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에세이 1 - 혼란 속에서 피어난 철학의 향연, 개정증보판 동양철학 에세이 1
김교빈.이현구 지음, 이부록 그림 / 동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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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동양철학에 대한 책들을 읽게 되어 접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동양철학, 그중에서도 중국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춘추전국시대에 펼쳐졌던 제자백가의 사상들을 다룬다.

이 책 전에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를 읽어서 그런지 중국 철학을 보다 쉽게 이해해주는 책인 듯 싶다. 가능한한 쉽게 풀어쓰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데 이는 저자들의 상당한 내공을 짐작케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강의'와 읽는 순서가 바뀌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강의'도 좋은 책이지만 동양철학에 보다 편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더 낫다는 것이 내 생각. 그만큼 잘 쓰였다.

단지 궁금한 것은 중국철학이 동양철학을 다 대표하나? 동양이라고 하면 중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의 철학까지는 다루었어야 동양철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의구심은 든다. 너무나 당당히 동양철학이라고 써놓고는 중국철학만 다룬다면 이것도 한편으로는 좁은 시야가 아닐까 싶은 딴지 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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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2-25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ㅎㅎ 매일 꾸준히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서 멋지세요. 오늘도 잘 읽고갑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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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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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의 이 소설은 허구와 실제가 섞인 이야기입니다. 분명 랄프 로렌이라는 디자이너는 존재했지만 그를 둘러싼 저자의 이야기는 허구가 섞였지요. 하지만 허구가 무에 중요할까요? 중요한 것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겠지요.

주인공은 정말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고 이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주인공에게 공부를 그만할 것을 이야기하지요. 제자의 자리에서 쫓아낸 겁니다. 주인공에게는 가능성이 없다고요.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던 주인공에게 이는 실패의 순간입니다. 그는 그 실패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우연찮게 눈에 띈 편지 한 장으로 인해 랄프 로렌의 인생을 파헤치게 됩니다. 그리고 조셉 프랭클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지요.

이 책은 랄프 로렌의 인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타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주인공 또한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굳이 삶에 화려한 성공만이 목표가 되어야 할지를 되묻습니다. 화려한 성공이 없더라도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저자는 이야기하지요.

위로가 되는 소설입니다. 비록 이 사회에 큰 자리에 내가 서지는 않더라도 그럼에도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정직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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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2-24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궁금해지네요 ㅎㅎ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그늘이 있다는 걸 되새기면, 정말 성공만이 전부가 아니구나 싶어요.
 
환영의 도시 환상문학전집 7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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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저자의 헤인시리즈 중 아마도 제일 마지막 시기를 다루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우주의 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헤인인들은 우주를 개척하며 문명의 씨앗을 남겨왔습니다. 이들이 우주 곳곳을 다닌 이유 중 하나는 외래종족의 침입 때문이었지요. 이 중 개척자들의 후손들이 연락이 끊긴 본성을 찾아오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여기서 본성은 문명이 말살되었지요. 외계인은 이 본성을 공격하여 문명을 파괴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짓과 기만으로 야만상태로 돌아간 인류를 지배하지요. 그리고 이 외계종족들은 선조들을 찾아온 개척자의 후손들을 기만하고자 합니다.

사실 어슐러 k.르귄의 SF는 사고실험에 가깝습니다. 이 책 또한 노자의 도덕경이 계속해서 인용되지요. 동양 철학의 바탕 위에서 팔크는 진실과 거짓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저에게는 이번 책이 헤인시리즈 중 세번째 책인데 조금은 암울합니다. 아마도 문명의 절멸이라는 것이 그만큼 씁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헤인시리즈의 책이 또한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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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2-24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르귄 좋아해요 ㅎㅎ 르귄 에세이에서 노자 영향 받았다고 해서 노자 공부해야지 했는데 책만 쌓아두고 있네요 ㅎㅎㅜ
 
여자아이 기억
아니 에르노 지음, 백수린 옮김 / 레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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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었을 때 아니 에르노에게 적지않게 놀랐다. 어쩌면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를 깊숙하게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은 소설로 쓰지 않는다 하였다. 즉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일게다.

주인공은 십대 후반 아르바이트 삼아 캠프에 조교로 참석하였다가 지도교사에게 성폭행당한다. 하지만 그녀는 지도교사가 자기를 좋아해서 자기와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하지만 캠프가 끝난 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대상으로 추락했던 상태에서 점차 주체의 자리를 회복해나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저자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나의 20대 초반이 너무나 기억났다. 아이와 어른 사이의 혼란스러운 시기, 여러가지 일들이 나에게 닥쳤고 그 상황에서 나는 내 현실을 인정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아니 제대로 된 판단이 안되었었다. 저자 또한 부당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자신이 대상으로 추락한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싶어 했었다.

내가 놀라운 건 이 사건은 저자에게 너무나도 수치스러웠을 것인데 이를 깊숙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고통스러움과 수치심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용기이고 그녀가 계속해서 성장해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년의 저자가 18세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건이 그녀에게 고통스러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나 또한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이런 혼란스러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여자아이들에게는 이런 시기들이 닥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저자가 여자를 대상으로 보는 가부장적 사회의 압박 속에서 자신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이 나 또한 사회적인 기준에 내 자신을 맞추기 위해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었다. 즉 여자아이들에게는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기준이 사회적으로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일 게다.

따라서 10대 후반의 여자아이들에게 이것은 여성선배의 자기극복기이며, 또한 응원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저자가 자기 주체의 자리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설령 현재 무시무시한 수치감에 빠져있을 지라도 열심히 자신을 성장시켜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스스로의 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아니 에르노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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