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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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권 리뷰는 패스합니다.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됐어요...ㅠㅠ ㅋㅋ



줄거리

홍은 자신의 사업을 접으려고 하고 이를 송관수와 상의한다. 관수는 자신이 해오던 일에 대한 한탄과 뿌리에 대해 원망, 그리고 허탄과 좌절에 깊이 빠져있고, 그런 관수에게 홍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관수에게도 그만 그리하라고 한다. 이로 홍은 관수를 그의 아들 영광과 다시 이어주려고 하는데, 그 전에 관수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양현은 성숙해져 의대생이 되었으나, 자신의 공부에 확신이 없다. 그래도 이런 양현에게는 명희도, 자신의 아버지(이상현)의 아내인 시우엄마도 듬직한 보호자와 조력자로 있다. 플러스! 서희네 가족도 그녀를 가족과 다름없이 대하고 보살핀다.

환국의 아들이 돌을 맞이하며 길상과 서읜돈, 임명빈도 모여 담소를 나누지만, 송관수의 죽음 이후 관수와의 깊은 영향과 우정에 더 슬픔이 깊어져 길상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관수의 유골을 들고 영광과 영선네는 진주로 들어선다. 여관 숙박업을 하게 된 장연학에게 들른 후, 도솔암으로 가서 영광의 동생이자 관수, 영선네의 딸인 영선식구들을 만난다. 영선은 강쇠의 아들 휘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산다. 이웃으로 영산댁이 데리고 살던 선이와 영호(한복의 아들)를 두어 영선은 선과 단짝으로 지낸다.

조준구는 말년에 아들에게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그의 아들에게 자신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며 생떼를 쓴다. 풍을 맞은 그는 끝까지 아들에게 짐이 되어도 살아보려고 안간 힘을 쓴다. 마지막까지 ㅈㅅ....

길상은 마지막으로 우관선사의 명으로 받아 도솔암에 관음탱화를 그리고, 서희는 뒤늦게 도솔암을 찾는다. 서희네 집의 주치의였던 박의사의 자살소식을 듣고 서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길상은 이에 노한다. 화가이면서 교육자인 환국이 아버지의 그림을 소지감과 함께 바라본다. 길상은 전문가인 아들 앞에 부끄러워 떠나있는다.


감상평

신분사회의 구습이 일제시대에도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백정'은 여전히 '백정'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을 백정의 딸과 결혼한 관수는 뼈져리게 느꼈고, 그 한을 곱씹고 당해왔다. 한많았던 괴로운 인생을 마주하며 그대로 당해왔다. 관수 뿐 아니라 홍이도 자신의 어머니의 남편이 '살인자'였기에 사람들의 뒤에서 수근대는 소리를 감당해야 했다.'살인자'의 아들로 낙인찍힌 한복 또한 그랬다. 그들 모두 평생을 따라다닐 주홍글씨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그것을 견디고 애써 극복하는 그들의 삶이 애처롭게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들의 인생 속 내내 쫓아 다닌 그들의 그 '낡은 패'를 이 시대를 사는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긴 했다. 그렇다 해도 이 책으로 그 모든 걸 담담히 견뎌내야했던 신분과 죄를 상속받아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삶을 헤아려볼 수 있었던 16권이었다.

일제시대의 거의 말미를 달린 시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창씨개명, 그리고 노동력 차출, 민족 신문 폐간 등 마지막까지 발악했던 일제의 탄압이란 역사적 사실이 <토지> 속 인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소설이지만, 혹시 서희 일가처럼 친일과 동시에 독립운동을 가능했었을까 싶다. 보통 생각하기론 친일 아니면 독립운동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인물을 평가하곤 한다. 과연 이런 집안이 존재하긴 했을지 궁금해진다.

거의 막판을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마무리가 되어갈지 궁금하다.

사실 일제 강점기 이후에 이 나라에는 크나큰 전쟁도 한 차례 지나가는 데 그 전쟁까지 담아내진 않겠지....

