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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이 책만큼 책의 가치와 전혀 다른 엉뚱한 명성을 얻은 책이 있을까?
내 젊은 시절, 이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책으로 유명했었고,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당연히(?) 그런 것이라 여겨졌기에, 나는 도저히 이 책을 읽을 생각을 안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이 50에 뭐가 두려울까 싶어 읽었고, 이 책이 그야말로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일단 성적 표현은 분명 대단하고 야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소설을 자본주의와 현대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썼고, 그렇기에 성교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행위로서 그려진다. 산업사회의 기계적이고 메마른 풍경과 대비되는, 풍요롭고도 화려한 자연의 모습인 것이다. 저자는 산업사회에서 메마르고 생명력이 사라지는 육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적 접촉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단히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작품이며,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작품인데 그야말로 엉뚱한 방향에서 화제가 된 작품인 것이다. 물론 작가 또한 이 부분을 대단히 걱정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부분을 오해하였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에 대한 부담감만 내려놓으면, 현대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한다. 자연과 기계문명의 대비가 선명한, 그야말로 읽을 만한 고전소설이다. 뭐, 2025년 현재에서도 이 정도 성적 묘사가 부담스럽다면 할 말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