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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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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소설처럼 좁은 사회 안에 겹겹이 다층적인 문화적 배경이 존재하는 소설은 또 없지 싶다.

소설은 평화롭게 살던 어린 소년이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부유한 이슬람 상인에게 팔리면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소년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던 아버지의 부유한 친구가 자신을 위해 데려가는 것으로 알지만 점차 성장할수록 소년은 일종의 노예와도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상인의 의도대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어느 정도 자라서는 상인의 상단과 함께 큰 이익을 기대하며 아프리카의 오지에 고생고생하며 찾아가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비이성적인 폭력과 냉대였고, 상단은 큰 실패를 안고 귀환한다.

이 소설 속 아프리카는 단순히 원주민만이 사는 곳은 아니다. 일단 부유한 힌두교도 인도인 상인들이 계층의 상단에 존재하고, 아랍계 이슬람 상인들도 나름 그 지역에서 터를 잡고 상업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정글 깊숙한 곳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살고, 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덕과 비도덕 사이를 헤쳐나간다. 그리고 그들 위에 점차 드리워지는 백인들의 제국주의적 정부, 그리고 이어지는 수탈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자연. 마치 낙원과도 같은 곳.

어쩌면 작가는 이토록 촘촘한 아프리카의 계급관계와 인간들의 삶을 이렇게 밀도감있게 그려내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아직 모르던 아프리카의 내밀한 속살을 너무나 여과없이, 솔직하게 그려낸다. 그야말로 거장의 솜씨.

역시 노벨문학상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상이 아니고, 또 이런 작가를 찾아내는 노벨위원회야말로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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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34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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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의 소설은 읽기에 난감하다. 나는 미셸 우엘벡만큼 성에 대해 난잡하고 동물적으로 쓰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플랫폼'이 그랬고, 이 책 '소립자'도 그렇다.

'소립자'에서는 이복형제인 브뤼노와 미셸이 등장하는데, 일단 이 두 형제의 어머니가 대단히(?) 자유분방하고, 또 브뤼노가 자신의 성욕을 주체못하고 지저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난잡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이런 성적인 표현만이 중요하다면 이 '소립자'는 그토록 큰 찬사를 받지 못하였으리라.

'플랫폼'과 '소립자'의 성적 표현은 서구 사회가 직면한 도덕적 위기를 증명한다. 등장인물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자신들의 자유를 주체하지 못하고, 특히 성적인 자유 속에서 존재의 위기에 고통스러워한다. 저자는 난잡하게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서구사회에 대한 음울하고도 해학적인 초상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절망하고야 만다. 이것이 '플랫폼'까지의 이야기이지만, 이 '소립자'는 바로 그 절망을 딛고 미셸이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이야기가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진정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 인류의 시작으로.

미셸 우엘벡은 차마 잘 읽히지 않는 난잡함과 지저분함으로 독서가 쉽진 않지만(그러나 포르노가 아니라 그 안에 미묘한 고통이 존재한다) 읽고 난 후에는 잠시 눈을 감게 만든다. 가슴 속 깊이 차오르는 안타까움과 연민.

그래서 나는 미셸 우엘벡을 다시 찾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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