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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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망, 특히 참척의 경우 나는 박완서 소설가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만한 작품을 본 적이 없고, 이번에는 오랜 세월 함께 삶을 살아온 배우자의 사망을 받아들이는 에세이로 이 '달밤 숲속의 올빼미'가 꼽힐 듯 하다.

저자 고이케 마리코와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는 같은 글을 쓰는 동업자이자 삶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각자 자신들이 글을 쓰는 장르는 달랐지만, 두 사람 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그야말로 같은 꿈을 꾸며 같은 지평을 함께 걸어온 사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남편 후지타 요시나가가 말기암을 진단받으며, 짧은 투병 생활 후 사망하자, 고이케 마리코는 상실 속에서 삶이 붕괴될 상황에까지 이르른다. 그때 어느 잡지사에서 그녀에게 에세이를 청탁했고, 그녀는 자신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외부의 시간과 자신의 내부에 고여있는 시간의 간극 사이에서 서서히 자신의 슬픔과 애도를 잔잔하게 그려낸다. 남편과 함께 사랑했던 시간들, 그리고 혼자 외로워하던 시간들. 거대한 상실은 극복될 수는 없으나, 그녀는 점차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결국 살아감을 선택한다. 세상과 나의 '어긋남'을 받아들이면서.

사실 나는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일단 그녀의 주된 장르는 호러이고, 난 일본 호러 소설이라면 질색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담담히 글에 실어보내는 그녀의 글솜씨는 과히 대가이고, 그리하여 감히 박완서 소설가님의 작품과 이렇게 나란히 두었다. 국적과 주된 장르는 달라도 두 분 다 확실히 대단한 명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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