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92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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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저자 로버트 홀드스톡은 자국의 민담과 전설, 역사를 활용해서 하나의 신화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의 제목에 쓰인 미사고는 신화(myth)와 심상(imago)를 결합한 말로, 그야말로 현대에서부터 거슬러올라가 신석기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광활한 시간의 공간을 단지 영국땅에서 최후에 남은 원시림안에 담았다.

영국에서 숲은 전설에서 대단히 중요한 공간인데, 켈트족에게 신성시되는 공간이고, 드루이드가 활동하던 공간이다. 주인공의 집안은 숲 바로 옆에 집이 있었고, 아버지부터해서 차츰 이 신화적 공간으로 접근해간다.

이 세부자가 숲에 접근하게되는 최초의 계기는 '미사고'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미사고'는 각자의 집단무의식의 세계에서(여기서 융의 이론이 접목된다) 탄생하는데, 각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그리하여 결국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시기에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원형적 신화세계 혹은 전설들.

역사를 거슬러가며, 하지만 서로의 시간은 혼용되며, 기존의 세계에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바로 '미사고'를 중심으로.

자국의 신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판타지가 참 많은데(나는 반지의 제왕도 이런 계통에 속한다 본다) 저자 또한 신화와 민담, 그리고 그 바탕의 집단무의식을 소재로 훌륭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미사고의 숲'에서 그리 하였듯이, 저자 또한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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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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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에게는 특유의 비인간성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오에 겐자부로에게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대단히 인간적이고 온화하면서도 내면이 강인한 지식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오에 겐자부로의 가족사(장애를 가진 아들)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소설에서 자신의 아들을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경험에 대해 잘 서술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는 '연민'이라는 감정을 아는 작가가 되었다.(개인적으로 나는 이 점에서 오에 겐자부로를 나쓰메 소세키보다 높이 평가한다)

이런 그의 풍모는 이 책 '읽는 인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이 에세이집에서는 저자의 독서법과 '문체', 그리고 독서와 창작의 되먹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한 자신이 독서 가운데 받은 영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 자신이 설명하는 자신의 문학세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오에 겐자부로도 만날 수 있다. 분명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임에도 그는 겸손한 사람이며,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깨닫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독서.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오에 겐자부로에게 매혹된다. 역시, 이래서 독서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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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ㅣ 생각의 시대 1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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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가정에 들어오기 전, 우리의 공부는 지식을 쌓는 것이었다. 지식을 많이 암기할수록 시험을 잘 보았고, 지식이 많고 그 지식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AI의 시대이고, AI가 가진 지식의 양은 한 인간이 평생을 공부한다 해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양이다. 즉, 이제 인간은 기계가 달성하기 어려운 영역을 학습해야만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고, 저자는 '생각'이라는 것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을 찾았다.

사실 '생각'은 지식이 쌓이기 전에 지식을 찾는 도구였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발달하였는데, 이 시대는 인간이 그 동안 누적되어온 지식들을 패턴별로 파악할 뿐만 아니라 그 패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시기이다. 이 시기 인간이 가지게 된 생각의 도구는 메타포라, 아르케, 로고스, 아리스모스, 레토리케 즉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로 번역되는 이 다섯가지이다.

인간은 언어를 가지고 있어, 지식의 전달과 축적이 바로 이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축의 시대에 이르러 인류가 최초로 '보편성'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조종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살아남고 번영하려는 실존적 욕망이며, 여기에서 우리는 학문과 종교를 발전시키게 된다.

사실 초기문명의 많은 곳에서도 나름 학문과 종교가 발전하지만, 저자가 고대 그리스를 주목한 이유는 그 사회가 각 시민들이 자유를 가지고 있어 타인을 설득하고 토론할 필요가 존재하였고, 여기에서부터 여러 생각의 도구들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경험할 필요가 있었고, 여기에서부터 메타포라(은유)가 등장한다. 그리고 바로 이 은유가 모든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그 은유로부터 추상화가 발달하고 바로 이 추상화가 모든 창의적 작업의 산실이다.

고대 그리스의 다섯가지 생각의 도구로 인간은 이제까지 많은 지식을 쌓아왔지만, 이제 그 지식의 영역은 기계가 담당하게 된 현재, 저자는 우리가 다시 고대 그리스의 다섯가지 생각의 도구로 돌아가 창의성을 향상시킬 것을 주장한다. 이제 인간에게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 교육법을 고대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당장 우리가 AI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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