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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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참 좋아했다. 소소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잘만 선택하면 어느 사람보다 위로가 되고, 드라마보다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소진되었을 때 에세이를 보면, 여느 책의 장르보다 눈물을 자아내고, 뼈저리게 가슴 울리는 깨달음이 오기도 한다. 가독성이 좋고, 주제에 따라 단편적이라 호흡을 가다듬기 쉽다.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다.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대해 호평을 적힌 글들을 간간히 읽었다. 당시에 다른 책들을 읽어내느라 지나쳤는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궁금증에 한번은 읽어보았으면 했었다. 그러다 동일작가가 낸 신작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내 삶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관계, 자아 등 관련해서 하는 고민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어떤 책을 읽고 그간 죄책감과 노력하지 않음을 채찍질했단 모습을 발견하고 나를 칭천하고 격려하기로 해 한동안 그렇게 실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기계발서의 단기적인 효과를 김신희 작가로 짧게 이야기하지만 육아서 또한 효과가 오래가진 않은지라 잊어버렸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을 칭찬하자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해보리라 다짐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인생일 때 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인생일 때 나마저 타인의 편에 소속되어 나를 비판하고 소외시킨다면 나는 누구에게 지지를 받을 것인가?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는 건 그동안 당연히 여겼지만, 아무 편도 없는 내 자신에 대해는 왜 아무런 생각도 반론도 내밀지 못했을까?


이 책은 다른 곳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깊은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이를 느낀 장면을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하게 될 떄는 그 시선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여 얼버무리곤 했다. 대화를 치고 들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었다. "미안해, 오늘 내 말만 많이 한 것 같네."라는 말이 헤어질 때, 자주 상대에게서 나오는 말이니... 이런 내게는 간간히 묻지도 않은 말들을 받아주는 일들이 잦다. 고문같아서 한번은 참다못해 "이러다 내가 너를 피할지도 몰라."하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너 아니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겠냐고 너그러이 좀 들어달라고 오히려 더 요구한다. 어이가 없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다루는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매체는 이런 사소하고 재미있지 않은 찌질한(?) 이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그게 매력으로 승화되거나 웃음을 줘야 그나마 비춰진다. 하지만 이런 것을 잘 풀어낼 수 있는 김신회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섬세하며 찌질한 일상을 에세이라는 고상(?)한 장르에 고이담아 출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함을 느끼며 읽었다.


 작가는 주제에 따라 간간히 다른 책들을 인용하곤 했다. 저자의 읊조림을 이해하는 근거가 되는 역할을 하는데, 인용한 부분만으로 또 다른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좋았다. 저자의 책을 통해 위로받고 다독여진 마음을 따라 인용된 책을 읽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후에 읽어보리라 메모해 두었다.


 서점 도서 순위를 보다보면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키워드가 그리고 시대적인 유행어가 '치유',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 또한 제목 자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마라고 이 책에서 절대 하지 않았다. 다만 위로와 격려 그 너머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과 행동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것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게 이끄는데서 이 책이 혹은 저자의 기존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게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여자의 마음을, 섬세한 감성을 그리고 시대적인 사회억압을 통한 자연스러운 감정과 표현을 지닌 자신을 생각해보는데 이 책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몇 시간의 투자로 진정한 휴가의 충전을 누릴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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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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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 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p.341


원제목은 <The only Story>이다.

세상에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지문을 갖고 있다. 같은 지문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르다. 약간 비슷할 수 있지만 각자가 소유한 다른 지식, 경험, 기질, 성, 환경 등 각기 각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특히 사랑이야기...라면...?

 사랑이라는 통로를 지나보니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 주제에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뿐인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그 단 하나뿐인 사랑이야기는 언제라도 흥미롭다. 새롭다.


그 와중에서도 단 하나의 사랑일 수 밖에 없게끔 인물의 설정이 상당히 유니크하며 파격적이다. 40대 여성과 10대 청소년의 사랑이야기라니 ...

