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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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가지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땐 내가 왜 그랬지?'하며 부끄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킥을 날린 적도 있겠죠? 그런데 나쁜 기억을 지워 준다니 이런 고마울 때가^^ 그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 생각했던 것과 다른데!

과거를 떠올리는 '지금', 과거에 경험했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의미 부여를 바꾼다면 과거는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미래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어떤 일에서든 결단을 내릴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자와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 주인공들이 나눈 대화를 엮은 것입니다.

저자가 본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는 <봄날은 간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똥파리>, <수상한 그녀>, <마더>, <리틀 포레스트>, <8월의 크리스마스>, <터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그 후>, <싱글라이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 <박하사탕>, <복수는 나의 것>, <버닝>, <동주>입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동주' 둘뿐이라는게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책을 줄이고 영화를 봐야 하나?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 정원.

그는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그때 나타난 주차단속 요원 다림. 그녀로 인해 잠깐이나마 삶이 행복했고,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치의 병을 숨긴 채 다림을 만나오던 정원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아무 소식 없이 행방을 감춘 정원을 기다리던 다림은 배신감에 사진관에 돌멩이를 던지고 떠나갑니다.

퇴원 후 사진관으로 돌아온 정원에겐 전근 간다는 다림의 편지가 도착했고,

시한부 인생이기에 다림을 잡을 수 없었던 정원의 안타까움 속에 영화는 끝이납니다.

해피 엔딩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착잡했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속 주인공 정원은 다림을 잡기 위한 편지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진 채 철학자에게 상담을 청합니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16편의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의 핵심과 고민을 풀어 놓았기에 책을 읽는 동안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합니다. 영화 속에 담긴 인생의 목적과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하니 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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