생각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Pick 문장

한 개인의 삶은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모호한가. 가령 땀 흘리고 일을 하다가 시장해진 사람이 우거짓국에 밥 한 술 말아 먹는 순간 혀 끝에 느껴지는 것은 바로 황홀한 행복감이다. 한편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사람은 혀끝에 느껴지는 황홀감을 체험할 수 없다. 결국 객관적 척도는 대부분 하잘것없는 우거짓국과 맛 좋은 고기반찬과의 비교에서 이루어지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 보일 수 있는 것이 대부분 객관의 기준이 된다. 사실 보여주고 보여지는 것은 엄격히 따져보면 삶의 낭비이며 진실과 별반 관계가 없다. 삶의 진실은 전시되고 정체하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이요. 움직이는 것이며 그리하여 유형무형의 질량으로 충족되며 남는 것이다.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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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9-11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5부 대단하십니다 완독 응원합니다 9월 잘 보내시길요!

렛잇고 2024-09-11 17:48   좋아요 1 | URL
서곡님~~~ 감사합니다!! 😊😊
다가오는 추석 풍성한 한가위로 보내시길요!!^^
 
라면의 역사 - 라면을 맛보며 문화를 즐긴다
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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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리뷰입니다.


#인문학 #문화 #세계라면 #라면의역사 




'우리의 주식은~

라~~~~ 면!'

(너무 옛날 노래인가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버전으로)

이라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있어서

밥 다음으로 대체 주식으로

많이 먹는 게 라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 그러시진 않겠지만)


무엇보다

저랑 저희 식구들은

그럴 정도로 많이 먹는 음식이

라면이라

라면은

빠뜨릴 수 없는 주식인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죠.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젠 다양한 종류와 방식으로 즐기고,

라면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라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일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라면이 발전했는지

이 책이 제대로 알려주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라면의 역사를 다루는지

그럼 궁금하시겠죠?

그래서 보여드립니다.




이 책에서는

라면의 기원과 한국에서 라면의 시작,

그리고

전세계 다양한 라면의 이야기도

다뤘습니다.

자세한 건

위의 목차 그림을 참고해주세요.


라면의 시작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에게서

1958년도에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와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경제와 생활이 파탄이 나며

가난과 굶주림으로

부족했던 식량난에서 '라면'은 등장합니다.

이젠 모든 폐허들을 정리하고

다시 재기해야 할 사람들에게

있어야할 식량이

극도로 부족했었던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라면'이 생겨났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의 시작인

삼양라면과 농심라면의 탄생 이야긴데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된 라면이다보니

쌀이 주식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정착하는 과정은

마치 라면탄생의 위인전을 보는 듯 합니다.

특히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님이

승승장구했던 당시 자신의 상황에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만들 결심을 한 건

정말이지 대단하다 여겨지죠.

안타까운 스토리도 있습니다.

특히 라면업계에 코로나가 덮친 듯한 사건,

바로 우지파동이 그런데요.


*우지파동 :1989년 11월 3일, 삼양식품,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 등 5개 식품회사가 미국산 ‘공업용 우지’를 수입,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 판매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네이버 지식사전)


결국엔 실제로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만든 것은 아니어서

무죄판결을 받긴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여파는 라면업계에 상당히 크게 작용했어요.

그 역경을 이겨내고

수차례의 도전과 실패를 겪어오면서

지금의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라면(세계)진출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라면회사들의 실패와 도전 이후 성공기는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감동적으로도 느껴집니다.


이외에도 각종 라면 회사들의 라면 제품 소개와 역사를 보면

옛날 생각 절로 납니다.

내가 먹었던 적이 있는 라면인데?

아! 그래 저런 라면 있었지!

아 맞아 그랬었는데!

절로 감탄과 공감하실 겁니다.

더군다나 내가 먹는 라면이

그 많은 라면들 중에 극히 일부라는 걸

느끼게 되실텐데요.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이 책으로 탐색해보시면서

깊은 바다와 같은 라면의 세계에 흠뻑 빠져볼 수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짜장, 짬뽕, 김치, 비빔면 등

추천도 부록에 실려있는데요.

추천과 함께 나온 그림을 보신다면

당장 라면 하나 끓여보라고

발이 여러분을 부엌으로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ㅎㅎ


요즘은 한강라면과 같은 식으로

끓여먹는 라면 카페도 많이 보이죠?

라면 종류와 토핑도 다양하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것이

라면문화를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데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축제, 편의점, 박람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라면세계를 또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책엔 더 자세하니까 한번 직접 확인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명언을 꺼내볼게요.

"나는 서민을 위해 라면을 만든 적이 없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해 라면을 만들었다." p.309


농심을 세우신 신춘호 회장님의 어록에서 가져왔습니다.

