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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 언젠가 사람들에게 회자되다 못해 영화로 나왔던 책이다.
감동소설의 필(?)은 오는데, 어땠길래 이야기 되다 못해 영화로까지 나오게 된걸까?
일단 짧게 말하면 이 책은 오베란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아내와 주변인과 더불어 살아왔던 그의 이야기다.
아내가 죽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베'!
그 남자는 매번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가 시도하는 족족 이웃 사람들(특히 앞집 부부)과 고양이가 그의 계획을 방해한다. 너의 자살시점을 우리는 알고 있고 반드시 우리가 막아주겠다라는 듯이....
그가 살아오게 된 삶, 그리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다른 소설과 확연히 다르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저자 특유의 문체다.
'~하는 듯 보였다.' '~와 같다.' '흡사하다.' 등이 유독 많이 쓰이는데 그 내용 자체 이상의 것들을 상상하게 하고 이해하게 한다. 또한 그것들이 유머러스함과 독특함을 느끼게 해준다.
3인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작가는 오베의 모든 것을 가장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초반 내용에서는 그의 괴팍하고 특이하며 융통성 없는 성격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너무 평범하지 않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성격의 소유자를 작가가 소설 전반에 내세웠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처음 몇 부분으로 '오베'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은 성급하다 싶다.
그의 가족사, 성장사, 연애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그가 말없고 성실한 남자이며 순정파임을 알고 그에 대한 반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을 겪은 오베가 지금의 오베가 될 수밖에 없음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속은 깊고, 심성은 착한 오베의 본성은 잃지 않은 채로 그것들이 회복되어지게 하는데 주변인들이 역할을 제대로 한다.
그는 올곧았고, 그름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그의 것과 권리를 지키고자 싸웠다.
그는 흰옷을 입은 자들을 상대하였는데 그것은 곧, 권력이었고, 힘을 가지고 휘두르는 자들이었다.
그런 중에 주변인의 죽음은 정말로 끔찍한 것이다.
오죽하면 외부스트레스 요인 중 점수가 가장 높은 1위가 '배우자의 죽음'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가 죽었다고 깊은 상심에 일정치 못한 기간 있을지라도 다시 딛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주인공 '오베'는 그렇지 않았다. 살아가기를 포기했고, 그의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포기를 할지언정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했다. 뭔가 변화를 느꼈다고 했을 이후에도...
그가 자녀가 없었고, 친척 등 혈연이 없었던 것을 볼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자살을 반드시하려는 이유는 그의 가치, 생각에 있다.
먼저 그는 부모님을 청소년 시기에 여의었다. 자신의 롤모델을 잃었고, 보금자리를 잃었다. 안식처를 잃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아내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와의 아이와 아내의 다리를 잃었다. 신혼여행으로 당한 사고에서 그는 스페인 당국 등 여러 곳에 여러 차례 자신의 억울하게 당한 피해를 호소하지만 어떠한 보상도 위로도 받지 못했다. 그는 좌절했지만 아내가 있어서 괜찮았다.
그러나 이후 그는 그의 아내를 잃었다.
그녀와의 일상이 그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 자체가 '오베'의 전부였다.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한 그는 더이상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라지에이터기 온도를 높이고, 커피를 내리고 할수가 없게 되었다.
죽음이 그를 홀로남겨지게 만들었다.
그는 또 혼자가 되어 그의 삶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다행히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주변인과의 관게 덕에 그는 지켜야 할 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할 일을 찾게 된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면서 제 역할을 충실하고 착실하게 해 나간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이자 독특했던 것은 '사브'라는 차로 오베는 자신의 것들을 충실히 지켜나갔다는 것이다. 이웃인 루네가 BMW를 샀다는 이유하나로 틀어졌다는 상황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그가 지키고자 한 가치와 고집스러움이 차 '사브'를 통해 잘 나타난다.
물론 차가 단지 그들의 사이가 안 좋아진 이유라고는 볼 수 없음은 알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로 가서
그가 지은 집, 그리고 이 '사브' 차라는 물건을 그가 고치고 재생산하며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 면모와 산업화 시기에 그들이 기본적으로 구축하려고 했던 그들의 삶을 그것들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주변인물에서 페르시아에서 온 이란인인 파르바네가 독특한 설정으로 보였다.
다문화가 진행되어있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어떤 한 무리에 아주 다른 인종이 끼어든 설정...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쌩뚱맞게도 느껴졌다.
대강 검색을 해보니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다문화정책으로 이민자들에게 관대했다고 한다. 국가에서 그들에게 일정 지원금을 제공했다고 하니 이 소설에서 파르바네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충분히 현실성있었겠다.
하지만 그에 머무르지 않고 저자가 이 소설로 끌어낸 인물들을 한번 생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란인 여자(외국인), 오베라는 노인, 동성애자, 다친 고양이, 오베의 부인의 장애, 불임부부...
아픔을 겪고 약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전반에 드러낸다.
이는 저들에게 강요하고 순응하라고 압박하는 사회에 대해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스웨덴 자체가 복지국가로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겠지만,
그것들이 그들에게서 주는 전부가 될 수 없다.
그러한 복지서비스들이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인 인식이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개인적인 사색을 가득담아 생각해보았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문체, 그리고 재미까지 마지막에는 감동으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단지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에서 다가 아니라
삶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사람들을 다시한번 돌아보게하는 책었다.
그래서 참!! 읽어볼만 하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배그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p.69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p.83
열여섯에 고아가 되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원래 가족을 대체할 자기 가정을 꾸릴 시간을 가져보기도 훨씬 전에 가족을 잃는다는 것. 그건 무척 독특한 종류의 고독이었다. p.103
그는 자기가 주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랬으리라. 주택은 계산할 수 있었고 종이에 그릴 수 있었다. 방수 처리를 해놓으면 물이 새지 않았고, 튼튼하게 지어놓으면 무너지지 않았다. 주택은 공정했다. 공을 들인 만큼 값어치를 했다.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나았다.
p.129
....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p.207
4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소냐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혔다. 같은 기간 동안 그녀는 오베가 셰익스피어 희곡 한 편이라도 읽도록 하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택 단지로 이사하자마자 그는 몇 주 동안 내내 저녁마다 헛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녀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책장들이 거실에 놓였다.
"책들을 어디에 보관은 해야 하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드라이버 끝으로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콕콕 찔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p.208
"그만하면 됐어요, 오베. 편지는 더 쓰지 말아요. 당신이 쓴 이 편지를 다 집어넣을 공간이 인생에는 없어요."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고는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p.280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다. p.353
때로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물론 그들 자신이 언젠가 그 일을 하게 되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지금 하는 게 나아서일 수도 있다. 때로는 정반대의 이유이기도 했다. 즉 자기들이 진작 그 일을 했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아마 오베도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내내 알고 있었겠지만,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을 곱씹는다. p.380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p.416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를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p.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