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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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추리소설이 있을 줄...ㅡㅡ;;;

알고보니 이 소설의 저자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였단다....그러니 내가 미처 몰랐지...(추리소설 장르는 즐겨 읽지 않는지라...)

일단 이 '기나긴 이별'은 아주 고전적인 추리소설로서(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한다면 당연하겠다), 고전적 추리소설로서의 모범을 100%보여준다. 산전수전 다 겪고 우울함을 띄면서 삶을 살아가는 옛 형사, 비밀로 가득찬 부호와 절제되지 않고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상류층의 부부들, 그리고 그들 주위의 범죄집단 등 그야말로 지금 시점에서는 클리셰에 가득한 고전적인 캐릭터 세팅이다. 그리고 사건 전개나 탐정의 추리 과정 등 그야말로 추리소설계의 교과서다.

하지만 그만큼 훌륭한 추리소설임이 분명한게, 모범적이며 정석적인 전개를 보이는 고전이 바로 읽을 가치가 있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고전적이고 또 그만큼 훌륭하고 예술적이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과 마지막 반전까지.(만약 내가 현대의 추리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을 테다. 지금에서는 좀 고전적인 반전요소라...)

아마도 그런 고전으로서의 가치로 인해 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선택되었지 싶다.

솔직히 이번에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시리즈의 넓은 스펙트럼이 더 놀라웠다. 추리소설쪽 고전도 세계문학 시리즈에 포함시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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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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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정신과적인 질환이나 장애의 경우, 연구자나 의사같은 제3자는 당사자의 가족이나 보호자보다는 당사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당사자와 함께 살고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큼 당사자의 문제에 대해 접근할 방법이 없는 것이 바로 장애와 정신과적 질환이다.

이 책은 세계적 뇌과학자인 헨리 바크람이, 자신의 친자식인 카이가 자폐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면서 기존의 자폐이론에 대한 문제점을 깨닫고 뇌과학의 측면에서 자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세우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뇌과학자일지라도 자식의 자폐에 대해 무능하고 무력함을 느낄 때의 절망감과 그럼에도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며 결국은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는 모습을 저자는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결과 자폐가 지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뇌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결국은 그들이 인간의 천재성 뒤의 그림자임을 알아내는 과정은 대단히 감동적이다. 그리하여 헨리는 아들이 타인과는 다른 세계, 즉 조금 더 조용하거나 혹은 격렬한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은 그것을 존중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세상에 공표함으로써 결국 세상의 모든 자폐아동의 보호자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카이는 비록 자폐아로 태어났고, 그로 인해 성장기에 사회에서부터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부모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아니, 아들을 사랑한 덕분에 헨리는 뇌과학계에 엄청난 업적을 쌓았다.

모든 일은 새옹지마. 결국 우리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타인을 사랑하고 삶을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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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 문학적 우정을 찾아서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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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사이의 우정에 관해 동양에서는 기원전부터 '지음지교'라는 유명한 사자성어가 존재했다.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대단히 외로운 길이지만,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예술가로서는 더 바랄게 없을 게다.

이 책에서는 특히 근대 이후의 여성 작가들과 그녀 주위의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자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여성이 글을 쓰고 또 그것으로 자립하게 된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였고, 그때에도 사람들은 글쓰는 여성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겼더랬다. 아마 그만큼 외롭고 고독했던 길이었지만, 그래도 이 책에 있는 여성작가들에게는 특별한 친구들이 있어 그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남성작가들 사이의 우정은 고대부터 이야기되어 왔지만, 여성들의 우정은 오랜 세월 무시되어오다가 여성들이 글쓰는 직업을 갖게 된 후에야 세상에서 왜곡됨 없이 이야기될 수 있었다.

남성 작가들과는 다른, 여성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따스한 우정 속에서, 여성 작가들은 성장하고 변화하며 자신의 예술을 완성했다. 이런 우정들은 우리에게 파편적으로 전해져왔으나 저자는 이렇게 책 한 권에 담아두어, 우리가 여성작가들에게 특별한 우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모아놓았고, 덕분에 우리는 여성작가들이 서로의 우정 속에서 예술적 성취를 향해 나아갔음을 알 수 있다.

'지음지교'는 남성에게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아름다운 사자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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