라면이 서민만을 위한 음식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음식으로

공감대를 라면 하나로 아우르는 듯한 명언 같아 기억에 남았습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라면이죠?

그런데요. 라면을 먹기만 하는데서만 끝내지말고

이 책으로 라면의 역사와 스토리도 돌아보시면서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맛들을 탐색해보시길 바랍니다.

풍성한 라면의 매력을 좀더 느껴보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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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역사 - 라면을 맛보며 문화를 즐긴다
지영준 지음 / 깊은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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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라면 뒤의 이야기들을 보면 더욱 라면 먹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 읽었어요. 이렇게 다채로운 라면이 있었는지 이렇게까지 라면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았는지 흥미롭고요. 역사를 함께 짊어진 라면부터 흥망성쇠하였던 라면기업이야기까지 읽어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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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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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사람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


알렉산더 포프

첫 챕터부터 한 챕터 씩

각기 다른 세 명의 여자들이

자신의 시선에 따른 상황을 보여준다.

세 챕터만 보면

이 책이 단편소설이었나 싶은데,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다!

(단편소설이라고

나처럼 실망할까 말까 했던 독자들은 안심하시라!)


세 여자는 한 동네에 있지만,

각기 다른 가정을 가지고 있다.


쌍둥이처럼 한 몸처럼 살아온 이종사촌을 둔 테스

완벽해 보이는 남편 존 폴, 그리고 사랑스러운 세 딸과 함께 사는 세실리아

딸을 잃은 슬픔, 남편을 보낸 외로움을 지니고

아들 내외 그리고 내 사랑 손주 자니를 두고 있는 레이첼.


테스는 이종사촌과 자신의 남편이 키스한 것을 알게 되고,

세실리아는 다락방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하게 되고,

레이첼은 곧 아들 내외 그리고 사랑하는 손주가 뉴욕으로 가서 산다는 소식을 듣는다.


상실과 아픔,

상처와 외로움,

배신과 당혹스러움

이웃사촌, 한 동네 사람으로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그들에게 얽히고 설킨 사연이 숨어져 있다.


다른 이들을 은밀하게 판단하고, 비교하고, 추측하는 중에

독자들은 상황과 인물들의 내면이 보여주는

복잡하게 뭉쳐버린 감정과 생각들이

다양하게 적혀있는 이 책에 깜짝 놀랄 거다.


여태껏 신뢰하고 사랑한 내 남편이

ㅇㅇ자라면?

내 남편이 내가 가까이 둔 여성과

남다른 관계라면?

가족의 죽음을 겪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떨까?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내 미래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싶은,

나라면 어떨까

스토리에 나를 대입해서

상황이 그려진다.

용서와 죄의식에 대한

심도 있는 생각도 해볼 수 있어 좋다.


그저 스릴러 같은 데다 술술 읽히는 전개에 빠져들고,

인간에 대한 욕망과 죄의식 등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에

인상적인 글귀 또한 많아 한 번쯤 읽어볼 책!


<템스강의 작은 서점> 책에서 나온 책이라 

무작정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고 좋아서 

이 작가 책은 다 읽어보고 싶다.


이 책 무조건 추천입니다!!

남성들보단

여성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네요.^^

특히 어른들이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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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4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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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거 리

자살하려고 했다가 살려진 명희는 당분간 여옥이와 함께 지낸다. 그러다가 명희는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여옥이를 떠난다. 윤국이는 어떤 마음인지 빨래터에 자주 가 숙이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곤 한다. 길상이 출옥하게 될 날이 다가오자 구마가이 젠타가 서희 집으로 찾아와 기웃거린다. 복연이는 붙어사는 언니 순연(귀남네) 가족을 보고 보란 듯이 성환할매편을 든다. 중간에서 성환할매는 난처하지만, 속도 없이 친정엄마에게 붙어사는 언니에게 한소리 시원하게 해 붙이는 동생 복연이다. 오서방은 우 서방을 의도찮게 살해하게 되고 옥살이를 하는데, 오서방네도 이에 방황하기도 한다. 인실과 조용하는 대면할 계기가 생겼다. 인실이 방직 감독에게 추행당하는 걸 뿌리치던 여학생의 팔이 부러진 걸 보고 기예 학교 선생으로 항의 편지를 썼기 때문이다. 조용하가 인실에게 묘하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인실과 오가타는 주변의 만류와 내적인 갈등에 부담을 가지면서도 끌리는 정으로 만난다. 관수가 독립운동한다고 자신의 많은 시기를 보내고 허탈해 할 때 한복이 옆에서 힘을 북돋워준다. 관수는 자신의 딸 영선을 데리고 해도사집을 지나 강쇠네 집으로 가고, 강쇠 아들의 처로 삼아주길 부탁하며 맡긴다. 강쇠또한 흔쾌히 받아들이며 혼인준비를 한다. 인실과 찬하, 오가타는 명희를 찾으러 진주로 내려간다. 명희는 매몰차게 그들을 거부하고, 여기에 더 할 게 없어진 찬하는 오가타와 인실을 두고 먼저 떠난다.


