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이 만드는 공포, 낙관이 만드는 희망 - 낙관주의적 상상력 없이 인류의 진전은 없다
그레그 이스터브룩 지음, 김종수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근검절약, 환경보호를 강조하며 학생들에게도 여러 생활습관들에 대해 권면하셨다. 예를 들면, 샴푸를 쓰지말고 비누나 식초를 써라, 오존층이 파괴되니 에어컨과 스프레이 제품을 쓰지마라, 땅에서 기름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조금더 껴입고 달려서 열을 내라,, 등등. 순진했던 초등학생은 지구에 심각한 위기와 종말을 두려워한 나머지 엄마를 재촉해 머리를 비누로 썼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더 상쾌하지 않다며 머리를 수시로 벅벅 긁었다. 에어컨은 전기비가 많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땀을 참아가며 되도록 선풍기와 부채를 사용했다. 아직까지 오존층과 스프레이 제품에 관한 관계를 인용하여 자연환경보호에 힘써줄 것을 이야기하긴 한다. 하지만 그 밖에 수질, 화력 ,, 환경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추억같이 떠오르면서도 그 이후 우리의 순수했던 노력이 과연 환경보호에 제대로 영향을 주긴 했을까? 선생님들의 말은 지금까지도 유효할까? 싶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책<진보의 역설>을 출간을 한 바 있다. 그 책에서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형편이 나아진다고 여기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서구 선진국들에 팽배하고 있는 불안과 공포를 원인으로 보았다. 여전히 불안해하고 불행해하는 그 난제를 계속 연구하던 중에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낙관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로 한다. 미래를 우려했던 것과 달리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진 현상황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주장하며, 왜 그런 개혁과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현재 주어진 난제들에 적용하여 미래를 긍정하고자 한다.

 

책에서 우리의 상황, 세태들을 한마디로 분석한 사실이 흥미로웠다.(진보의 역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정치인과 언론,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왜 그렇게도 문제가 끊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은 했지만, 우리 스스로 접하는 정보가 비관인지 낙관적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또한, 그 정보의 통로가 SNS, 정치분야라는 사실, 내용은 대체로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비관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낙관에서는 더 이상의 목표가 사라진 듯 보이기 때문이다. 낙관은 우리에게 어떠한 방향성이나 무언가를 추진할 에너지를 생산해 내지 않고 그냥 사실만으로 잠식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비관은 우리에게 불안을 형성시키고 그에 따라 불안을 제거하여 안정을 찾으려는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비관에 더 쉽게 반응하고 예민한게 아닐까?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각 분야를 주목하여 그 안에 낙관적인 점들을 하나하나 지목해 준 점도 있다.

식량과 빈곤의 문제에서는 농업기술발달로 적은 땅으로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효율적인 결과로 그 어느때보다 식생활환경이 개선되었다. 또한, 개도국에서 빈곤의 문제는 자체 시설부족과 정치적인 부패로 인한 것이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으로 점차적으로 해결되는 상황으로 낙관한다.

수명에서도 의료기술의 발달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이나 부상이 늘어났다는 결과를 보고 우리는 부상수에 주목했지만, 그만큼 사망수가 줄었다는 다른 한면이 있다는 것을 볼 때, 더나은 의료개혁을 기대해본다.

우리가 그동안의 관점이 굉장히 비관론적이고 한정적이었던 것에 반해 전반적인 실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간 불안이 조금이나마 잠식된다. 폭력이 줄어들고, 기술은 점점 안전해지고 있으며, 기존의 독재정치는 사라지고 정치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는 면에서도 우리가 낙관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아졌다.(책을 읽어보시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들었던 생각이기에 언급하려고 한다.

저자가 농업기술의 개발로 병충해를 줄이고 식량의 보급이 증대된 사실에 GMO(유전자변형)을 다소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식량부족으로 어려운 국가에겐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동물실험으로는 유해한 결과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정도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입장에서 이를 무조건 낙관적으로만은 볼 수 없다. 일단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안전에 대한 욕구 또한 중요시되는만큼 식량의 대량생산과 효율성이 세계 전반에 정당화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수치상으로 상황에 따라 사상자를 비교함으로 어떤 우위를 따짐으로 상황을 낙관으로 보려고 한 것은 (저자도 생명을 가지고 자신이 다루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객관적인 수치로는 설득력 있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 불확실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봤다.

 

 

 최근 대한민국은 대통령탄핵, 정치교체가 이루어진 현재까지 여러 분야의 문제들이 이슈화되고 있다.  환경(미세먼지), 세계/정치(전쟁), 사회(난민, 페미니즘, 최저임금..), 교육 등 여러 문제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청와대에 수많은 청원으로 올라와있고, 광화문은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개혁과 변화를 부르짖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도 그에 속하든 안 속하든 개인의 현실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잠시 멈추어 생각해면 좋겠다. 우리의 관점이, 불안이 매일 접하는 정치기사와 SNS, 미디어에서 무분별하게 흡수함으로 야기된 건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는 불안을 마냥 떠안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우리 안에 성취되어 결과를 얻은 낙관의 요소들은 없는지 한번 돌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이 책을 통해서 그간 내가 본 세상이 흑백논리에서도 단면적인 한 부분만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개선된 상황을 여러가지 수치로 확인하고, 저자가 거시적으로 바라본 미국, 세계 상황의 변화를 다룬 것을 보면 기존에 알고 탄식하기만 하던 사회현상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비관이란 한 면만 치중하는데에 벗어나 시야도 넓어지고, 주변에도 더 나아진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나눌 수 있게 되어 읽으면서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낙관주의는 역사의 화살을 추진시키는 활과 같다'고 말했다. 낙관주의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했다.

과거의 향수에 빠져있거나 현실을 마냥 비관으로 바라보며 그 자체에 통탄하고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현실을 비관하고 목놓아 우는데 그쳐서는 안 되며, 포기 하지 않았던 현재까지의 발자취 속에서의 낙관이 발판이 되어 또 다른 역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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