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는 어딜 가는 차 안에서

아들이 '왕 단팥빵'을 10번 해보라고 했다.

틀리지 말고 하라는 거다.

입에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긴장을 갖추고

틀리지 않고 '왕'에 강세를 넣어 해봤다.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면

아들이 우리에게 내준 발음 테스트가 떠오른다.

<건지감자껍질파이북클럽>

제목 읽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건지는 뭐고 감자는 뭐고

감자 알맹이가 아닌 감자껍질파이는 뭐란 말인가?


책의 배경은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기부터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가 되는 건지 섬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했던 유일한 영국의 섬이었다.


건지 섬에 살고 있는 도시 애덤스는

자신이 구한 찰스 램의 책에 적혀있는 이름과 주소를 보고

당사자(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낸다.

도시는 줄리엣에게

건지 섬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힘들기에

찰스 램 책 관련 도움을 요청하며

편지를 주고받는다.

편지를 통해

독일군들 몰래 돼지를 잡아먹다가

북클럽까지 탄생하게 된 사연도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줄리엣은

건지 섬에 관한 르포를 쓰기로 한다.


1940년 건지 섬에 들이닥친

독일군 행렬과 나치 깃발이 펄럭이는 걸 보며

건지 섬사람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실제로 건지 섬이 점령당하여

자유로웠던 삶을 순식간에 박탈당한

이들의 참담함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수용소에 잡혀갈까 봐

그 불안감은 얼마나 컸을지

상상력을 가동해 보니

소름 끼쳤다.


살아있는 돼지를

병든 돼지로 바꿔치기해

돼지를 빼돌리다 걸렸을 때,

그리고 돼지를 잡아먹으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그 육즙과 허기를

충만히 느끼고 귀가하던 중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뭐라도 핑곗거리를 대야 했을 때,

짜잔! 하고 나타난

엘리자베스의 순발력과 대처능력!

이 모든 것이 비록 편지글로 전달됐지만

조마조마하면서도 안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게 건지 섬에서 벌어진

점령당한 이들의 참담함을 이야기해

고통스럽다기보다

억압되는 중에

그들 안에서 일어나는 결속력과

삶에 대한 절실함을 느낄 수 있어서

깊은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6개월이면 독일군이 물러갈 거라 확신했어요. 그렇지만 그 기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급기야 남은 장작도 떨어졌지요. 고된 노동으로 음울한 낮을 보내고 지루함으로 컴컴한 밤을 지냈습니다. 모두가 영양부족으로 헬쓱해지고 이 상황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하는 의문으로 침울해 했습니다. 우리는 책과 친구들에게 매달렸습니다. 책과 친구는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으니까요.

71/309


그 와중에 그들에게 만들어진 모임이,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어찌어찌 만들어진 북클럽이라니!

모두 당황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기에

그들은 모였고, 읽었다.


성의 주인 행세를 한 술꾼 존 부커,

독일군과 연애를 한 엘리자베스,

마법 약을 만드는 미스 이솔라프리비,

손자를 포로로 잃었다가 되찾은 램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순간에 잃은 말수가 적은 도시,

돼지 바비큐 장소를 제공한 아멜리아

등 각기 다른 캐릭터가 책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완성되는 것을 돕기 위해

그들은 줄리엣을 초대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그녀를 맞이한다.


생기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옳지 못하거나 냉소와 비아냥에는

찻주전자도 던질 수 있었던

런던의 줄리엣은

건지섬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건지 섬의 줄리엣으로 살아간다.



전쟁은 당연히 말로 헤아리기 어려운

상처와 부스럼을 만들었다.

모든 이들을 북클럽으로 묶은 원동력인 한 사람이

건지 섬으로 돌아갈 날을 얼마 안 남기고

수용소에서 총살당하고 말았다.

