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세 그림책 육아의 모든 것 - 그림책 세계에 입문한 부모들을 위한 그림책 독서법
심선민 지음 / 위닝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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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은 4,5살이 되었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허둥지둥 달려온 세월이 만 4년이 거의다 되었다. 정말 이유없이 울거나 시도때도 없이 아팠고, 바닥에 드러누우며 거칠게 굴던 여러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자신을 어느 정도 표현하고, 말로 위로할 줄도 알고, 애교로 엄마를 방긋 웃게 해주는 아이들로 자라난 걸 보며 이런 시기도 오는구나 싶다. 또한, 아이의 성장에 감탄하기도 하고, 아쉬움과 후회도 든다. 


내 경우 아이들을 키우면서 중점적으로 다루자고 여긴 것이 세 가지 정도 있다.

첫번째가 신앙이고, 두번째가 성품이고, 세번째가 독서였다. 막연하고 포괄적인 듯 하지만, 나름 그렇게 선정한 것들이 내 가치에 그나마 맞는 것이었는지, 의식하지 않고서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도와줘왔다. 하지만 독서를 생각하면 내 낮은 기준에는 맞아 나름 만족해도, 과연 제대로 하고는 있는 것인지,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것은 없는지 궁금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엔 독서의 주제나 분야가 '공룡', '생물(특히 동물) 등 한쪽으로 쏠려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 나로써는 그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분야로 자극을 줘야하는 건 아닐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내가 어느 정도 중요시 여긴건 딱 세 개 뿐인데, 독서에 관해서는 내가 아이들에게 지도하고 있는 방식이 제대로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결혼과 출산 후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육아를 맞딱들이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육아를 현실로 부딪힌 외부적인 환경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여느 초보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나 또한 몇 년 전 나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그는 육아우울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그림책을 잘 활용했다. 그 뿐 아니라 그림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아이와 애착을 잘 형성하고 유지했다.(태교부터) 그렇게 꾸준히 그림책으로 아이와 교류하고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아 오랜 시간 아이를 키워낸 저자가 정말 대단하게 보인다. 현재는 독서지도자로써 활동하고 있으니 책을 통해 치유하고, 육아하고, 일하게 된 아주 이상적인 모습이다. (수시로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하며 무엇이든지 질문에 도움을 주겠다는 모습 또한 전문가적이면서도 넉넉하고 따뜻함이 묻어난다.)

이 책이 비록 작년(2017)에 나오긴 했지만, 저자도 보다 일찍 출판하고 나도 조금더 일찍 이 책을 보고 아이들에게 적용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자신의 육아와 책육아에서의 어려움과 한계, 실수 등을 잘 다루었으며, 연령별에 맞게 아이의 인지능력에 따른 독서분야와 추천도서 정보도 과감없이 공유했다.


 그동안 아이에게 조금더 정성을 다해 책을 읽어주지 못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과 상황이 마음에 그려졌다.

그림책을 읽으려고 내 다리에 자신의 엉덩이를 포갠 후 안아서 나누어지는 따듯한 체온, 책을 읽어달라고 자기 만한 책을 들고 오는 몸짓, 책을 보며 깔깔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 그림책을 응시하는 초롱초롱한 눈빛, 자기보다 더 귀엽다고 동물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부비부비하는 모습....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나의 지쳐있는 상황에 가려져 인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했는지... 참 후회스러웠다.

이젠 얼마 안 남은 아이와의 독서 시간이 참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조금더 최선을 다해야겠노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해서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을 관대하게(?) 대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을 읽고 확실하게 나타난 효과(?)다. 같은 책만 여러번 반복해서 요구하는 아이의 관심사를 이젠 이해하고, 엄마가 읽을 틈 없이 자신이 더 많이 말하는 아이의 말에도 경청한다. 아이의 관심사에 조금더 세심하게 관찰하려고 노력하며, 아이와 경험한 것들(동물원 방문, 공룡박물관 방문 등)을 통해 접한 것들을 책과 연계시키는 것도 시도해봤다.