읽으면서...

비록 백정의 딸을 아내로 맞이했지만, 독립운동에 주축이 되며 강직하게만 보이던 관수. 그의 집안 사정과 위기 때마다 긴장하며 대피하던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자신이 쫓던 가치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남의 집 딸과 가출한 아들과 힘들어하는 가족들, 그리고 독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조국뿐이다. 여기에 허탈해 하며 자신이 따라왔던 독립의 길에 다시 의문을 갖는다. 이에 한복이 관수에게 보이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살인자의 아들로, 아비와 똑같은 삶을 사는 형을 둔 자로 죄인 된 삶을 살아온 한복의 삶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애국자로의 삶을 다짐을 보이는 것이다.


"형님, 지는 말입니다. 지는요, 지는 말입니다. 후회 안 할 깁니다. 겁이사 나겄지마는요, 발 빼지는 않을 겁니다. 영호하고 약조를 했인꼐요. 살인 죄인으로 세상 끝내기 보담이야 애국자로 세상 끝내는 편이 안 낫겄십니까."


그간 독립운동을 하는 계층들과 동학 무리의 대화를 보며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관수의 이런 한스럽고 갑갑한 마음은 독립에 대한 진실된 속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을 울렸다. 정말 관수의 관점과 상황이라면 아무 소망 없지 않은가? 그럼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아득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의미 있는 삶을 제시하는 한복의 짧은 말은 그가 살았던 한스러웠던 인생이 어우러져 감동이 된다.


명희를 찾으러 간 길에 금광여관에서 나온 오가타와 인실의 대화 또한 인상적이다.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어 보이는 남녀... 오가타와 인실은 두 남녀이기 전에 현실을 따라 한 나라를 빼앗은 나라와 빼앗긴 나라의 백성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오가타는 그래도 일본이었기에 민족주의적인 데서 살짝 벗어나 사랑하는 마음을 더 좇았지만, 모든 것을 빼앗은 일본의 사람과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인실은 달랐다. 그런 간절함과 절실함 가운데 부르짖는 그녀의 한 마디가, 그녀가 붙잡으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일본은 절대 조선을 지배할 수 없다! 못 할 거다!"p.423


<토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역시나 <토지>는 토지다!!! 계속 ~~ 쭈욱!!! 끝까지 가자!!



마음에 담은 문장


"양반이 될려고 양반집에 태어난 것도 아니며 상놈이 될려고 상놈집에 태어난 것도 아니며 양반, 상놈 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밥그릇 크고 작은 것으로 인하여 수세기에 걸쳐 횡포와 설움이 대립하여 싸워왔다면 마음이 비고 찬 것은 그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던고." p.47

"조밭을 매면서 이런 말을 하시지 않겠니? 일이란 억지로는 안 되지라. 하루아침에 성을 쌓지는 못허니께로 개미 뫼 문지듯이, 일이란 그렇기 혀야제잉. 세월이란 것도 개미 뫼 문지 듯 가는 거 아니더라고? 해서 할머니, 개미 뫼 문지듯 뫼 문진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었지. 개미가 모래흙 하나하나 물어나르는 거 못 본 게라? 아아 개미가 집 만들려고 땅속에 굴 파는 것 말이지요? 그려, 하며 할머니는 웃더구먼." p.108