흔치 않기도 하고, 이슈화가 될만한 그리고 비정상적이라 치부할만한 관계를 상황을 작가는 왜 선택한 걸까? 언뜻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은교>는 인간의 욕망과 온전함을 추구하는 열망에 주목했다. 이 소설은 나이차를 갖고 있는 남녀 사이에서 어떤 메세지를 담고 싶었을까?

이 설정을 보며 너무나도 짓궂은 창조주(작가)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나이차 있는) 남녀에게 큐피트 사랑의 화살을 쏘고 그들을 상황 속에 던져놓은 채 무심히 관망하는 듯 했다.  마치 두 소를 경기장에 넣어 놓고 투우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처럼 무자비하고 잔인하게도 느껴졌다...


 폴은 엄마의 권유로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다. 거기서 알게 된 엄마 또래 나이 이상인 여성 수전을 만난다. 그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그 사랑을 유지한다. 그러다 수전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폴은 수전을 데리고 런던으로 가서 그들 만의 삶을 시작한다. 폴은 이제 20대 학업 중인 학생이었다. 그 시간을 허전하게 보내며, 자신과 엮여있던 과거를 정리해가면서 술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가까스로 이어가려 했던 폴과 수전의 관계는 시련을 맞게 된다. 마치 창밖으로 떨어진 수전의 손을 창 안의 폴이 잡고 버티고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의 모습이다. 결국 폴은 그녀의 손을 놓았고, 그녀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기까지 자신의 삶을 유지함과 동시에 그녀와의 만남을 끊지는 않는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대상 시점이 달라진다. 뜨겁게 사랑하고 그들끼리 떠나게 되는 장면은 1부로 '나는'이란 시점을 갖고 이야기 한다. 2부는 그들의 동거기간과 알콜릭이 되는 수전을 다루었는데 '너는'으로 서술한다. '그는' 으로 수전과 헤어지고 각자의 삶 속에서 간간히 부딪히는 면을 3부에 담았다. 이 소설은 기억을 재구성했다는 설정이라 기억을 설명하는 화자가 처음엔 '나'가 되었어야 한게 아닌가 싶다. 단편적인 기억처럼 이야기를 짤막하게 나열한다. 점차 나의 이야기를 타인이 맡게 되는데 그 과정이 점차 나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의 모습은 나를 잘 간파하면서도 시점의 변화를 줌으로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또한,  사랑에 대한 적극성, 그리고 책임에  '나'로 처음엔 적극적이었다가 점차 피하고 싶고 책임을 돌리고 싶어 사랑이 용해되어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너는'과 '그는'이란 시점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점은 1,2,3인칭으로 변하지만 폴의 입장과 그의 생각을 다루는 것이 주(主)가 된다.젊은 입장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사랑에 따라 제약, 상황, 결과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을 갖고 다루었다. 또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랑의 감정과 자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순차적으로 다룸으로써 사랑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따르고자 애쓰는 면모 등 다방면의 사랑의 모습을 조명했다.

나이차를 둔 설정이 있어서, 외모나 조건과 분리된 순수한 사랑을 볼 수도 있고, 책임없던 미성년에서 차차 부여되는 사회적 책임, 도덕적평가등의 환경적인 제약으로 변하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읽다보니, 자신이 다루려는 이야기를 위해 최적화된 설정을 의도한 것과 많은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것에서 작가의 탁월한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연애와 기억을 시작으로 여러 상황을 꼼꼼히 사색하고 사유한데서 이 책의 매력을 느꼈다. 작가는 인물의 심리나 행동과 더불어 인물이 다루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랑'과 관련한 소소한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룬다. 사랑, 기억, 거짓말 등 여러가지가 사랑의 과정을 통해 감정, 심리, 고뇌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깊이있는 작품의 맛을 느끼게 했다.

어떤 면에서 그녀는 술로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폴은 기억에 의존하여 사랑을 재조명하고, 사색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또 폴이 살아가는 삶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는 기억과 같이 사랑에서도 인간은 연약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연애에 대하여...