수용소에서 나온 이는

조롱과 멸시, 그리고 처참함이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회복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 아이는

가장 소중한 자기 엄마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건지 섬의 북클럽으로

이 모든 시련을 그들의 방식으로

보수하고 새로이 가꾸어간다.


전쟁에 대한 순기능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혹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책이 아니었다면,

그 어떤 것이 저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을까?

건지 섬이 아니었다면 어디서

한 아이가 온전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책을 찾지 않았다면,

책이 제 주인을 찾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건 읽어보신 분이나 알 수 있을 말이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엘리자베스와 존부커가

독일군들이 있는 창 너머로 들려오는

영국방송의 음악을 따라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여러 차례 올려다보며

독일군들의 주장처럼 영국도 점령당했을까 했지만,

건지섬은 점령당했어도

아직 영국은 건재함을 알고 안도하는 왈츠가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아직 그들에게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왈츠처럼 산뜻하고 행복한 희망을

발견한 심정이었을 거다.


보기드문 서간체 소설이었다.

편지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 책이 왜 그리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탄 걸까

의아했었다.

편지형식만으로도 생생하게 상황이 전달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스토리 또한 흥미롭게 전개되어

다음이 궁금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지막에 미스 이솔라프리비의 관찰일기의

강력한 한방은

잊을 수 없는 마무리였다.^^

소설이라 하지만,

실제 있는 건지 섬과 세계 2차대전이란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어서

좀 더 생생했고

안타까움과 감동이 더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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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05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단팥빵 ㅎㅎㅎㅎ 너무 귀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새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렛잇고 2024-02-05 16:26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해보세요. 은근 어려워요 ㅋㅋㅋ 네 2월이 시작됐네요! 지금처럼 풍성한 독서 즐기시고요! 구정 연휴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보내셔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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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에세이입니다. 역시나 좋은 문장이 많아 책 이곳저곳이 인덱스지가 붙여져있네요. 박완서 작가님이 참 그리워지기도 하고 애틋해지는 에세인데요. 박완서 작가님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더없이 좋을 책이에요. 책도 너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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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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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박완서 작가님이다!! 책으로 우리 곁에 다시 와 주신 작가님!

22년에 출간된 책 <모래알만한 진실>은 그가 남긴 에세이 660편 중 35편만 엄선해 모은 에세이 결정판이다. 이 책은 <모래알만한 진실>에 이은 박완서 작가님 에세이 결정판의 두 번째라고 한다. 원 책인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에세이의 전면 개정판인데, 그간 미출간 원고였던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가 더해졌다. 나는 22년에 나온 <모래알만한...> 속의 에세이 한편 한 편을 애정을 다해 읽은 기억이 난다. 끝내 내 인생 책으로까지 여겼었다. 이번 책의 출간을 확인하고,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서 작가로 복귀하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읽었다. 정말 황홀했다.


이 책 속 에세이들은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님이 일상에서 보인 순간순간을 포착한 글이다. 작품을 읽고 난 후 맨 끝에는 작품 완성 연도임을 의미하는 듯한 '19XX 년'이 적혀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혹은 아기 때였던 때라고? 보기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1970-80년대 서울의 삶이 (시골에 비해) 이렇게 앞서나갔단 말인가? 시골에서 자란 나는 오히려 그 시대 서울 이야기가 지금과 이질감이 별로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작가님이 경험한 입시열기, 졸업식, 도시의 삭막함, 세대 차이, 주말농장 등은 내가 경험해 온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닭이 깃털을 쫙 뽑아 내보내는 신박한 기계가 그 당시에 있다고? 난 엄마 따라 시장 다니던 어릴 적에도, 지금도 본 적이 없는데 그 땐 있었나 보다. 물론 시대감이 느껴지는 상황과 단어들로 그 시대와 지금이 다름을 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같다. 시대는 바뀌고, 날로 날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기라 하지만, 인간은 인간으로 자체 본성과 욕구는 변하지 않는지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작가님의 에세이에서는 자신의 수치심, 아쉬움, 치기 등의 감정이 작품 속에서 무심한 듯 툭툭 튀어나온다. '전쟁도, 어른 눈치 보느라 기에 눌린 것도 경험 안 해 본 너희가 뭐가 답답(땁땁)하냐! 생각할수록 답답해진 건 오히려 나다!'(p.200)는 글이 생각난다. 그런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먼저 피식피식 웃는다. 작가님에게서 작가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진솔함을 느끼고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누군가가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데에 위로를 받는다.