... 그건 인간의 본질의 문제지 질투하곤 별로 관련이 없어. 그러나 내가 그 절망의 늪에서 일어나서 세상 밖으로 기어나왔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이방인이구나, 그거였다. 명희 너도 이제부터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게야. 시골에 가도 도시에 가도 교회당 안이나, 밖에서도 흐흐흐흣...... 여자들은 나를 침입자로, 결코 과장이라 생각지 말어. 농가에 들어서도 농가 아낙은 남자의 어느 한 부분, 눈빛 하나라도 도둑맞을까 봐 경계하고, 물론 내가 혼자 있는 여자라는 것을 전제해서 말이야. 아찔하고 눈이 멀어질 것 같은 충격을 헤일 수 없이 받았다. 해서 남자라면은 벽을 쌓고 또 벽을 쌓아놓구 여자들과 친해볼려구, 그야말로 쓸개 다 빼어놓구서 그럴수록 오히려 그게 약점이 되는 거야, 방자함이란.... 아니면 위세당당하게 동정이나 베풀고, 인간을 어떻게 포기해. 난 복음을 전하는 사람 아니니? 도시 인간이란 무엇이냐, 수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주여, 나는 어찌해야만 하옵니까? ... p.120


... 넌 줄곧 온실에서만 살아왔으니까, 어느 정도 견디어낼지는......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담을 쌓아도 제발 내 앞만 가리는 이기주의자만은 되지 말아라 그 말인데, 노처녀나 이혼녀나 과부나 편협하고 옹골차고 물기 없이 말라서 자기 둘레만 깨끗이 하고 자기 식량만 챙기는 그런 습성은 밖에서 오는 핍박 때문에 형성된 것이지만 그것을 이겨야 해. 더한 정신적 고통을 받겠지만 우리도 살아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거야. 명희야, 우리 물기 빠진 나무는 되지 말자." p.122


"그런 감정까지 싫어할 권리는 없어. 아무튼 내가 전도를 하면서 가장 수월하게 대할 수 있었던 사람은 뱃사람들이었다. 예수꼐서 처음 갈릴리 바닷가에서 베드로와 시몬의 형제를 보시고 나를 따르라 하셨는데 그들이 어부였다는 것은 상당히 암시적인 일이 아니었나 하고 난 가끔 생각할 때가 있어. 어부한테선 뭔지 모르지만 인간의 원형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거든. 마음이 늘 파도에 씻기기 때문인지 땅에 정착하여 울타리를 쌓아 올리는 생활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부들한테 비하면 농민들은 차라리 교활한 편이고 상당히 방어하는 자세로 나온단 말이야. 웃고 떠들고 했다면 너의 아름다움 떄문에 그들이 즐거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p.141


... 서서히, 떠날 아침 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다. 떠날 사람 전송 나온 사람 짐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산다는 것은 결국 오고 가고, 뱃길이든 육로이든 인생은 길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것인 성싶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저세상도 황천길 저승길이라 하지 않는가. 길이 있기에 시간도 있는 겐가. 탄생은 시간을 가르고 나오는 것, 죽음은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가는 것, 해서 정거장이나 부둣가는 대부분 비애스런 곳이나 아닐는지, 영원한 정착이 없듯 떠남도 영원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 p.148


"이런 말 하면 뭣하지만, 처지도 다르고 하지만 한복이를 보게. 그런 기맥힌 일이 어디 있겠나. 그러나 마을을 떠나지 않고, 그 사람들은 타곳에 가도 살 만한 것인데 자식들은 모르지만 내 당대에는 이곳을 떠지 않겠다 그런다지 않던가. 한복이야말로 그 천대, 이로 말할 수 없었지." p.241

"어떤 선배 언니가 한 얘긴데요, 남녀동등주의의 여자들 꼴불견이라는 거예요. 물 빠진 나무막대지 같은 여자라 혹평하면서 그들 주의나 사상에는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의 뒷받침이 없고 에고이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거예요. 자기 처지에 대한 불만, 원망, 열등감 그런 것 때문에 핏대를 세우거나 아니면 시류를 좇아가는 의식화되지 못한 경박함, 해서 자칫하면 여성의 특성이 향상되기보다 말살되는 결과가 된다, 남녀는 다 같이 서로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라는 거지요. ..." p.272


"형님, 지는 말입니다. 지는요, 지는 말입니다. 후회 안 할 깁니다. 겁이사 나겄지마는요, 발 빼지는 않을 겁니다. 영호하고 약조를 했인꼐요. 살인 죄인으로 세상 끝내기 보담이야 애국자로 세상 끝내는 편이 안 낫겄십니까."

