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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시절 내가 좋아하던 담임선생님의 책상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그당시 순진했던지 몰라도 그 제목만 보고 생물을 죽이는 내용을 연상하며 참 잔인하겠다 싶어 몸서리를 쳤다. 그만큼 또 인상적인
책 제목이었다. 그러고 이 책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책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2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지만 언젠간
읽어보리라 생각해왔던 책이었다.
이 책은
1930년 경 6살인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그 시대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장소설인 동시에 메이콤이라는 군에서 일어난 한 흑인의 억울한
재판이야기가 큰 사건으로 다루어진다.
아이들
자체의 순수함과 호기심으로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편견과 오해, 그리고 차별이
드러난다.
미국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무지한
나로써는 여러 상황들이 익숙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청교도'가 나오고, '남부''북부''전쟁' 등의 단어가 나오는데 그 특성과 바탕을
이해하는데 한계는 있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써 당시
여자에게 '숙녀'됨을 강요하는 문화, 흑인과 백인이 구분하여 교회를 다니는 상황, 흑인이 '깜둥이'라고 칭해지며, 백인을 '아가씨'등의 칭호를
사용해서 높이는 상황 등에서 현재와 다르고 분명한 차별이 그 당시에 내재되어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들이 남자든
여자든 한결같은 자상함과 지성, 상식으로 대하고 가르쳤던 애티커스 핀치를 보면서 남다른 인상을 갖게 되었다.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포용하고 수용했던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을 가르치는데에서는 분명했던 그를 보면서, -아니나 다를까 내 자신이 엄마란 부모이기
때문에- 올바른 부모의 모습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수용보다는 제재를, 기준보다는 적절한 타협을 해왔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스카웃
또한 당돌하고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당시의 상황을 볼 때 이 소설을 전개하는 주인공으로써는 주체로 적합해 보이진 않아 의외였다. 물론
작가본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주인공으로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지정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여자라는 성적인 차별을 당하는 한 사람으로써,
또한 순수함과 죄에 민감함을 지닌 아이의 눈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가 그 시대 상황에 대해 보다 분별있는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흑인이 아닌 백인의 시점으로 이 상황을 보았다는 것은 그 상황에서 백인 즉 가해자의 눈으로써 보여진 인식한 상황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왜 이 책이 성경다음으로 읽힐 만큼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그리고 현재까지
필독서로 추천될만큼 인정이 될까?
이미 이 책인
인종의 차별을 다룬다는 건 책의 겉 표지에서 이미 판단이 되었다. 그런 주제를 다뤘다고 해서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력일 끼쳤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는 1950년대로 이미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큰 파장들을 일으킨 사건(로자팍스 여성의 규정어김으로 일어난 보이콧
등)이 있었다. 1863년 링컨을 통해 이미 노예해방이 선언되었음에도 여전히 미국내에 당연시 되던 인종차별의 문제가 드디어 문제로써 인식이 되고
마틴킹 루터 목사 등을 통해서 운동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저자는 흑인을 변호했던 아버지의 영향과 법률을 공부하여 자신과 비슷한 인물인 스카웃을
내세워 책을 썼고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린 책으로 그 당시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또한, 인종차별에 대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현 상황에서는 그것을
달리 적용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으로 현재까지도 재고해보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아직도 유효하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머뭇거리게 했던 장면은 테이트 보안관이 애티커스(스카웃 아버지)에게 사건정리를 해두는 상황에서였다.
과연 테이트의 사건정리를 옳다고 할 수
있까?
아이들이 할로윈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유얼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 상황에서 부 래들리가 아이들을 구하게 되는데 유얼이 칼에
찔려 죽게 된다. 이 상황을 헥 테이트 보안관은 유얼이 자신의 칼에 넘어져 찔려 죽은 것으로 사건을 결말짓는다. 그에게는 지키고 싶었던
애티커스, 그리고 부 래들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 래들리의 살인이라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 래들리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것도 부인 할 수는
없다.
그 사건들이 낱낱히 공개되어 또 다른
부당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일을 한 것이 덮여지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와야 할까?
아니면 아이들을 구하려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 거니 그 죄를 덮어야 만 할까?
테이트는 후자의 선택을 하고 그렇게 결말이 되었지만 우리는 어떤게 옳은 것인지 우리라면 어떠한 상황을 택할지 고민해보게
된다.
옳고 그름에 대해 어떠한 것도 포기할 수 없지만, 그것을 포기하지 않기엔
또 옳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지...
악법도 법이 과연
옳은 걸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나한테도 선택을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도 헥 테이트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악인을 통한 피해가 더는
생겨나지 않길 바라면서,,,,
선인들을 지키면서 양심을 져버린 나 자신의
죄책감을 더 이상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이 책이 유명하고 추천할까 생각을 했다.
내가 선택한
구절들을 옮겨적으면서 보니
저자가 섬세하고 심층적으로 차별과 정의에 대해서
독자들을 설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휘두르거나 강요하거나 강력하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시점에서 비춰진 상황과 환경을 보게
함으로 한걸음한걸음 '우리는 진일보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깊이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필독할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납득이 되었다.
차분하고 점진적으로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 시대의 차별을 드러내고 또한 그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저자의 필력이 감탄이
되었다.
어느 날 아빠가 젬
오빠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따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174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00
"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어. 할머니는 세상일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계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아들아, 네가 그때 만약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너에게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리도록 시켰을 거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를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쨋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있는 분이셨단다."
p.213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고... 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 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p.237
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지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될 테니."
.....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p.372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p.399
너희들이었다면
그럴 수 없었을 테지.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했다. 네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더 그런 일들을 목격하게 도리
거야. 무지개 색깔 중 어떤 피부색을 하고 있건 한 인간이 평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따면 거긴 바로 법정일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원한을 배심원석까지 갖고 가기 마련이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넌 일상생활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을 속이는 걸 매일매일
보게 될 거다. 하지만 네게 말해 주고 싶은 게 있구나.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 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이 세상에 흑인의 무지를 이용하는 저급한 백인보다 볼썽 사나운 건
없다. 절대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돼. 그 모든 것이 쌓이면 언젠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테니까. 그런 일이 너희들 세대에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p.408-409
헥, 이 문제를
조용히 무마시킨다면 내가 그 애를 길러 온 방식을 간단하게 부정하는 것이 돼. 때론 부모로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 애들한테
있는 것이라곤 내가 전부네. 젬은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나를 먼저 쳐다본다네. 나도 그 애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또록 살려고 노력해
왔고.... 이런 식으로 뭔가 묵인한다면, 솔직히 말해 난 그애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어. 그리고 그렇게 마주 보지 못하는 날, 나는 그 애를
잃는 것임을 잘 알고 있고. 그 애와 스카웃을 잃고 싶지 않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그 애들
뿐이니까."p.504
"변호사님, 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못 됩니다만 메이콤 군의 보안관입니다. 평생 이 읍내에 살았고, 제 나이 올해로 마흔하고 셋입니다. 제가 태어난 이후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모조리 알고 있죠. 아무 이유 없이 흑인 청년 한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도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버리게 하시죠. 변호사님.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버리게 하시란 말입니다..............핀치 변호사님, 제
사고방식으로는, 변호사님과 이 읍내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저 부끄럼 많은 사람을 백일하에 끌어낸 다는 건... 제게는 죄악입니다. 그건
죄악이라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그런 죄악을 저지를 순 없습니다. 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사정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저 사람은 아니죠."p.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