작가님의 관찰과 그 너머를 발견하는 통찰에도 감탄한다. 부자와 범죄자를 두 부류에게서 어떻게 공통점을 발견하며, 그들 사이인 '보통'(의 삶)을 살자고 어떻게 저렇게 글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저런 사고를 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날카로우면서도 시선은 올곧은 작가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에 있는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후련하게 논리를 펴는 글에서 말이다. 예를 들면 동성동본에 대해, 당시 장발과 짧은 치마 단속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정한 실리 추구에 대해 참으로도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는데, 이에 편견 없는 상식으로 본인의 가치가 드러난 글이 강단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다 또 글은 어떻고? 글은 생생했고, 상상하기 부족함 없으라고 묘사와 비유를 감칠맛 나게 넣어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에 많이들 극찬하는 '글맛'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두런두런 꾹꾹 눌러가며 낭독하고 싶고, 필사하고 싶은 글들이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해서, 개선장군처럼 지칠 대로 지쳐서, 엄청난 빨래 보따리를 전리품처럼 걸머지고 아이들은 돌아왔다.

아이들의 배낭은 마술이라도 부리듯이 꾸역꾸역 꺼내어도 꺼내어도 끝이 없는 빨랫거리를 토해 놓았다.

아이들의 빨래에선 찝찌라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옮겨 놓는 대로 무수한 모래를 떨구었다. 그러나 내 집이 해변일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노독을 풀기 위해 깊은 잠에 빠지고 나는 수돗물에 열심히 바다의 때를 빨아냈다.

아이들의 빨래를 다 헹구고 나니 나의 여름은 이미 끝나 있었다. p.242-243



이 책에서는 특히 박완서 작가님 생활을 가늠케 하는 사진들을 담은 페이지도 있다. 시골이 좋다고 자랑처럼 한다 해도 꽃을 좋아하며 깔끔한 차림에 세련된 서울 사람인 작가님이 난 좋다. 사진 렌즈를 의식하며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나, 일상을 누리는 모습 그리고 자연스럽게 밝은 미소를 띤 작가님의 얼굴에서 글에서 만났던 작가님이 연결 지어졌다. 평온함과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호원숙 작가님을 통해 소개된 박완서 작가님의 손때가 묻어있는 사물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앤티크하면서 만질만질 잘 관리된 듯 보이는 물건들은 그를 향한 먹먹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작가님의 에세이 중간중간 인상적인 구절을 예쁜 바탕에 크게 적어 놓은 쪽들도 너무 좋았다. 찍어서 자주 보고 곱씹어 보고 싶은, 핸드폰 바탕화면에 놓고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문장이다. 책표지와 내부 그림 디자인이 박완서 작가님의 글의 감성을 더욱 센스 있게 살렸다.




그런 박완서 작가님의 이 책을 갖고 있어서 좋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낭독하면서 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감동도 마음에 품으려 한다.

맞아맞아! 하고 가슴 팍 치는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의 사이다 한 잔 들이켜려고 한다.