참고로, 저자는 여러 책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확실시 한다. 그 책과 작가들의 책들을 잘 기억하여, 이 책을 읽고나서 그것들을읽어보면 좋을 것같다. 유명하기도 하고 좋은 책들이기도 한데 자녀교육과 엄마 자신의 책읽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쨌거나 태교부터 책육아하시는 임산부부터 현재 영유아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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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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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예언자가 주께 기도를 드린 뒤에,

아하스의 해시계 위로 드리운 그 그림자를 뒤로 십 도 물러나게 하였다.

(열왕기하20장 11절)

 

 

십도 앞으로 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 뒤로 물러나게 함으로 무언가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겠다.

히스기야의 기도로 하나님은 40분을 뒤로 가게 만드신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흐르고 지나가는 것이 당연해 의식조차 안하게 되는 것, 바로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시간을 40분여 뒤(전)로 가게 하여 자연 순리를 거스른, 역행도 가능한 하나님의 능력을 볼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잠시 추춤하게 된다.

(여기서 믿음에 대해서 기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아니니 오해마시길.)

 

 우리 주변의 공기와 같이 당연히 숨을 들이쉬고 내시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해내듯 시간 또한 그렇게 당연스레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시간을 보며 계획에 따라 그리고 의무에 따라 무언가를 하고 살아간다.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얻어내고 그것들을 소비하며 세월을 살아낸다.

시간을 의식했든 안했든 간에 인류 전반적으로 지속되어 온 일이다.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것에 브레이크를 건 자가 있으니 바로 이 책 저자 사이먼 가필드다.

그는 자유로운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작가로, 저널리스트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이야기의 베테랑가다.

 

 시간에 대한 많은 책들과 강의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잘 활용하는데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팽배해져 있다. 시간은 남녀노소, 신분 등에 차별없이 동등하게 주어졌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 버려지는 시간을 용납치 않는다. 이렇게 시간에 대해서 급급하고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현대 사회를 보며 저자는 책에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생각은 이 책의 양을 보다라도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시간은 우리에게 당연한 자원이라 저자가 주제로 선택했다는 자체가 우선 신선하다. 그런데 통찰과 다양한 지식으로그 여정을 저술까지 했으니 작가의 능력이 나로썬 놀랍다. 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인지 어떤게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해보고, 시계를 제조하는데 참여하고, 각종 인사들을 인터뷰까지 해서 시간을 적용할만한 각각의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자세와 탐구열이 남다르다. 또한, 시간에 관련된 많은 자기계발서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을 총체적으로 요점만 정리하기도 했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얼핏 본 듯한데 최근 tvn 프로 알쓸신잡을 보는 것같이 별의별 이야기가 다 제시되었다.

 

당연하다고 하는 12시간이 10시간이 될 뻔도 하고, 온 지방과 나라가 다른 시간을 사용했던 것이 기차와 항공의 교통수단 발달로 통일되고 정리되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CF에서부터 접해온 베토벤 교향곡 9번에 함께 했던 메트로놈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지금은 멀티관, CG를 통해서 각종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현재의 영화는 어느 때는 몇 분뿐이었고, 그것을 돌리는 영사에 따라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진다는 것..., 시계에는 6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 필리버스터의 최장시간은 24시간으로 진 서먼드가 기록을 세웠다는 것.... 정말 생각지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각종 지식들을 통해 우리의 앎에 대한 갈증을 자동 해소시켜준다.

 

 이 책에서 나는 유독 1800년대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문화의 개방이 되지 않은 시기여서 우리나라의 어떠한 것도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개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영향을 받고 누리고 물건들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이용하고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나오기까지 여러 실패와 발전의 발전을 이룩하며 거쳐온 과정들을 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놀라움을 느낀다. 동시에 현시대의 편리함을 깨닫게 되며 그러기까지 노력해 주신 선조들의 의지와 집념이 고맙기까지 하다.

