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옷으로 자신의 지위를 상징하거나 미를 추구해왔다. 신분별로 쓸 수 있는 옷색깔이 다른 경우도 있었고 입을 수 있는 의복의 형태 또한 달랐다. 특히 중세 이후 발달한 귀족사회에서 화려한 옷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절대적인 신분의 상징이었다. 오랫동안 천은 많은 노동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희귀한 재료였다. 하지만 산업시대에 들어서며 천의 가격이 내려가고 염색의 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아름다운 색상도 출현하게 되고 또한 패션을 통한 부의 과시도 부르조아 계층이 출현하게 됨에 따라 더욱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인간의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패션 또한 흑역사를 남기게 된다.

이 책은 일단 중세 이후에 우리가 패션의 유행을 말할 수 있을 절대왕권시대로부터의 패션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인간의 신체를 기형적으로 옥죄는 일이 빈번하였고, 아름다움을 위해 인간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특히 패션의 발전으로 인해 엉뚱하게도 동물이 희생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마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인간의 신체를 옥죄는 스타일이 많이 사라졌고(솔직히 나의 학생 시절 교복에 비해 요새 교복은 정말 편해 보인다) 비소와 납을 입고 발랐던 그 어이없는 일도 화학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로 많이 사라졌다(슬프게도 아직은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현재 우리가 마주친 가장 큰 흑역사는 패스트패션의 발전으로 인한 옷쓰레기의 문제이다. 특히 빠르고 싼 가격으로 생산되는 패스트패션은 엄청난 양으로 생산되지만 소비자도 한두번 입고 버리고 워낙 품질이 안좋아 재활용도 되지 않고 있다. 옷쓰레기들은 돌고 돌아 마침내 아프리카에 도달해서 산처럼 쌓여져 있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집을 짓고 가축을 기른다. 웬만큼 저가의 옷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그곳에서도 저가 옷은 도저히 재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한다.

선진국은 가볍게 옷을 소비하고 쓰레기는 후진국에 쌓이며 그 나라 환경을 망치는 이런 현실은 아마 우리가 현 시대에 마주한 가장 큰 패션의 흑역사일 것이다. 과거에는 패션을 소비하는 사람이 위해를 입었다면 지금은 소비하는 사람과 피해받는 사람이 따로 있기에 더욱 위험한 현상이리라.

우리가 지위의 과시와 미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왔고 패션은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 인간은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시정해왔지만 인간의 내면 속 욕구는 아직도 펄펄 끓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역사를 참고하며 우리는 보다 현명하게 아름다움을 누릴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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