'연애'하면 으례 달콤한 것, 설레이는 것, 행복한 나날로 단정짓는다. 그런 고정관념으로 연애의 단편적인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연애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모습은 간과했음을 알게 한다. 이 책의 설정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더라도 연애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면모를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지 어둡고 피하고 싶은 부분이라는 이유로 묻어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책을 읽어보며 연애의 또 다른 얼굴을 맞닥뜨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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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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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나비들이 있다. 향하는 곳도, 날개색도, 날개 모양도 제각각이다. 책표지를 가득 메운 나비들을 보면서 '예쁘다'란 생각이 들엇고, 다양한 모습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조화된 것이 보기 좋았다. 각자 나비들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제목을 말로 하듯 제갈길에 바쁜 모양이다.


 대체로 한 길 글쓰기에 매진한 이들의 세계이고, 나이가 많지 않다면 타고난 필력으로 최연소 등의 타이틀을 갖고 주목받는 이들의 세계가 문학의 세계일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연륜이 있음에도 느지막히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각종 수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조차도 타고난 거라 인생 후반에 써도 인정받은 거라고 하면 할말 없지만, 하여튼 늦깍이 소설가의 글은 어떻게 여러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지 궁금해 진다. 인생의 경험, 지혜, 감정이 농후해진 그 시기에 쓴 글은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차례도, 소제목도 없이 5파트로 나누어져있다.

일흔 다섯을 앞둔 그녀는 남편도 일찍이 잃었고, 자식들을 출가시킨 후 혼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집안에 동거(?)하는 쥐들을 무심한 듯 의식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인생의 덧없음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한 때 바둥거리고, 예민히 여기고, 지나치게 집착해 온 삶들이 저때 쯤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 사뭇 낯설기도 하지만, 나 또한 요즘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되고, 익숙해지고 있는 행동의 가짓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그녀의 모습이 공감되기도 했다.


 융기와 같은 여러 목소리가 그녀의 삶에 들어온 장면은 약간 섬뜩했다. 과연 나중에 헛것이 들린다는 게 저런 걸까? 함께 몇년을 살았던 외할머니의 중얼거림이 저런 것에서 비롯 된 것일까? 홀로됨을 인식하는게 두려워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자의식은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 둘을 낳고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제발 날 좀 혼자 있게 해줘!'였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치닥거리하다 하루하루가 가면 나를 영영 잃게 될까봐 나 자신이 찾고 싶었다. 하루빨리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책을보고, 집안일을 하고, 혼자 차마시며 멍때리고 싶었다. 내 시간 없이 나를 의식할 새 없이 상황에 버려진 나를 주워담으려고 하는게 너무도 비참히 느껴졌다. 그래서 홀로 됨을 간절히 꿈꿨다. 하지만 모모코의 삶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삶이었음에도 설레지 않았다. 초라했고, 서글프고 안쓰러워보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더이상은 그와 함께 하는 시간과 느낌의 생산이 멈춰버렸다는게 끔찍하다. 몸이 불편하고,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누군가의 기척에 반가워하는 상황이 언젠가 내게도 오겠지?

미래를 한번 보고 온 느낌이었다. 그녀가 꼬마였을 때 차차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면, 나는 반대로 죽기직전, 배우자와의 사별, 아이들의 출가 등을 타임머신 타고 한번 둘러보고 온 것 같았다.


어쩌면 글을 이렇게 깊이 있고 묵직하게 울림퍼지게 잘 썼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이야기다. 혼자의 생각으로 온전히 흐름을 끄는 이 책에서 지루하지 않았고, 평범한 일상임에도 오히려 보이지 않던 마음 한켠을 건드려 꾹꾹 밟아주는 듯 했다. 한문장 한 문장이 마음을 다해 눌러담은 한공기의 밥과 같이 따뜻하고, 그득하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사소함도 놓치지 않고 세심한 사색으로 퍼올려 엮은 소장하고 싶은 소중한 표현들이었다.


