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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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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 출신 소설가여서인지 오스만 투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많다. 이 '하얀 성' 또한 오스만 투르크를 배경으로 해적에게 납치되어 노예가 된 베네치아 출신 과학자와 오스만 투르크의 궁성에서 황제에게 총애를 받으려고 애쓰는 투르크인 과학자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14~16세기에 일어났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이전에는 유럽보다 이슬람의 과학 수준이 단연코 뛰어났다. 역사적으로는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유럽과 이슬람의 교류와 동로마 제국 멸망으로 인한 학자들의 유럽 이주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일 정도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인 17세기에 이르면, 이슬람 세계보다는 오히려 유럽 쪽이 과학 지식이 월등하고, 투르크인 과학자는 자신의 노예인 베네치아 과학자에게서 지식을 받아 그것으로 궁성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 더구나 대단히 유사한 그들의 외모와 업무적인 협력 관계는 마치 그들이 쌍둥이처럼 보이게도 한다. 특히 서로 지식을 공유하다가 과거사까지 알게 된 그들은 흑사병의 극복을 계기로 동지애가 싹튼다. 그러다 결국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시작하고, 서로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다가, 정치적 격변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에까지 이르른다.

저자가 두 사람의 활동지로 그린 이스탄불은 그 당시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으로서, 여기서 서양과 동양의 정체성이 직접적으로 맞닿으며, 이는 두 인물들의 정체성이 서로 만나 결국은 동양과 서양의 정체성, 개인과 개인과의 정체성이 만나는 상징적인 곳이다. 두 인물은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결국은 '나는 왜 나인가'의 문제에 다다른다.

오르한 파묵이 다루는 역사와 배경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인간의 문제는 이곳과 동일하며, 그러므로 그가 가지는 문제의식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리하여 나는 오르한 파묵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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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이라영 지음 / 동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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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안 살 수가 없지요.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 꼭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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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페리온 을유세계문학전집 11
프리드리히 휠덜린 지음, 장영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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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이 '휘페리온'은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작일 것이며, 젊은이의 성장을 다룬 소설 중 단연 뛰어난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은 그리스 청년 휘페리온이 독일인 친구 벨라르민과 연인 디오티마와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그리스는 이상적인 자연이 있는 장소로 저자는 그리스 문명을 이상화하며 그리스의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삶의 목적과 임무에 대해 고뇌한다. 휘페리온에게 그리스는 인간과 자연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전일한 장소이며 따라서 그 당시 있었던 그리스 독립전쟁에 대한 유럽 젊은이들의 환상도 나오지만, 휘페리온은 결국 현실에서의 좌절을 맛보고, 열정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음도 깨닫는다. 그리하여 결국 성장에의 신화처럼 그는 성장과정에서 고통을 겪고 모험에서 돌아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운동 뒤에 존재했던 젊은 열정이 느껴진다. 특히 이상주의와 순수주의, 영웅주의를 추구하는 이런 이념이 결국은 나치즘으로까지 연결되지 않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젊은 시절이 아니면 인생의 어느 시절에 순수와 이상을 추구하겠는가? 그같은 열정으로 불같이 젊은 시절을 살아낸 사람이야말로, 그같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중년에 이르러 깊은 자기 성찰에 이르를 수 있으리라.

그야말로 청춘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독일 교양 소설. 아마도 이런 세계를 꿈꾸었기에 횔덜린에게 현실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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