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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몰락 ㅣ 고전의 세계 리커버
오스발트 A. G. 슈펭글러 지음, 양해림 옮김 / 책세상 / 2019년 10월
평점 :
'서구의 몰락'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출간되어 서구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시대의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다만 이 책세상판 '서구의 몰락'은 저자의 집필 의도가 담긴 머릿말만을 번역하였다.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시리즈를 통해 문화유기체설을 주장하였고, 기존의 단선적, 직선적 역사관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를 읽는 기분이었다. 즉 사라진 귀족 사회에 대한 향수랄까?
19세기말부터 귀족들은 우아한 생활을 영위하고 자신의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졌지만 그것은 제1차세계대전으로 사라져버렸고, 많은 귀족출신 지식인들은 그것을 한 시대의 몰락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 귀족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와 문화 아래에서, 궁핍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하위 계층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결국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은 제1차세계대전이라는 큰 파열을 겪으며 무너진다. 즉 존재할 가치가 없는 시스템임에도 과거의 기득권층은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이렇게 '몰락'이라는 용어까지 쓰며 장황하게 자신들의 추억을 '고전'화 시키는 것이다.
나로서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 호기심에 읽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머릿말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그들이 추앙하던 문화는 당연히 스러질 존재였고, 그들이 비켜주지를 않았기에 세계는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렀다. 결국 이 '서구의 몰락'은 어제의 세계에 대한 기득권층의 향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