 홀로 시작한 책의 초반은 후반이 되면 적막함과 외로움이 조금은 묻히게 된다. 외손녀의 등장과 도움요청으로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엔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단다'라는 할머니의 말에 순수하게 무섭지 않냐고 묻는 손녀의 물음에, 함께 봄을 반기는 모습에서 모모코를 향한 안쓰러움이 그리고 미래의 나를 향한 씁쓸함이 안심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간 외면하고 살아온 우리 외할머니, 내 아버지가 떠오른다. 얼마나 외로우실지? 혼자된 시간들을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적막함과 외로움을 어떻게 대하며 사실지? 또, 그때의 나는 어떨지?


아이를 낳고 '왜 아무도 애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지 말해주지 않았나?'하는 원망을 한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하게 '왜?'란 질문을 할 거란 생각을 했다. 왜 아무도 노년의 삶이 이럴거라고 말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노년의 삶에 대해 짐작하며 덜 당황할 것 같다. 

다들 그렇게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데 실감이 났다. 그럼에도 그간의 세월을 훑은 경력이 있는 작가인지라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납득이 되기도 했다. 현실만 살았더라면 보이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을텐데, 이 책을 통해서 보이지 않을 것을 보고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다. 남을 의식하고, 무언가에 쫓겨살던 삶에 대한 그녀의 후회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게 한다. 서서히 오고 있는 그날을 향해가는 중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며, 준비하며 또 남의식 덜하고 나로 사는 삶을 찾아갈 수 있길, 혼자 가는 길 당당하길 소망해본다. 점점 약해져도, 점차 잃어버려도, 점차 무뎌져도.... 나대로의 길을 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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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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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이 책의 처음을 시작하는 이 단어에서 묘한 동요가 느껴졌다. 유미코처럼 어딘가 걸어야 할 것 같은 떠밀림이 은근하게 다가온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산책일 수도 있겠지만, 내겐 사색할만한 고심할만한 일을 곱씹으면서 무언가를 찾으려 할 때 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나와 같은 의미라면.. 주인공의 상황은 '걸어'라는 음성에 따라 나아갈만하다.

곧 나이 40이 되고, 남편과는 이혼 전 별거중. 그리고 이혼예정인 남편은 행방불명....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자신의 삶을 반 긍정, 반 포기로 내맡겨 산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옆집에 사는 카에데란 친구와의 여행은 그런 자신의 틀을 서서히 벗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여행 중에 겪은 일로 어느 친구와 같이 서로의 이질을 깨닫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왜 현재의 사람으로 완성(?)되었는지 최근에 사랑했던 그녀의 남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로 설명이 된다. 그리고 여행이야기 또한 일어날 만한 소소한 일들이 적혀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유유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듯 흘러내어 딱히 이렇다할 포인트가 떠오르진 않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일상적인 듯 덤덤한 문체가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아 편안한 인상을 풍긴다. 반면에 그 안에서 뽑아내는 사색과 철학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도 공감이 가고, 곰곰히 되짚어보게 된다.


 여성의 우정을 다룬 책이 흔하지 않은데, 책 표지에 소개되어서 약간 기대했다. 요즘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페미니즘이 주목을 받고 있지 않던가? 남성 못지 않은 여성의 우정을 얼마나 끈끈히 다루었을지 마음대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책 전반의 흐름과 동일하게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로 흘러갔다. 둘 사이에 깔깔거리며 웃는 여고생같은 명랑함이나 솔직하게 되는 분위기, 갈등과 위기의 상황은 있지만 그로인해 두 사람이 더욱 돈독해진다던가 극적인 분위기의 연출은 느껴지지 않아서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행을 통해 둘은 함께 했고, 개별적으로 보냈다. 공동체의 기운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인생에서는 결국 나 혼자... 라는게 아닌가 싶다.

여러 남자를 서스럼없이 만나던 카에데는 마지막 만난 남자와는 관계없이 잊지 못한 남성을 마음에 간직한 채 여행을 마무리 했다.

유미코는 남편을 만나기 전엔 틈틈히 남편을 그리워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이혼을 종지부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둘다 혼자가 되었고, 상황에 자신을 내어놓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마무리 지었다.

