 콩쿠르 입상 및 준우승의 경력이다. #Op.23 책 내용 중 part 3에서 자신의 이력을 짧게 이야기하는데 예중 - 예고 - 서울대 - 서울대학-베를린 국립음대 석사, 최고 연주자 과정까지 정석적인 교육 코스를 밟았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피아니스트로 경력을 쌓았으니 피아니스트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소개하겠구나 생각하며 글은 조금 부족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책을 읽는 동안 나만의 상상으로 조가람 피아니스트와 커피향 가득한 조용한 찻집에서 클래식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Op.23에서 아버지가 기자라는 것과 새벽 2~3시에 출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해 그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었고 그 결과 동네 도서관의 책을 5천 권 이상 읽어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감탄하며 조가람 피아니스트의 글쓰기 실력이 그 많은 양의 독서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Op.23 에서는 다양한 연주자와 작곡가를 소개한다. 그들의 삶 속에서 예술의 장벽을 뛰어넘는 이야기,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이야기, 좌절을 극복한 이야기, 사랑을 담은 이야기 등 예술가들의 삶을 소개한다. 예를 들자면 쇼팽, 클라라 슈만, 라흐마니노프, 조지 거슈윈 등 우리가 한 번은 들어봄직한 클래식의 거장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삶과 음악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작가가 소개하는 곡들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QR코드가 있어 거장들의 음악을 듣거나 실황 영상을 보았으면 했는데, 이 부분이 없어 살짝 아쉬웠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듣는 KBS 클래식 FM 방송에서 모리스 라벨에 대해 소개하며 한 달 동안 그의 음악과 삶을 이야기했다.

클래식에 초보인 나에게만 생소한 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역시 모리스 라벨이 생소한가 보다. 아직 초보인 나에겐 기존의 클래식 음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방송에 나온 교수는 우리에겐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Op.23 CONTENTS를 보다 '모리스 라벨'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작가의 글을 먼저 보게 되었다.

모두를 위해 가벼워지다, 모리스 라벨

스페인 혈통의 어머니와 스위스 혈통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벨 에포크(Belle Époque는 유럽사의 시대 구분 중 하나로,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을 지닌 단어이다. 보통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전까지 전 유럽이 평화를 누리며 귀족(부르주아), 상류층이 주축이 된 사회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경제, 문화가 급속하게 발전했던 태평성대이자 휘황찬란했던 유럽 평화의 최고 전성기를 말하며 영국의 산업 혁명을 계기로 공장, 철도, 자전거, 자동차, 증기선, 열차 등 더욱 발전된 이동 수단의 출현 및 과학 기술의 혁신으로 크게 번영하고 제국주의가 대두되며 전 세계를 오로지 유럽만이 독점하고 주도했었다. 서브컬처 문학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신분제가 확고해지고, 현대인이 보기에 살 만해 보이는 문물이 갖춰져 있는 시대 설정을 했다면 대충 이때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파리에서 여술과 혁신의 공기를 마시며 자라난 사람,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과거의 질서를 그리워하며, 세상의 오묘함과 인간의 패러독스를 예술로 녹여낸 사람.

라벨보다 13살 연상이었던 드뷔시는, 비로소 독일 음악의 그늘에서 벗어나 프랑스만의 독창적인 음악 언어를 구축했다. 그 옆에서는 스트라빈스키가 혁신적인 작품을 내놓았고, 쇤베르크는 12음기법과 무조성 음악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후 세상은 문명을 불신하고, 신조차 의심하며, 기존 질서를 해체하려 했다. 예술도, 과학도, 철학도, 정치는 사방으로 산발적으로 흩어졌다.

모리스 라벨은 이런 혼란의 한가운데서 신고전주의를 택했다. 18세기 고전주의의 이성적 양식을 음악의 육체로 삼고, 그가 체험한 20세기의 혼돈과 예술적 실험을 영혼으로 삼았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은 세련된 지성미와 신랄한 풍자를 띠었다.

라벨이 파리 음악원에서 퇴학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아시아 문화, 스페인의 민요, 고대 야화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그의 작품은 당대 학계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생경했다. 그의 음악은 마치 처음 맛보는 타지 음식처럼 낯설었고, 대학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였다. 결국 스승이었던 가브리엘 포레를 제외한 교수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퇴학당했다. 이후 재입학했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은 조성을 기반으로 논리를 발전시켜온 정통 클래식 음악계에 그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존재, '앙팡테리블'이었다.

그는 뜻을 함께하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나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드 파야 등과 함께 주도적으로 예술적 추방자들의 모임을 만들고 "Les Apaches", 아파슈족이라고 명명했다. 파리의 젊은 예술가, 음악가, 시인, 평론가 들이 모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교류하던 비공식적인 모임이었다. 이 모임에서는 사유의 무경계적 충돌이 산발적으로 일어났고, 학문적 교류에는 제약이 없었다. 사상의 실험으로 새로이 배양된 서로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고, 신랄한 비평이 가감 없이 오갔다.

