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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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이후 물리학은 우리의 직관적 이해의 차원을 넘어섰고, 우리가 가졌던 상식은 현대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게 되어, 많은 일반인들은 물리학을 어려워하거나 혹은 이해를 포기한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가끔 학문적 업적도 높지만 소통도 잘하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등장해 어려운 물리학 개념에 대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리처드 파인만이 그랬고, 최근에는 카를로 로벨리가 그렇다.

카를로 로벨리는 양자중력이론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론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이론물리학자가 이러기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특히 중력과 관련하여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근대 사회에 들어와 우리에게 시간은 객관적이었다(그래야 기차나 항공기가 문제없이 다닌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은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며, 물리학적으로 시공간은 전자와 같은 물리적 물체이며, 파동처럼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음을 밝힌다. 우리가 가진 시간 개념은 과거의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노력이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특히 저자는 시간에 대해, 시간의 '최소'간격이 존재하며, 이 간격 이하로 내려가면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보더라도 시간으로서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세계가 미묘하게 분리돼 있으며 연속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즉 세상은 양자 사건들의 방대하고 무질서한 그물인 것이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은(즉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엔트로피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의 엔트로피가 낮았다는 것 뿐인데(다만 이것은 우주 전체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로 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아를 형성하고 우리 각자를 세상에 대한 '하나의 관점'으로 동일시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사'이고 이야깃거리이며 시간의 내적 의식이 존재의 지평이 된다.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사건 사이에 존재하는 이 선택이 우리 정신 구조의 핵심이 되며, 앞날을 예측하려는 우리의 연속적인 과정과 결합한 기억이 시간을 시간으로, 우리를 우리로 느끼게 하는 원천이다. 즉 시간은 본질적으로 기억과 예측으로 만들어진 뇌를 가진 인간이 세상과 상호 작용을 하는 형식이며, 우리 정체성의 원천인 것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 책에서 현대 물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변천해온 '시간'의 의미와 물리학적인 개념, 그리고 '시간'의 철학적 의미까지, 어쩌면 문학적이라고 할만큼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다. 덕분에 나는, 물리학이 아름다울 수도 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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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고의 숲 열린책들 세계문학 92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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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저자 로버트 홀드스톡은 자국의 민담과 전설, 역사를 활용해서 하나의 신화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의 제목에 쓰인 미사고는 신화(myth)와 심상(imago)를 결합한 말로, 그야말로 현대에서부터 거슬러올라가 신석기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광활한 시간의 공간을 단지 영국땅에서 최후에 남은 원시림안에 담았다.

영국에서 숲은 전설에서 대단히 중요한 공간인데, 켈트족에게 신성시되는 공간이고, 드루이드가 활동하던 공간이다. 주인공의 집안은 숲 바로 옆에 집이 있었고, 아버지부터해서 차츰 이 신화적 공간으로 접근해간다.

이 세부자가 숲에 접근하게되는 최초의 계기는 '미사고'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미사고'는 각자의 집단무의식의 세계에서(여기서 융의 이론이 접목된다) 탄생하는데, 각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그리하여 결국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시기에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원형적 신화세계 혹은 전설들.

역사를 거슬러가며, 하지만 서로의 시간은 혼용되며, 기존의 세계에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바로 '미사고'를 중심으로.

자국의 신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판타지가 참 많은데(나는 반지의 제왕도 이런 계통에 속한다 본다) 저자 또한 신화와 민담, 그리고 그 바탕의 집단무의식을 소재로 훌륭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미사고의 숲'에서 그리 하였듯이, 저자 또한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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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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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작가들에게는 특유의 비인간성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오에 겐자부로에게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대단히 인간적이고 온화하면서도 내면이 강인한 지식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아마도 오에 겐자부로의 가족사(장애를 가진 아들)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소설에서 자신의 아들을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경험에 대해 잘 서술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는 '연민'이라는 감정을 아는 작가가 되었다.(개인적으로 나는 이 점에서 오에 겐자부로를 나쓰메 소세키보다 높이 평가한다)

이런 그의 풍모는 이 책 '읽는 인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이 에세이집에서는 저자의 독서법과 '문체', 그리고 독서와 창작의 되먹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한 자신이 독서 가운데 받은 영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 자신이 설명하는 자신의 문학세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한 인간으로서의 오에 겐자부로도 만날 수 있다. 분명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임에도 그는 겸손한 사람이며,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깨닫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수단은 독서.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오에 겐자부로에게 매혹된다. 역시, 이래서 독서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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