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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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망, 특히 참척의 경우 나는 박완서 소설가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만한 작품을 본 적이 없고, 이번에는 오랜 세월 함께 삶을 살아온 배우자의 사망을 받아들이는 에세이로 이 '달밤 숲속의 올빼미'가 꼽힐 듯 하다.

저자 고이케 마리코와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는 같은 글을 쓰는 동업자이자 삶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각자 자신들이 글을 쓰는 장르는 달랐지만, 두 사람 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같은 꿈을 꾸며 같은 지평을 함께 걸어온 사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가 말기암을 진단받으며, 짧은 투병 생활 후 사망하자, 고이케 마리코는 상실 속에서 삶이 붕괴될 상황에까지 이르른다. 그때 어느 잡지사에서 그녀에게 에세이를 청탁했고, 그녀는 자신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외부의 시간과 자신의 내부에 고여있는 시간의 간극 사이에서 서서히 자신의 슬픔과 애도를 잔잔하게 그려낸다. 남편과 함께 사랑했던 시간들, 그리고 혼자 외로워하던 시간들. 거대한 상실은 극복될 수는 없으나, 그녀는 점차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결국 살아감을 선택한다. 세상과 나의 '어긋남'을 받아들이면서.

사실 나는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일단 그녀의 주된 장르는 호러이고, 난 일본 호러 소설이라면 질색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글에 실어보내는 그녀의 글솜씨는 과히 대가이고, 그리하여 감히 박완서 소설가님의 작품과 이렇게 나란히 두었다. 국적과 주된 장르는 달라도 두 분 다 확실히 대단한 명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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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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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지만, 그 이전에 평생을 생태학자로 살았고, 특히 젊은 시절에 남편과 함께 칼라하리에서 사자와 과거 그 생태가 알려지지 않았던 갈색 하이에나 등을 7년 동안 연구 및 관찰하여 대단히 큰 학문적 업적을 쌓았다.

이 책 '칼라하리의 절규'는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가 자신들이 7년 동안 칼라하리에서 연구하면서 겪은 일을 기록한 연구에세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나는 이 연구의 시작에 있어 부부의 열정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그들에게는 확정된 연구지원금도 없었고 안전도 담보되지 않았다. 연구 초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하늘이 도와 생명을 부지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부터 160Km, 물도 없고 식량도 없고 야생동물들과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서 그야말로 언제라도 고장날 수 있는 낡은 지프가 유일한 생명선인 상황에서 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은, 과연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어디까지 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다. 그깟 야생동물의 생태를 알아내는 것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제인 구달로 인해 우리가 침팬지를 이해하게 되고 거기로부터 인간을 또 다른 차원에서 알게 된 것처럼,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의 연구는 결국 우리가 지구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보존해야 함을 알게 된다.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로 인해 나는 사자와 갈색 하이에나, 자칼 등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명체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다른 생물들을 멸종시키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바램은, 만약 한민족이 통일이 된다면, DMZ 안의 자연은 정말 온전히 보존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지구상에 DMZ만큼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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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 20억 년간 작동해온 생존과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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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생김으로써 생물은 다양성을 가지게 되었고, 진화는 더욱 빨라졌지요. 인간까지 이르게 된 섹스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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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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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어슐러 K.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어슐러 K.르 귄의 단편소설집 '바람의 열 두 방향'에 있는 단편소설로,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인 오멜라스에 감춰진 비밀, 즉 도시 중앙의 감춰진 지하실에 한 아이가 학대받는 대가로 모두가 행복한, 그리하여 누군가가 학대받는 아이를 구한다면 그 행복은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그 소설처럼 이 '콜카타의 세 사람'은 한 소녀의 억울한 죽음과 그 죽음의 불합리함을 눈감는 대가로 행복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립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인도라는 나라는 대단히 혼란스럽고 권력층은 부패했으며 대중들은 무식합니다. '지반'은 동네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마디를 남겼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테러범과 한패로 체포됩니다.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의 결백을 증언해줄 수 있는 히즈라인 '러블리'와, '지반'의 학교 선생이지만 테러를 기점으로 점차 부패한 정치인에게 협조하게 되는 '체육 선생'이 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평범하고, 또 어느 정도는 정의로웠지만, 자신들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결국 '지반'을 배반하고, '지반'은 사형을 당하지요.

저자는 자유자재로 세 사람의 시점을 오가면서 각자의 내면을 비추고, 각자의 선택을 드라마틱하게 엮습니다. 그리하여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우리들에게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을 이야기하지요. '러블리'와 '체육 선생'은 자신 앞의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 한 사람에 대한 정의에 눈감았지만, 누군들 그 선택에 감히 쉽게 비난을 할 수 있을까요.

저자인 메가 마줌다르는 인도의 심각한 사회불평등과 정교한 부패의 사슬 속에서 살아가는 인도인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줍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도 과거에는 이러한 모습이었겠지요. 아니, 어느 선진국에서라도 나타날 수 있는 비극입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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