스스로를 예술적 추방자라 칭했던 라벨은 온화한 농담과 냉담한 지성, 그리고 깊은 인류애를 동시에 지닌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당대의 찬사와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비평가 피에르 랄로는 라벨의 데뷔 시절부터 수십 년간 그를 끈질기게 공격한 인물이었다. 그는 라벨을 깎아내리기 위해

"재능은 있으나 드뷔시를 모방하느라 큰 빚을 졌으니 이제는 베토벤을 모방하라"라는 독설을 퍼부으며 라벨과 드뷔시 사이를 이간질했다.

세간의 주목 속에서 그에 대한 각종 루머와 비평이 끊이지 않았지만, 라벨은 언제나 신사적으로 대응했다. 청년 시절부터 지혜로운 태도로 자신의 음악적 신념을 지켰으며, 비난이나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라벨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라벨은 자신의 신념과 다른 방식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볼레로'다. 어느 날, 공연장에서 한 청중이 곡이 끝나자마자 외쳤다. “이 곡은 쓰레기야!" 그러자 라벨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드디어 저 부인이 옳은 메시지를 받았군요!"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수백 번 녹음되며 굉장한 붐이 일었다. 라벨은 이를 두고 “나는 볼레로라는 걸작을 하나 썼어요. 딱 하나의 걸작이죠. 불행하게도 거기에는 음악이 없습니다."라고 비꼬았다.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은 단 두 가지였다. 전쟁 전에는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을 완성하는 것이었고, 전쟁 후에는 상처 입은 세상을 위해 음악이 해야 할 일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독일 음악을 연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생상스를 포함한 여러 음악가가 '프랑스 음악 방어 연맹'을 조직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라벨은 이 연맹 가입을 거부했다. 독일의 전쟁 행위에는 반대했지만, 예술이 정치적 갈등이나 민족주의로 제한되어 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독일 음악을 금지하는 것은 음악적 자유를 해치는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라벨의 이런 태도는 프랑스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 연주를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개방성이었다. 이러한 신념들은 그에게 지적 편견이 있다는 평을 만들었지만, 그의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원칙은 단 하나였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1920년대, 라벨은 미국 여행에서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경험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긴밀하게 소통하는 음악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음악은 대중과 멀찍이 서서, 고고한 자태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지 않았다. 재즈였다.

그는 듀크 엘링턴과 폴 화이트먼 같은 재즈 거장들의 실황 연주를 직접 듣고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 실황 연주를 접하고는 큰 충격에 빠졌다. 라벨은 거슈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재즈가 대중과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예술임을 깨닫는다. 그는 이후 자신의 피아노 콘체르토에 재즈의 요소를 독창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라벨은 재즈의 복잡한 화성이나 리듬감, 여러 조성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조성(Polytonality)에 끌렸다. 그것은 재즈를 만나기 전부터 그가 본능적으로 갈망하던 음악적 욕망이기도 했다. 청년 시절 '아파'에서 지녔던 실험 정신과 자유로운 표현의 욕망, 그 모든 것이 재즈를 만난 순간 운명처럼 다시 타오르지 않았을까. 그는 본능적으로 재즈를 받아들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그는 재즈를 단순한 유행 음악이 아니라 유럽의 전통 클래식 음악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렬한 예술 형태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미국인들에게 '재즈의 가치를 지켜내달라'는 호소가 담긴 칼럼까지 기고하며, 재즈의 깊이 있는 가치를 알리려 했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즉시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작곡에 돌입했다. 본디 협주곡이란 '교향곡과 독주곡의 합인만큼, 작곡가의 어법의 총체와 같아 그 능력의 증명 도구가 되어왔다. 솔리스트의 악마적일 정도의 기량을 뽐내는 카덴차는 협주곡의 백미다. 하지만 라벨은 반대 방향을 향했다. 그는 이 콘체르토의 이름을 '디베르티씨망(Divertissement)'이라고 짓고 싶어 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희유곡(遊曲)' 정도 되겠다.

유럽의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보면서 미국에서 경험한 재즈의 자유로운 해방감을 선물하고 싶었던 걸까. 대중과 소통하고 함께 즐거움과 회복의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을 담고 싶었던 걸까. 그의 카덴차는 편안하고 쉽다. 직설적인 슬픔과 기쁨이 오간다. 학식과 상관없이, 재즈라는 새로운 문화,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음악을 파리에 들여왔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온갖 오묘한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재즈의 블루 노트나, 리듬, 화성, 벨 에포크와 제1차 세계대전을 지낸 그의 삶, 그리고 회복을 바라는 신고전주의의 이성적 형식 간의 기묘한 콜라주를 맛볼 수 있다.

