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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경제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다면...? 권력이 있다면?
재벌총수들 못지 않는 재력을 지니고 있다면?
탁월한 감각과 지능, 그리고 성품을 겸비했다면...?
슬프게도 내 자신에게 위의 것들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해 본적 없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유명인들을 떠올리며 위의 것들을 하나라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보를 생각해봤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정치에 뛰어들거나, 자신만의 위력을 펼쳐 각 분야 곳곳에 자신의 영역을 두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재력을 사용하더라. 종교 문화 분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봤다. 이런 것들이 저들이 할 수 있는 전부 아닌가?
제국주의 시대가 지나면서 더이상의 신대륙은 없고, 현시대는 위성으로 세계 곳곳이 노출되어있으며 더이상은 지구내부가 아닌 우주로 방향을 돌린지 오래다. 현재의 행보를 당연스레 여겨오는 현진행상태에 책은 아로니아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며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그리고 미래를 다루는 SF 영화 등에서 우리는 이미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새로운 국가, 세계를 접했다. 그것들이 현실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갈망하는 우리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거나 미래사회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등 의미를 부여하는 면에서 이 소설과 공통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국의 현실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세계에서 연결되어 새로운 국가가 탄생된다는 점에서 더욱 실감나게 국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은 아로니아 공화국의 탄생이 있기까지 대통령 김강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가 어떤 인물이며, 어떻게 아로니아의 건국에 참여하게 되어 두어번의 대통령의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 아로니아가 앞으로 나아가게 될 이야기를 고상하거나 격식없이, 솔직하고 털털하게 쏟아낸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행동들은 재치있고, 웃기는 상황들로 빵빵터진다. 김강현의 아로니아 이전 한국에서의 삶은 무겁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한국의 가정과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혼란스럽고 통탄스러울만한 현장들이 드러난다.
한국은 일제치하와 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왔다. 산고의 고통과도 같은 시대적인 고통을 작가는 자신만의 탁월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이해하여 독자들에게 터놓았다. 이전의 식민지의 삶, 가난과 분열의 아픔 못지 않게 유린되고 묵살된 한 국가의 인권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러한 작가의 시각으로 알게 된 한국의 현실에서 현실을 초월한 방향과 해답을 간절히 바라며 찾을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자신의 소리를 낸 모습의 김강현은 독자들에게 사이다와 같이 청량감을 주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도리어 죄가 되었고 그러한 현실은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하는 듯 전혀 진전도 요동도 없는 현실에서 실제로 많은 개혁과 진보의 선인들이 어떠한 마음이었을지 예상이 되어 참담하게 다가왔다. 그 막막함과 고통과 좌절감....
그래서 어떤 이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였다. 어떤 이는 감옥신세가, 고문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또 어떤 이는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과연 대한민국은 변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볼 때는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면에 주목하여 방법을 찾게 된다.. 바로 그게 현실에 충실했을 때라면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여 저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바로 (한일공동개발구역JDZ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만한 다른 하나는 이 책이 우리가 전혀 접하지 않았던 한일공동개발구역 JDZ의 존재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미안하게도 나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2028년 6월 22일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꿀 또 하나의 일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시대의 상황을 고발하며, 또한 그것들을 접목시킨 국가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룬다는 것에서 작가의 통찰과 바른 시대정신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소설가들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들이 진정한 작가들의 역할이자 소명을 다하는 것임을 생각하며 감사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은 새 국가의 건설이라는 색다른 돌파구로 국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국가가 먼저인지, 국민이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와 같은 문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국가는 인간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인간은 국가가 없어도 산다. 지난 탄핵이전까지의 국가는 국민에게 자연스러운 희생을 요구했다. 그게 바로 애국이라고 했다. 바로 그게 다같이 사는 길이라고 감성을 자극하며 자신의 체제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나서 국가는 국민이 있는 국가에서 국민을 제대로 지켰는가? 만약 그랬더라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쓰라린 역사 한 부분을 장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세월호를 통해서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국가를 보면서 이 책의 모티브를 얻게 된 듯 하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태어났고 그저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매체의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시대의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나도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거기서 희생은 없었고, 억울함도 없었다. 차별을 느끼지 못했고,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수동적인 인간이어서고, 그냥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가는게 가장 편하고 당연한거여서 한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현실을 제대로 직면하지 않고 나편한대로 사는 이기적인 비겁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란 무엇인지 발언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목숨을 내놓고, 싸워온 이름 모를 누군가 덕분에 나는 그 이기적인 비겁함을 유지하며 편하게 살았던게 아닐까?. 우리의 자유와 존엄과 행복을 위해 묻고 물어온 사람들 덕분에 자유와 존엄과 행복을 누리며 살았겠구나... 그런 그간의 은혜를 보답하는 의미로라도 나는 이 책에서 주는 국가에 대한 끊임없이 질문을 계속 고민해봐야겠다라고 결론내렸다. 국가를 소멸시키는 문제제기를 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국가의 스스로 세워온 것들을 계속 깎아내려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나라를 물려줘야 하고 인간의 존엄, 자유, 행복을 위해 계속 현실을 주시하고 있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가를 어떻게 세우려나?' 잠깐 집착하기도 했다.
언어는? 화폐는?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물자를 어떻게 자급해 나갈지?
작가는 내 생각을 읽은 듯이 어떻게 해나갈 것이라고 답한다. 그와 더불어 한국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부동산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교육, 환경, 군대 문제 등을 아로니아에서 새롭게 해결해나가며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병재, 김준현, 박세리 등,,, 유명인, 연애인 등장도 까메오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짠한 관계로 감동스럽기도 하고, 김강현의 학창시절(삥듣기, 성당다니기 등)이야기도 좋던 싫던 추억이 떠오를만한 내용도 있다.
작가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기존의 국가에서 겪은 한계를 새롭게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로니아도 한 국가로 다른 국가와 다르지 않은 국가라는 사실을 아내 수영과의 대화에서 직면하게 된다. 그 안에서 또 해체하며 소멸하여 애초에 국민이 행복하고 존엄하게 자유롭게 살 권리를 위해 돌아가고자 한다.
아로니아는 시민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존재한다. p.361
이 책은 새롭게 국가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현실을 무자비하게 비판하려고만 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은 무엇인지?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국가는 어떤 구성으로 어떤 방향으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소속되어있지 않은 사람이 없고, 홀로 떨어진 사람이 없 듯이 소속된 국가의 국민으로 위의 것들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며, 또 생각하도록 한다. 국가의 한계를 의식하며, 나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국민인 우리를 위해 어떤 국가를 꿈꾸는지 어떻게 이끌어져가야할지 어떤 것들을 해결하고 개선해야 할지 (수동적으로 누리거나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제시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 구체적인 것으로 제시된 '한일공동개발구역 JDZ'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