몸이 들떠 있거나 무력할 때,

차분한 마음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차근차근 곱씹으며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읽지 않아도 책 제목만 보고도 위로받는 이 책을

두고두고 책장에 담아두고 눈길을 두려 한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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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 아이의 지식 격차가 벌어지는 결정적 시기
전병규(콩나물쌤) 지음 / 클랩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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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가 왔구나 실감하고 있는 때이다.(아이는 전혀 생각이 없으나 엄마만 걱정 한가득..) 그러니 이 책의 제목 중 단어 '초4'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붙어있는 문구, '이야기책'만으로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란 문구가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아이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특히 부모라면 아이가 책 읽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나 또한 아이들이 책과 조금씩이나마 가까웠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 중 하나다. 그래서 아이들이 관심 있는 주제나 작가님 혹은 스토리 진행 스타일에 따라 책을 빌려다 주고 있다. 아이가 책과 친근해지게 하기 위해 내가 주로 빌려주는 책은 이야기책이다. 학습만화도 즐겨 보지만, 줄글도 제법 읽는 시기가 다가온 상황에서 나의 첫아이는 4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초4! 이제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니!! 이야기책으로는 절대!!! 성적을!!! 올릴 수 없다니!! "어머님 어디 가세요? 이 책은 정말 어머님 같은 분이 읽으셔야 해요!!"라고 내게 부르짖는 듯, 책 제목은 그런 다급한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아이들이 독서를 독서 자체로써 즐기게 해주기엔 우리나라 부모에게 '성적'이란 단어는 조바심과 불안을 촉발하는 단어기도 하다.ㅋ)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지식책'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이 책의 구성과 흐름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지식책의 필요성과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소개가 이 책의 큰 구성이며 흐름이다. 세세한 것은 이미지를 참고해 주시길!




아이들이 책을 사랑하고 즐겁게 보는 걸 목표로 삼은 내게 사실 문해력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독서 관련 책을 읽었으니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분명 같은 내용인 것 같은데, 기존의 저자의 논리에 납득되어 그 이후에도 쉽게 신뢰기반이 다져져서인지) 문해력이 이 시대에 진정으로!! 왜 필요한 건지!! 마음에 확 와닿았다.


먼저, 지식책이 무엇인지 한번 정리해 보게 됐고, 아이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우리가 좋아하는 글은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실상에서 접하게 되는 가장 많은 글은 지식 글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생활을 윤택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지식책(글)을 읽고, 읽는 행위를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은 지식책을 읽어야 하고, 그것은 똘똘해졌으나 아직은 조금의 순수함이 남은 4학년이 적기인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건 역시 지식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적인 내용이었다. 사실 내 경우,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이나 나나 각자 해야 할 것들을 묵묵하게 하는 편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대화를 하거나 할 때 굉장한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그런 내게 자극을 줬고, 아이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보게끔 시도해 보게 했다. 특히 '지식과 생활을 확인'하는 면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적용은 최근 '여행'과 관련된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며 아이들에게 비행시간과 나라 간 시차를 알아보고 아이들과 도착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아이가 먹고 있는 과자 '카스타드'는 몇 개가 들어있고, 엄마가 몇 박스를 사 왔으니 총 몇 개가 있는지는 현재 아이의 학습과도 연관이 있었다. 책 읽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책의 지식을 이렇게 실생활에 접목해 유연하게 적용해 보는 걸 시도할 수 있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이 책이 의미 있었다. 끝말잇기나 자음으로 단어 맞추기는 해본 적이 있기는 했다. 이제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건 마인드 맵같이 지식을 구조화하는 걸 실행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지식을 좀 더 큰 시야에서 확실한 이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도 벅차올랐다.(저는 지식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F거든요. ㅎㅎㅎ)


이 책이 조금 다른 책, 즉 아이들의 독서를 다룬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습만화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학습만화의 교육적인 효과를 주장했는데, 많은 양의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도 한다고 한다.(p.42)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책인 지식만화 WHY를 예를 들어 하부르타식으로 읽을 수 있게 접근한 점도 도움이 됐다. 만화만 읽는 행위 자체만 보지 말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지식에 접근하고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하겠다.