인생이 결국은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 혼자인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


인생을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환경과 상황을 핑계로 내 선택과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 책의 많은 인물들도 그렇게 은연 중에 의존적으로 살았는데, 특히 연배가 있는 여인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략 삶을 대하는 모습을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의 의존적이던 삶을 인식한 어떤 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솔직해지기로 했고(미츠에), 반대로 자신의 삶의 환경에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나카자와 어머니). 반대로 기존의 자신을 반성하며 행동을 돌이키고자 애썼다(마키코).

그런 걸 보면 삶은 제 각각이지만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있다.

주인공들이 함께 다녀온 여행이 끝나며 우리도 이 소설을 끝낼 때쯤 그녀들과 같이 현실에 돌아와있다.

인생에서 정답은 없고, 선택은 내 몫이 되어 삶이 내 앞에 놓인 느낌이다.

결국은 나 혼자의 삶...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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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다 : 두 번째 이야기 -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극한의 자유 나는 작가다
홍민진 외 지음 / 치읓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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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읽으면 더 많이 더 깊이 읽으라고 했다. 더 많이 더 깊이 읽으면 써봐야 한다고 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즐거움을 찾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런 책은 개개인의 사유를 거치기 마련이다. 각자의 경험과 흥미와 가치를 따라 만들어진 사유는 어떤 모양으로 남든간에 표현하게 되어있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 이다. 글쓰기는 오래도록 남길 수 있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작가로 도전을 받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나의 생각을 남기고, 나의 생각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어쩌면 평범하다할 수 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시련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9명이 책을 썼다.

그들조차 '평범한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요?'란 물음과 함께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그들은 펜을 들었다. 이 책에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 담았다. 삶의 과정, 거기서 파생된 고난, 아픔, 성취, 도전을 글쓰기로 표현하여 독자에게 손내밀었다. 평범함을 공유하며 자신이 극복하고 또 책과 글쓰기의 일에 다다르게 된 이야기를 다뤘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보를 얻기 위해, 간접경험을 위해, 공감으로 위로받기 위해, 재미를 위해,...

작가(저자)는 위와 같은 독자의 필요를 채워주고, 독자는 작가를 향한 지지와 선택으로 서로 동반자가 된다. 위의 저자들은 처음에 독자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았다. 책을 통해 찾은 사유를,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돕기 위해 그들은 글을 썼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디까지를 작가라고 칭해야 할지 의문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하소설을 내거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내거나, 어떠한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된 일부 사람만을 작가라고 하는게 맞을까?

책을 내기만 하면 내용의 양이나 질에 상관없이 작가라고 하는게 맞을까?

프로가 본다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대략 예상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이 겪어낸 삶을 어떤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이 어느 누군가에게 작든 크던간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래서 그런 가치로 그들을 인정해준다면 너무 인심이 후한걸가?


이들 9명을 글쓰기 지도를 한 기획자 이혁백씨는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세상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진정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책 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8)


그는 자신을 직시하고 솔직한 경험과 생각을 담아 독자들의 공감을 이루어 낸 사람을 '작가'라 칭했다. 나또한 이 9명과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도전과 꿈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모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진심으로 독자들에게 나아가려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타이틀이 아닌 숭고한 정신으로 '작가'라 불리웠으면 좋겠다.

 

 다만,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질 거라면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타인을 향한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세계와 틀에 박혀 판단하는 것보다 작가라면 많은 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깊이 있는 고민으로 삶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말마따나 글쓰기가 나만 보는 것이면 일기가 되겠지만, 책을 내는 것이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이들이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작가라고 여겼으면 좋겠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분명히 질적인 면에서 구분된다. 하지만 프로도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고, 아마추어도 (부족하나마) 메세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취미로라도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얼마든지 개인 고유의 표현이 가능하다. 그들의 그 창조물을 통해 누군가가 기뻐했다면, 감격했다면, 위로받았다면.... 죽은 메세지가 아니라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메세지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가 그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그는 어떤 매개체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죽은 메세지를 전하는 어떠한 전문가보다 나는 그들의 일이 가치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작가로 음악가로, 화가로, 선수로 자신 스스로 네이밍하여 마음껏 자신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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