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 - 돈과 기름의 땅, 오일샌드에서 보낸 2년
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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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픽 노블은 지은이인 케이트 비턴의 자전적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케이트는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기 위해 '돈'이 흘러넘친다는 앨버타의 오일샌드 광산으로 간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해야하지만, 그녀의 고향에서는 도저히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일샌드 광산은 주로 남자들이 일하는 곳으로서, 그녀는 험한 일을 하는 남초 사회에서 일하는 젊고 어린 여성으로 일상적인 성희롱을 당하며, 심지어 성폭행도 당한다. 일시적으로 그곳을 떠나기도 하지만, 옥죄어오는 대출금의 압박에 다시 그 험한 곳으로 간다.

처음에 나는 케이트가 당하는 성희롱과 성폭행을 보며 너무나 화가 났다. 그곳에서 여성은 같은 동료로 대우받기 보다는 희롱감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나 험한 일터, 즉 차별과 고립감, 환경파괴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곳이었고, 남성들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곳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면서 큰 정신적 상처를 입는 곳이었다.

케이트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환경 속에 거대한 기계 설비가 돌아가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소외되어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며, 결국 그들은 겨우겨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아픈 모습을 저자는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석유 산업에 대해서는 과거에 다른 책을 통해 읽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우리가 편하게 누리는 문화 깊숙한 곳에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몰랐다. 특히 회사에서 부품 취급을 받는 노동자의 모습은, 망가져가면서도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그런 모습들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저자 또한 그러하기에 이런 그래픽노블을 그린 것이리라.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정말 잘 읽었다. 글로 쓰인 것도 좋지만 이렇게 만화로 표현되는 것도 주제를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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