예술적 추방자에서 이제는 작곡가로서 파리의 중심에 서 게 된 라벨은, 편안하고 가벼운 옷을 입기로 결심했다. 무겁고 어려운 옷을 벗어던지고, 당시 패션계에서 유행하던 '데푸이망(depouillement)'의 개념에 공감했다.

데푸이망은 전쟁 전의 사치스러운 장식과 불필요한 디테일을 덜어내고, 오직 핵심과 본질만 남기는 절제된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는 전쟁 이후 예술가들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단순함과 본질로 돌아가려는 미학을 추구한 흐름과 관련이 있었다. 과장됨에서 벗어나 현실에 발을 디딘, 실용적이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경향이었다. 전쟁 후의 세계에서, 라벨은 음악이 더 이상 왕좌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가장 값비싸고 희귀한 것이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한 그릇의 따뜻한 수프 같은 것이어야 했다. 들으면 웃을 수 있는 음악,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하는 한바탕 축제 같은 음악, 누구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선율을 세상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음악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비평가들이나 동료 작곡가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무시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기꺼이 가벼워지기를 택하는 것은 진정으로 음악의 본질적인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우선 생각하고, 세상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키와 체구가 모두 자그마한 그였다. 그런 그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반드시 참전하겠다며 군에 지원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미 40대였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도 있었기에 굳이 전장에 나설 필요가 없었지만, 그는 기어코 군인이 되겠다고 버텼다. 결국 운전병으로라도 가겠다고 우겨 참전했다. 그는 포화 속에서 부상병을 이송하고, 밤에는 군수물자를 옮겼다.

전쟁이 끝났을 때, 그는 심각한 건강 악화를 겪었고,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 여섯을 잃었다. 그는 전사한 친구들을 위해 6악장으로 된 '쿠프랭의 무덤'을 작곡하고, 각 악장을 친구들에게 헌정하며 그들의 죽음을 기렸다. 그뿐인가. 전쟁에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비트켄슈타인을 위해 왼손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협주곡을 작곡한다. 이 협주곡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두 협주곡의 작곡을 마무리하고 그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충격으로 뇌질환이 발병하며 창작 능력을 잃는다. 결국 1937년에 눈을 감는다.

그의 친구이자 음악학자 롤랑 마누엘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마법사는 모든 힘과 마력을 끌어모아, 마지막 주술로 화답한다."

가장 높을 때 가장 가벼워지기를 서슴지 않았던 라벨. 정신과 생으로 사람을 위한 음악을 쓰고, 육체와 삶으로 전쟁에서 사람들을 도왔다. 그는 전쟁 이후 프랑스에서 수여하고 하는 모든 영예를 다 거절했다. 그의 참전에 대한 열망은 애국심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생애 내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존재했다. 고전주의에도, 인상주의에도, 클래식 음악에도, 재즈에도, 프랑스에도, 스위스에도, 스페인에도. 그는 자신의 음악으로 모든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을 품었을 '추방자'이자 '해방자'였다.

너무도 궁금했던 인물이기에 Op.23에 소개된 모리스 라벨 부분을 옮겨 봅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소개한 모리스 라벨 말고도 여러 인물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Op.23 책으로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믹스커피 #O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들고 지칠 때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의 문구가 위로와 용기를 줄 때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 속의 한 문구가 우리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할 수 있다. 이런 좋은 문구를 모아 놓은 책이 없을까? 있다. 바로 #백년의질문베스트셀러필사노트 이다. 

#리텍콘텐츠 에서 출판된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 노트엔 112권의 책이 소개된다. 

그중에 저자인 김태현 작가가 읽고 좋았던 부분을 모아 놓았다. 

참고로 좋은 책을 읽고 싶다거나 주위에 좋은 책을 추천할 때,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추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모른 채 한 문장을 옮겨 놓았기에 저자가 느꼈을 깨달음과 카타르시스를 이 책의 독자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태어나기까지 그 책 속에 녹아 있을 원작자의 고민과 하고픈 이야기의 속내를 모르니 조금은 답답함도 느꼈다. 

112가지의 문장 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는 책을 시작하는 첫 번째이다. 


미움을 내려놓는 일

용서했다고 해서 반드시 화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는 일이다. 여전히 속상하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용서는 남은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_ 한창욱,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는 일이라는 문구가 나의 마음을 때렸다. 결국 용서란 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행위라는 것. 이걸 한창욱 작가는 어떻게 알았을까? 용서에 대한 작가의 고뇌와 생각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문장이다. 


 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는 혼자 여행을 떠날 때 기차나 버스 안에서 한 문장을 읽고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다시 되새김질해 보는 혼자만의 고독이 필요한 책이다. 그 속에서 깨달음과 지혜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