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개정판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책 제목이 참 낯설었다.

입에도 쉽게 잘 안 붙고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작가님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쓰신 분이라고 해서 '아하!'했다.


프로야구를 생각하면 두산, 롯데, 삼성,,, 등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야구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흘러흘러 듣고 들은게 있어서 알게 된 팀은 저 정도다.

그리고 퇴근길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하면 여차없이 프로야구경기가 열렸다는 것에서 우리나라에 야구팬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삼미'라는 팀은 내가 더더욱 알기 힘든 팀이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내가 한참 뭣모를 시절에 활동했던 팀이니 모르는게 당연할 지도...


그래서 이 책이 초반부터 야구를 다뤘던 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야구라곤 발야구밖에 모르는 내게 이 책에서 다루는 야구 이야기는 절대 못알아듣는 외국어만큼이나 생소했다. 찾아보기에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전문(?) 용어같이 여겨지는 단어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임에서 다룰 책이니 일단 과제라 생각하고, 읽어보려고 계속 손에 쥐고 쥐어 100여 페이지까지 간신히 갔다 그제서야, 약간은 야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끝을 보며 읽을 수 있었다.

 

내용자체도 야구의 이야기 못지 않게 무척 다르게 느껴졌다. 묘사와 감정에 충실하고 진지한 책들을 주로 읽어서인지 가볍게 여겨지는 내용,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내용, 인물들의 독특한 시각과 생각... 재밌으면서도 특이하고 서먹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정도로 보수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마냥 웃고 흥미롭기 보단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절대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내용이긴 했다. 그리고 점점 읽어갈 수록 작가의 매력을 알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물들(한국인이라면 잘 알 수 있는 ㅎㅎㅎ)에 빗대어 묘사한 것하며, 자신이 일을 쉬고 이혼 직후의 삶을 긴 여름으로 몇 차레 걸쳐 표현한 것이며, 삶에 대해서 바쁘고 프로를 지향하는 현 사회에 대한 일침이며,,, - 또 내가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깊이가 있다 싶었던 여러 표현들- 등이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잘 모르는 야구팀이라 선뜻 그의 세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라는 것을 알만하다. 그것으로 우리를 채찍질하며 달려왔던 삶을 돌이키며 우리의 삶에서 과연 어떤 것이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삼미야구팀을 통해 보았던 그의 사색의 절차, 과정은 삼미가 사라진 팀이었음에도 팬클럽을 결성하게끔 했던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 생각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현실적이지 못해 너무 어이없다가도 친절하고 조리가 있어서 저자의 표현력과 필력에 매료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야구를 다룬게 참 아쉽다.

하지만 그런 야구 무지식자인 나임에도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통한게 다행이다.

삶에 대해 야구라는 소재로 접근한 것은 색다르기도 하고 '삼미'라는 팀을 통해 삶을 통찰하게 된 작가의 직관(?맞나)에 감탄한다. 읽지 못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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