 

오히려 너무도 방대해서 사실 이 책의 방향에 대해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걸까?

단지 시간에 대해서 자신의 잡학다식한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 걸까?

 

우리는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명예, 돈, 건강을 취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더 나아가서는 역사적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기도 하다. 이러한 여정들을 우리의 선조들은 지나왔고 이 곳을 떠났다. 그들이 남긴 유산들은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오고 노력했던 것들을 알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그들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 무언가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는 살고 이 세상을 떠난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돌고 돌아 일반적인 생활들을 지속하고 있다.

더 나아진 삶, 그리고 무언가 변화된 가치들이 있을 뿐인지 우리의 본능과 욕구에 따른 삶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저자는 바쁘게 그리고 빡빡하게 살려고 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과거를 보기를 제안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오기까지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음을 보면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러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승자가 되겠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충분히 누리고 의미가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그 애씀으로 우리가 누려야 할 시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의 급급하고 오히려 그 시간에 붙잡힌 상태로 주객이 전도되어 살고 있진 않나?

 

인간은 세월앞에서 시간을 만들었다. 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점차 세분화하여 관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까? 시간을 되돌려서 번다고 해서 그 온전하게 벌어진 시간을 온전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시간에 있어서 당연히 여기든, 쪼개어 최대한 활용하든 우리가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자가 없을 때는 아는 것 같다가도 막상 묻는 자가 있어 설명하려면 알 수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 p.15

 

"우리는 연륜이 아니라 행적으로 산다. 호흡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며 산다. 숫자가 아니라 감동으로 산다. 우리는 심장 박동으로 시간을 셈해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 p.31

 

...물론 이 날의 연설은 극단적이 케이스였고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지만, 시간에 정신을 지나치게 집중하는 게 얼마나 해로운지 체험한 날이었다. 이런 경우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자유로운 생각이나 상상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의 활동을 제한할 뿐이다. p131

 

...너무 빠르게 변해 가는 나라 미국에서 낡은 것은 그냥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커다란 영화 필름 통을 잠재적 도서관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고 하물며 귀중한 보물이 되리라고 내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156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섣부른 것인 경우가 많다. 1930년 경제학자 존케인즈는 1세기 내에 주간 15시간 근무시대가 온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 사람들은 무엇을 할지는 본인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전문적인 시간 관리 서적이나 매일 18분의 추가 시간을 활용하게 해준다는 조언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남는 시간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게 좋겠다. 독자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 궁금하다. p.276

 

"나는 인생이 암울하고 고통스러우며 악몽 같고 의미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먼저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아니며, 저는 그렇게 논리 정연한 사람도 아닙니다. 니체가 그렇게 말했으며 프로이트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각자 나름의 망상을 가져야 살 수 있다고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큰 가치를 둔 것들이 조만간 전부 사라져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다 바쳐 돈을 벌고 사랑하며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얻으려 애쓴다.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행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며 타인을 돕고 세상에 대한 이해력을 넓히고 기술 발전과 삶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스스로를 예술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이루려 한다. 그렇게 100년을 살다가 사라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똑같이 되풀이 한다.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심연의 시간이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한 후의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늙은 흑인의 생각이 처음부터 옳았다. p.430

 

.... 우린 그 젊은 축구 선수나 그의 가족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리고 랜디 뉴먼이나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살아온 겹겹의 시간층이 느껴진다. 랜디 뉴먼의 노래나, 노래를 부르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엔 복잡다단한 삶이 녹아들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우리가 아는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이야기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생기기 전부터 그리고 시계가 발명되기 전부터 스토리를 이용하여 길을 찾아왔다. .....