...

"그라고 그래야만 나는 빚을 갚는 기이 안 되겄십니까? 빚 안 지고 살겄다 그기이 지 평생의 소원인꼐요. 관수형님이 처음 지보고 만주 가라 했을 직에는 원망스럽기도 했제요. 하지마는 만주 가서 길상형님을 만나보고 그곳 사정을 보이, 야, 길상형님이 나를 깨우쳐준 기라요. 니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라 벗어라 그것은 니 잘못이 아니다...... 남이사 머라 카든지 서럽어도 억울해도 이자 나는 기대고 떠받칠 기둥 하나를 잡은 기라요. 사람답게 살자. .... 나는 발 못 뺍니다. 나도 이 강산에 태어나서 소리칠 곤리(권리)가 있인꼐요. 형님이 훌륭하고 그 발밑에도 못 가는 거는 지도 압니다. 하지마는 형님! 지 앞에서는 울믄 안 됩니다. 형님 우는 거를 보이 조금은 같잖다는 생각이 듭니다. 와요, 지 말이 틀맀십니까?" p.343


... 탐욕은 손에 넣기 쉬워도 진실은 잡기 어렵다. 해서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맑은 물줄기에서 탈락한다. 숫자만 기억하고 숫자만 믿으려 한다. 숫자는 질이 아니다. 양이다. 양은 원래적인 것, 그러나 사람들은 원래적인 것을 조작한다.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숫자를 믿는 것일까, 신봉하는 것일까.' p.371


... 당신은 결코 일본을, 일본인을 초월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할 거예요. 제가 조선인인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당신은 깨끗해요. 드물게... 더러운 게 너무 많은 세상에, 심지어 우국지사라는 허울을 쓰고 소름끼치게 더러운 인간도 많은 세상에.... 지난 진재 때 조선인 학살의 지옥에서 전 죽창과 곤봉을 든 일본아이들을 목격했습니다. 조선아이들에게 돌 던지는 일본아이들은 흔히 보는 일이구요. 그것은 저주받은 일본의 미래입니다. 당신네 역사의 산물이구요." p.415


... 그리고 오늘 조선의 처지를 일본의 처지라 가상한다면 그렇게 치열하게 끈질기게 저항했을까요? 당신네들은 내심 무서운 거예요. 중국에서 만주에서 연해주, 미국, 또 일본 내에서 조선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독립투쟁, 당신네들의 야만적인 탄압은 공포에서 오는 거예요. 거듭되는 학살은 당신네들 공포의 표현입니다. 당신네들이 용기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용기가 아닌 잔인성이에요. 어처구니없이 미화된 셋푸쿠에서 난 그것을 느낍니다. 잔인성, 길들여진 잔인성 말입니다. ... p.420


'어쩌면 세 사람의 관계는 오늘의 현실의 축소판인지 모른다. 아니 역사의 축소판이라 할까? 거창하지만.'

... 오가타와 인실의 경우 한 때 동지였고 서로 깊이 사랑하지만 넘을 수 없는 이민족, 그것도 지배자와 피지배자, 참으로 격렬한 적대 관계가 이들 등 뒤에 있다. 오가타와 조찬하와의 관계는 또 좀 다르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일본여자를 아내로 한 남자, 조선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동병상련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이민족이라는 것도 비교적 극복한 우정으로 맺어져 있다. 상반되고 상합되는 이들의 관계는 바로 갈등 그 자체이지만 세 사람의 공통점은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첨예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기둥 하나를 잡고 이들은 상반된 것, 상합된 것 때문에 갈등하고 역사가 안고 내려온 숙제를 물려받아 이들은 고뇌한다. 참 묘한 짜임새라 아니할 수 없고 찬하가 말한 대로 축소판임엔 틀림이 없다. p.471-472


"잘 쳐묵고 잘 살믄서 유세 부리고 살던 사람들, 그 잘난 사람들 때문에 백성들은 헐벗고 굶주리야 했는데, 이 강산에서 젤 덕을 많이 본 그 잘난 사람들이 내 강산을 팔아묵고 연명을 하는데 백성들은 설 땅 조차 없으니 이자는 그 잘난 사람들 처분만 기다리서는 안 되는기라. 내 살길 내가 찾더라고 언제꺼지 백성들은 이렇기만 살아야 하노 말이다."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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