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12
존 파울즈 지음, 정영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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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도 느꼈지만 존 파울즈는 자아의 성장에 대해 대단히 스케일이 큰 드라마로서 이야기한다. 자아의 성장은 소설가의 주요 소재이지만 존 파울즈가 사용하는 스토리 전개는 대단히 전형적이지 않은 특성을 보인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회의에 가득 찬 젊은이이다. 사실 역사적으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존주의가 등장한 것도 그 당시 젊은이들이 주인공과 비슷한 심리상태였던 것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회의에 가득 찬 중산층 지식인으로, 일상적이고 무의미한 삶에 지쳐 그리스에 영어교사로 취업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무료한 삶을 보내던 그는 콘키스라는 부자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삶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일단 스토리의 전개는 처음에는 어떤 추리소설같다. 저택은 미궁을 연상케하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기묘한 진실게임을 벌인다.

즉 주인공은 연극이 탄생한 장소인 그리스에서 거대한 연극에 강제로 동참하여 잔혹하게 자신의 맨 밑바닥까지 보게되는 심리게임 실험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들은 생각은 저자가 이렇게까지 소설을 끌어내기가 대단히 힘들었겠다는 감탄 하나와 대단히 기분이 더럽다는 감정 하나다.

일단 주인공은 타인의 유도에 의해 실존적인 각성으로 이끌어진다. 그 과정은 거대한 오페라와 같지만, 그리고 주인공을 이끌어가는 과정은 마치 신이 우리를 냉엄히 내려다보는 과정을 비유한 것 같지만, 주인공을 유도하는 자들이 이 소설에는 인간들, 특히 권력과 부를 소유한 인간들인 것이 대단히 싫다. 마치 이 매혹적인 소재가 부유한 자들의 흥미꺼리로 한 인간을 소모하는 모습으로 비추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누군가의 인생을 단지 부유하다는 이유로 이토록 희롱해도 되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는 실험자들의 실험은 참으로 불쾌했다.

아무리 소설일지라도, 이렇듯 권력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실험자들의 실험의도가 아무리 선하다해도, 같은 인간이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의 자아를 이토록 희롱한 것에 대해, 나는 작가에게 호의를 베풀 수는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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