우리는 지금 극단적으로 시간에 사로잡혀서 살지만 극단을 넘어서진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옛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창백한 모습으로 돌고 있는 푸른 지구의 운명에 많은 영향을 줄 능력이 있다.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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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 아이의 힘 - 이해하는 만큼 발견하는 아이의 잠재력
이정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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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지 않는 싱글일 적에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는 부모를 볼 때 눈살이 찌뿌려지고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둘을 키우면서 그런 모습이 어느새 내 모습이 되었고, 동시에 그때와 같은 장면을 지금 보았을 땐 슬그머니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의 편에 서게 된다.

 

 부모의 상태에 따라 다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함과 동시에 아이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그 아이는 제 3자가 아닌 나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가 건강하고 슬기롭게 훌륭하게...잘 자라주길 바란다. 그렇게 아이를 내 뱃속에 품을 때는 그런 아이와 좋은 엄마인 내가 되길 꿈꿔왔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좀처럼 내가 기대했던 육아로써의 실현은 이루어졌을까? 

 먼저 엄마인 나부터 치이고 치이는 상황에 따라 절절맸고, 때론 돌발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는 드라마나 CF에서 나오는 아이들마냥 적극적이고 사회적이어 보이지 않았고, 많이 다쳤고,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썼다. 이제는 조금 홀가분해질까 싶은 기대를 갖고 있는 나의 그것과 달리 아이는 나에게 더 집착하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운 걸까?

 내가 이럴려고 아이를 낳았나 싶은 자책과 자괴감이 들곤 했다.

(물론 아이들에게서 건강하고 성숙해지는 모습도 많이 발견하지만, 부모는 대개 장점보단 단점을 통해서 그것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습성, 본성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이전에 비해 말이 부쩍 늘은 4-5살 아이들은 종종 우리 부부에게 '나 이런 말도 쓸줄 알아! 서프라이즈~~!!'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을 솔직하게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어리고, 남자이고, 유아이어서 엄마는 그 아이들의 표정이나 느낌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랬을 때 아이의 분노와 짜증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고 부모로써 그 외국어와 같은 행동을 쉽사리 해석할 수 없어 답답했다.

 

 이 책과 제목을 발견하고 '아! 혹시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어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성적인 아이의 특성을 알고 우리 아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내성적인 아이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부모로써 어떻게 접근하고 아이를 이끌어줘야 할지 솔루션을 받고 싶었다.

 

사실 첫째가 내성적이라고 얼핏 생각을 했다. 첫째는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 센서티브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졌다. 많이 지지해줘겠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이해와 공감이 어려울 때가 많아서 첫째에 적합한 사례를 책에서 찾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책에서 제시하는 내향형은 첫째보다 둘째의 모습에 가까웠다. 첫째와는 또 다른 내향형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둘째의 행동은 고집을 부리고, 기존 환경에서 빠져나오길 힘들어 했고,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인사안하고 도망가기 등이었다. 이런 둘째의 여러 모습을 저자의 설명을 통해 보니 아이의 성향과 행동이 납득이 갔다.

 

 아이의 모습이 어떤 의학적인 이상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로써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렇다면 부모는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무조건 수용만이 답이 아님을 여러 상황에서 저자는 이야기 한다. 아이의 마음은 충분히 수용함과 동시에 아이에게 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 아이디어들이 책 곳곳에 나타나있다.

 

 처음에는 저자의 글이 추상적이고, 예시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부분들이 과연 충족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저자가 아이의 내성적인 모습을 주로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구체적인 아이의 속마음과 해결방법은 그 뒤에서 속시원히 이야기하니 어느 정도 기대할만 하다.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내향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 유전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부부의 내향적인 성향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어느 정도의 사회화를 통해서, 적응을 위해 외향적인 요소들이 다소 개발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내향적인 아이는 ~하다'라는 공식에 어른들이 대입되진 않음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의 예전 모습을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내향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사회화와 적응기간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면, 낯선 세계에 대한 그 곤란함, 당혹스러움 등이 우리의 감정 중에도 있었을테니 충분히 이해하며 아이들의 모습을 공감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외향적인 성향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에 정답을 찾는 것 같다(딱 이 말은 아니었지만 이런 말로 대략 이해했다). 나 또한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그간 아이에게서 단점만 본 이유는 나도 모르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외향적 성향을 우리 아이에게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다그치고, 외향적인 부분으로 유도했었다.

