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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 전10권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 한길사 / 2007년 1월
평점 :
'겐지 이야기'는 내가 알기로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로 알고 있다. 무려 11세기 헤이안 시대에 쓰여진, 그야말로 일본이 자랑하는 불후의 명작이다.
읽어본 바, 솔직히 후대의 우리의 소설 '구운몽'에 비하면 그 길이나 예술성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나의 감상을 짧게 말한다면 일본판 구운몽이다. 겐지를 중심으로 여러 여인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한 집에서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딱 그렇다.
그렇지만 일단 한국의 '구운몽'과는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현대의 일본의 문화 및 정서의 원류가 어디인지 정말 실감나게 느꼈다. 이지메의 뿌리깊은 전통이라던가 겐지의 이중적인 윤리관 등 확실히 한국인과는 다른 정서가 물씬 풍긴다. 뭔가 인물들의 심리가 묘하게 비틀어져 보인달까? 특히 겐지의 유모가 자신의 죽음 직전에 찾아온 겐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유모의 자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흉물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심리였다.
어찌됐든 헤이안 시대의 귀족사회의 모습은 정말 생생하게 나온다. 그 시대의 문화와 가족관,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고 일본의 미의식도 대단히 유려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면, 일본 문화를 전문적으로 알고 싶거나 일본 문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전공자 아니면 굳이 찾아 읽어야 할 가치는 솔직히 모르겠다. 특히 나는 일본 정서 특유의 이중성이 너무나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