저자의 지식책에 대한 주장과 접근 방법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고 풍부한 책이었다. 그러나 사례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학교 선생님으로 학생들이 사례로 들어야 할 테니 조심스럽겠다. 그래도 저자가 오랜 경력의 초등 교사이자, 교육에는 이미 전문가일 저자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의 주장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마무리가 급 끝나버려 당황스럽긴 했다.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 또한 그럴 수 있다 여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성인 독자인 내게 내리는 경고음 같았다. 소설 위주로 책을 읽는 내가 작년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상당수 소설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해력을 높이고 조금 더 풍성한 지식과 사고능력을 갖기 위해선 지식책이 필요함을 알고 문해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아이보단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됐다. 지식책도 늘려보고, 책의 내용을 구조화하며 좀 더 뇌가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꼭 독서에 적용해 봐야겠다는 다짐까지!! 하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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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8
스탕달 지음, 임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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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은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중)>을 읽고 두꺼운 책에서 잠시 해방되어 얇고 조금 편하게 넘길 책으로 넘어가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요.(아니 고전에서 이게 가능할까?ㅋ) 뭐라도 빨리 이어가야겠다며 가장 빨리 구할 수 있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요. 불륜 이야기라고만 단순히 생각하고 덥석 집어 들었는데, 결국 이 책의 끝을 보고야 말았네요. 네! 단순한 불륜 이야기로 만 보고 시작하시면 안 됩니다! ㅎㅎ



작은 도시 베리에르는 프랑슈콩테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힐 만하다.


이 책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소개된 작은 도시, 베리에르의 시장은 바로 레날입니다. 레날은 왕정파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왕정파는 나폴레옹 시대에 권력에서 한껏 떨어져 있다가 다시 왕정복고 시대가 펼쳐지며 권력을 잡게 됩니다. 이런 레날 시장의 집에 쥘리앵이란 청년(제재소 소렐 영감의 아들)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들어오죠. 문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집 레날부인과 썸을 타다 연인 사이까지 됐다는 겁니다. 레날 시장은 아름다운 아내의 미모에 그녀를 사랑하기보단 그가 가진 권력과 체면에 성을 다한 인물입니다. 그러니 레날부인은 순수한 사랑에 목말라했고, 쥘리앵은 뛰어난 외모와 지적 능력으로 레날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죠. 쥘리앵은 사실 초반에는 레날부인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꾼 인물이었어요. 이탈리아 섬 알지 못하는 어느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나폴레옹이 황제로 믿기 어려운 신분 상승을 이룬 것처럼 쥘리앵도 가족들에게도 무시당하고, 가정교사로서도 대우받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죠. 하지만 레날부인에 대한 사랑은 점차 진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의 점차 대담해지는 사랑은 베리에르에 소문이 나고요. 쥘리앵은 신학교로 도피하게 됩니다. 쫓겨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피라르 신부의 인정과 애정을 받으면서 쥘리앵은 후작의 비서로까지 출세하게 됩니다. 후작의 집에서 머물며 그의 일을 도맡게 된 쥘리앵은 색다른 매력의 도시 파리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자신이 살던 곳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개인적이고 각박한 도시를 경험하면서 외로움을 느낍니다.



전 이 책에서 빅토르 위고가 많이 생각났어요. 빅토르 위고 특유의 위트가 스탕달의 이 소설에서도 보였거든요. 뜬금없이 작품 속에 등장해서 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표현은 다른 소설에서도 못 본 특이한 점입니다. 또한, 프랑스라서 그런 걸까요? 최근에 읽은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대처럼 성당이나 신부의 등장이 잦았어요. 프랑스란 나라에서는 과거 종교의 위치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다만 두 작품의 시대는 달랐고요. 빅토르 위고나 스탕달이나 180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 그렇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나폴레옹'이란 인물이 의외로 많이 등장했어요. 도대체 나폴레옹이 어떤 존재이길래? 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현재도 프랑스 사람들이 애정 하는 위인 중 한 명이 나폴레옹이라고 들었어요. 우리 주인공 쥘리앵도 그의 초상화를 품고 다닐 만큼 존경했고, 그와 같은 삶을 꿈꿨습니다. 프랑스를 잘 모르는 저로선 나폴레옹의 존재감을 새롭게 알게 해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나폴레옹에 대해선 딱히 더 적지 않겠습니다)