 이 책을 보니 우리 아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의 기준에서 이미 잘 못 시작되어 아이를 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아이가 내향적이라는 것, 내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요구하는 외향적인 모습을 나도 그것이 옳은 것마냥 동경했던 내 잠재적 생각을 직면하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 여겼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에 대해서 너무 단정해서 그 아이 기질의 건강성에 해로움을 가했을 것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고 끔찍하다. 이제라도 알게 된 아이의 성향을 조금더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바른 길로 지도해 줄 수 있어야 겠다.

사실 나부터가 자의식이 건강하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도 있지만, 내향성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깊이 이해하고 인지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아이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의존적이어 보이고, 무언가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겠는 부모들에게 내 아이의 내향적인 성향을 한번 쯤은 생각해볼만한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줄만한 책으로 충분하다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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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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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사람들에게서 크게 이슈가 되고, 일어나보면 하루 아침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의 파장을 대한민국은 느끼고 있는 중이다.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갑과 을... 의 여러 행태중 한 부분으로 성(姓)에서 이루어진 각종 추태와 악함의 묵혀있던 것들이 드러나 어느 때보다 성의 갈등이 고조화되고 있다. 이는 JTBC 서지현 검사가 검사내에서 여검사 성추행 파문에 대해 입을 열며 더욱 확장되었다. 언론과 SNS를 통해 이런 소식은 빠르게 확장되어 여러 문화계 정치계 인사들 안에서 긴장과 그 안에서의 징계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폭로와 고발이 이번에는 매체와 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본디 그동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행태가 있었다해도 말하지 못하거나 관례같이 당연시 여겼다. 이러한 정치적, 성적, 계층적인 여러가지 분야의 아픔, 고통, 현실에 대해 말하진 못했어도 그것을 대변하는 이들은 매체언론과 그리고 예술계인들이었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떠한 매개체로 이야기해야 했고,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기 까지 했다.

 

 이기호 작가의 고통에 대한 작가로써의 사색을 보면, 경험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개인의 아픔이라는 것과 그것을 온전히 알기 어려운데에 대한 작가로써의 고민과 절망스러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써의 사명을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여겼다. 또한 우리 시대의 아픔과 현실을 문학이 그 어떤 매개체보다 오랜 시간 상세하고 밀착있게 표현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문학의 역할을 한번 생각해보게 되며, 그러한 역할을 문학이 충실히 해주길 기대한다.

 

이 책은 심사평에서 이야기 하는 바와 같이 '실패'이후의 삶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문제삼고 있다.

점차 개인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깊이 뿌리박은 현실의 고통과 사회구조 전반의 문제들을 볼 때 우리는 계속 실패하고 있고, 그 실패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삶의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사회구조적인 시작부터 잘 못되어 개인적인 문제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고발되고 폭로되어 그 심각성을 사회 구성원인 우리부터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최은영작가의 <601,602>에서 엄마의 말과 같이 피하는 것을 우리가 살기 위한 방법으로 여겼다. 직면하여 드러내기엔 결과는 처참했다. 그 어느 것도 바뀌지 않으며 오히려 진실을 드러낸 이들에겐 보복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실을 말하는 것 그들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오히려 진실을 말한 것에 처벌이 있는 부조리한 현실에 살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에서처럼 애꿎은 사람들만 당하고 아파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조용히 숨죽이며 살아왔다. 그 분노를 통탄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시대의 불합리함을 그냥 끌어안고 속끓이며 살아내야 했었다.

