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밤 을유세계문학전집 75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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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마치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연상하게 한다. 아니 그보다 러시아의 9일밤 동안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것에서 '천일야화'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한 연금술사와 아홉밤동안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 소설은 연금술사가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천일야화적 분위기를 느끼고, 연금술사가 젊은이들과 대화를 통해 1820~30년대 러시아의 지식 세계를 비판하고(특히 계몽주의와 공리주의를 비판한다) 대안을 제시하는 철학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저자는 근대정신을 비판하는데 이는 현대에 있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맞닿은 부분이 있어 현재에도 충분히 생각할 가치가 있다. 또한 연금술사의 철학에는 20세기의 메타언어연구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근대 과학의 성과를 비판하기 위해 과거의 엉터리 과학을 끌어온 것은 작가의 시대적 한계가 아닐까 싶고, 또한 저자는 보편적인 원칙이 존재한다고 확신하지만 근대 이후 지식의 폭과 깊이, 넓이가 중세와는 비할 바 없이 증대된 현실에서 한 개인이 모든 지식을 다루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현실은 저자의 주장이 실현불가능함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근대 정신의 이면을 정확히 직시하고 자본주의의 위선과 자기합리를 통렬하게 비판한 점에 있어서 이 책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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