쥘리앵이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모습과 반대로 그가 전성기일 때 한껏 뒤로 물러났던 왕정파는 나폴레옹에 대한 불만이 컸을 텐데요. 바로 그를 대표하는 인물이 레날 시장이죠. 불같고 꼬장한 그의 성격을 아는 쥘리앵은 한 때 레날부인을 시켜 나폴레옹 초상화를 숨겨야 할 정도였어요. 공화정의 시대에서 나폴레옹의 시대 그리고 다시 왕정복고 시기를 겪은 프랑스는 내외의 전쟁으로 굉장한 분열과 대립이 있었을 텐데요. 또한, 이런 혼란이 가중된 시기에는 신분의 상승을 꿈꾸는 인물과 자신의 권력을 다지고 유지하려는 인물이 충분히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물론 '쥘리앵'입니다. 이런 프랑스 내부의 신분 대립과 갈등을 이 작품에서는 비꼬기도 하고, 거침없이 묘사하며 두 인물을 내세워 잘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을 단순한 불륜 소설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완벽한 듯 보이지만, 완벽하지 못한 성정 또한 거침없이 표현해서 인상적이었어요.

인물이 직면한 상황 가운데 모범적이고 도덕적인 해결책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갈등하고 표현할 수 없이 쌓인 여러 감정들(두려움, 불안, 탐욕, 위선 등)이 삐죽빼죽 튀어나오는 면면이 어디서 많이 본 모습 같았거든요. 우리 모습과 진짜로 비슷하지 않으려나요? 이런 점 때문에 역시 고전은 고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요.

레날시장의 경우, 베리에르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저택과 땅을 소유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는 상류층 집안 출신으로 아름다운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있죠. 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그는 남들에게 자신의 소유를 과시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인물도 아니에요. 자기 혼자 소심하게 생각에 빠져 끙끙 앓고요. 소렐 영감(쥘리앵의 아빠) 과의 신경전에서도 확실히 밀려요.

레날부인도 완벽한 미모를 갖고 있고, 세 아이의 엄마로 다복하게 자녀들을 두고 있어 겉보기엔 완벽한 시장댁 부인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남편의 사랑이 그녀에게 없었어요. 한없이 외로움을 타는 인물입니다. 그때 쥘리앵이란 인물이 나타나며, 이 여자! 반은 사랑에 미쳐서 삽니다. 쥘리앵과 작당모의를 할 때는 생각보다 빠른 실행력과 비상한 두뇌회전을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도 있긴 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막내아들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고 하고요. 다시 쥘리앵이 사다리타고 자기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와의 사랑에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릅니다.

쥘리앵은 훤칠하며 뽀얀 피부를 가진 지금으로 말할 거 같으면 꽃미남 스타일이죠. 그런데다 그의 명석한 두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자신의 목적이 확고하고, 나름 계획도 있어 완벽해 보이지만,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 어선지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한 어린 시절 상처 때문인지 자존심도 강하고 자격지심이 상당해 보입니다. 괜찮은 사람이네 싶다가도, 그의 자격지심의 끝판왕인 모습을 보면 요즘 말로 '찌질하다!'란 평이 절로 나옵니다.



제가 읽은 몇 안 되는 프랑스 소설이었는데요. 프랑스의 당시 전반적인 배경과 역사까지 두루 궁금해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단순한 불륜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갈등까지 인물에 차곡차곡 담아 과감하게 보여준 고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이 소설에 대해 조급하게 이야기 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적과 흑(하)>가 남아 있어서 더 읽어보고 남은 이야길 더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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