또한,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처럼 편견과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군소리 없이 적응해야 했고, 버텨와야 했다.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이 두려워서 버티고 자기 소리를 덜내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마냥 구조적인 문제만으로 보기만도 어렵다. 우리또한 그 구조 내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설을 통해서 그 실태를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정희와 나>를 보면서 우리는 환대를 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지만 한 사람의 삶과 행동을 이해하기에 우리 각자의 한계에 부딪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도덕적인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잣대와 판단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까?

교과서와 성경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내 이웃을 내몸과 같이 여기자는 말을 지키고자 어린 순수함으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내가 환대를 하려던 이의 본능과 상처로인한 부적절한 행위를 보고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과연 내 자신의 본성을 뛰어넘어 숭고한 도덕적 가치를 따라 환대하기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편승해서 도덕적인 가치는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내 살길을 따라갈 것인가?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돌이켜 스스로에게 물어볼 진실이며 질문이다.

 

나는 단편소설이 참 부담스럽다.

장편소설이 양에 있어서는 부담스럽다하지만 그 과제는 하나여서인지 마음의 버거움은 덜하다.

하지만 단편소설의 짧음은 커다란 가치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 여러 가지여서 감당하는게 내게는 아직 쉽지 않고 버겁다. 그래서 이 책이 한 작가에 의해 쓰인 것이 아님을 알고 또 다시 단편소설 묶음에서 느끼는 그 무거운 느낌에 봉착하겠다는 예상을 했다. 역시나 이 책에서 '실패', '고통', '한계'란 단어들이 머리속을 뱅글뱅글 돌며 답답함과 끝없는 생각이 돌고 돌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본능에 휩싸였지만, 무거운 부담감으로 내가 가진 가치에서 조금더 올바른 판단과 사색의 진보의 한걸음을 내딛었다.

너무나도 분주하고 빠른 삶의 속도에 따라가는데 벅차다. 하지만, 잠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색은, 냄새는, 느낌은, 음악은, 맛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가던 길을 가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쓰고자 했던 것은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걸 쓰지 않는다면 작가가 또 무엇을 쓴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런 소설들을 되풀이해서 읽었으며, 주변에 널려 있는 제각각의 고통에 대해서, 그 무게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하고자 노력했다. 그걸 쓰는 과정은 단 한 번도 즐겁지 않았다. 고통에 대해서 쓰는 시간들이었으니까... 어느땐 나도 모르는 감각이 나도 모르게 찾아와, 쓰고 있던 문장 앞에서 쩔쩔맸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일부러 책상 옆에서 팔굽혀펴기 같은 것을 하기도 했다. 작가는 숙련된 배우와도 같아서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그럴 때도 다음 장면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또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게 잘 되지 않는 고통.... 어느 땐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고통이란 오직 그것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쩐지 내가 쓴 모든 것이 다 거짓말 같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해서 쓰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쓰는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여러 편 써왔다. p.33

 

.....때때로 그렇게 귀가 시리고 얼굴 전체가 쩡쩡 얼어버릴 것 같은 길을 걷다보면, 아, 어쩐지 대단한 글을 쓸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좀처럼 글을 잘 쓸 수가 없다. 

p.38-39

 

... 실제로 나는 차를 주차하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몇 번 다시 아파트 정문 앞까지 걸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를 설득할 자신도 없었지만, 왜 내가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에 시달리고 신경을 쓰자니, 다시 무력감이 찾아오고 다시 화가 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아파트 정문 옆에 한참 동안 주먹을 움켜쥔 채 서 있다가, 이유 없이 상체를 앞뒤로 까딱까딱 거리며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또 호프집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 거리낌 없이. p66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마요!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말라고!p.68

 

그리고 지금 여기에, 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p.70

 

.... 손톱 없어도 된다. 엄마 없이도 살았고 언니 없이도 사는데 그깟 손톱 없어도 된다. 됐다 뭘, 됐다고, 안 와도 된다고,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오지말라고. 소희는 혹에 끈끈하게 고인 약과 피와 진물을 유리에 꾹 눌러 비비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소희 마음 속에도 흉한 혹이 돋아났다. 다신 안 와. 다신 안 온다고. 언니...... 안 온다고. 언니 그년..... 안 와도 된다고 영영 오지 말라고. p.138

 

... 그 잘난 맏며느리, 밖에서 일한다고 살림도 소홀히 하고 아들도 낳지 못하는. 그것이 엄마 이름 김미자 앞에 붙은 무겁고도 끈적이는 수식이었다.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을 수의처럼 입고 있었다. p.264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겠지." 엄마가 말했다. "피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걸 너도 알게 될 거야. 상대가 얼마나 악하든, 결국 상처받는 건 나서는 사람들이야. 아무리 애써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너는 아직 몰라. 그런 사람들 자극하지마. 엄만 겁이 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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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개정판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책 제목이 참 낯설었다.

입에도 쉽게 잘 안 붙고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작가님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쓰신 분이라고 해서 '아하!'했다.


프로야구를 생각하면 두산, 롯데, 삼성,,, 등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야구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흘러흘러 듣고 들은게 있어서 알게 된 팀은 저 정도다.

그리고 퇴근길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하면 여차없이 프로야구경기가 열렸다는 것에서 우리나라에 야구팬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삼미'라는 팀은 내가 더더욱 알기 힘든 팀이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내가 한참 뭣모를 시절에 활동했던 팀이니 모르는게 당연할 지도...


그래서 이 책이 초반부터 야구를 다뤘던 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야구라곤 발야구밖에 모르는 내게 이 책에서 다루는 야구 이야기는 절대 못알아듣는 외국어만큼이나 생소했다. 찾아보기에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전문(?) 용어같이 여겨지는 단어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임에서 다룰 책이니 일단 과제라 생각하고, 읽어보려고 계속 손에 쥐고 쥐어 100여 페이지까지 간신히 갔다 그제서야, 약간은 야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끝을 보며 읽을 수 있었다.

 

내용자체도 야구의 이야기 못지 않게 무척 다르게 느껴졌다. 묘사와 감정에 충실하고 진지한 책들을 주로 읽어서인지 가볍게 여겨지는 내용,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내용, 인물들의 독특한 시각과 생각... 재밌으면서도 특이하고 서먹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마냥 웃고 흥미롭기 보단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절대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내용이긴 했다. 그리고 점점 읽어갈 수록 작가의 매력을 알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물들(한국인이라면 잘 알 수 있는 ㅎㅎㅎ)에 빗대어 묘사한 것하며, 자신이 일을 쉬고 이혼 직후의 삶을 긴 여름으로 몇 차레 걸쳐 표현한 것이며, 삶에 대해서 바쁘고 프로를 지향하는 현 사회에 대한 일침이며,,, - 또 내가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깊이가 있다 싶었던 여러 표현들- 등이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잘 모르는 야구팀이라 선뜻 그의 세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라는 것을 알만하다. 그것으로 우리를 채찍질하며 달려왔던 삶을 돌이키며 우리의 삶에서 과연 어떤 것이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삼미야구팀을 통해 보았던 그의 사색의 절차, 과정은 삼미가 사라진 팀이었음에도 팬클럽을 결성하게끔 했던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 생각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현실적이지 못해 너무 어이없다가도 친절하고 조리가 있어서 저자의 표현력과 필력에 매료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야구를 다룬게 참 아쉽다.

하지만 그런 야구 무지식자인 나임에도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통한게 다행이다.

삶에 대해 야구라는 소재로 접근한 것은 색다르기도 하고 '삼미'라는 팀을 통해 삶을 통찰하게 된 작가의 직관(?맞나)에 감탄한다. 읽지 못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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