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세이부에 바친다고?"
"매일 세이부에 갈 거다."
나루세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우리가 사는 오쓰시의 유일한 백화점 오쓰 세이부백화점이 한 달 뒤 8월 31일에 문을 닫는다. 건물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아파트를 세운다고 한다. 44년의 역사에 막을 내리는 것이라 지역 주민 모두 애석해했다.
나도 어릴 때부터 종종 방문했다. 식품 슈퍼마켓 브랜드인 팬트리나 무인양품, 로프트1, 후타바서점 등이 있는데 교토의 제대로 된 백화점과 비교하면 평범한 상업시설 같은 느낌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갈 수 있는 곳으로 허락받았다.

8%

"올여름의 추억 만들기랄까?"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학교 행사가 줄줄이 중지 또는 축소되었다. 나는 배드민턴부에 들어갔는데 여름 대회가 취소되었고 여름방학 연습도 오전에만 한다. 게다가 여름방학이 8월 1일부터 23일까지 약 3주간으로 단축되어 여름이란 이미지 자체가 희박해졌다. 오쓰 세이부백화점의 폐점은 중2 여름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11%

동료가 늘어나니 기뻐해야 하는데 영 탐탁지 않았다. 나에게 나루세 모드와 동아리 모드는 주력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둘의 참여를 거절할 수도 없어서 프로그램이 17시 55분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중계 장소는 대체로 정면 입구이지만 정확한 장소는 당일 가봐야 함을 알려주었다.
이번 주는 적당히 중계에 빠질 생각이었는데 하루카와 미즈네가 간다면 나도 가야 한다. 조금 일찍 도착하자 정면 입구 앞에 촬영팀이 있어서 안심했다. 나루세는 선언대로 라이언스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모자를 준 부인이 TV를 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모르는 사람에게 이걸 또 받았어."
나루세는 왼손의 손목 보호대를 보여줬다.
"라이언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네."
"세이부 팬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말하고 미니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오늘 배드민턴부 애들이 올지 몰라. 나와 나루세가 매일 온다고 했더니 와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
나루세는 딱히 흥미로울 게 없다는 듯 답했다.

15%

(나름 스포 생략)

"다소 의식하기는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런 시기라도 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21%

"나중에 내가 오쓰에 백화점을 세울 거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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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조금 더 커서 그때 초등학생에게 매일 5만 원, 그러니까 한 달에 150만 원을 정말 줄 생각이셨냐고 여쭤봤더니 어차피 돈은 써봐야 안다고, 결국 돈도 써본 사람이 더 잘 쓰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어렸을 때부터 적지 않은 용돈을 받아서 계획하고 지출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정도는 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셨단다. 하긴 이때 내가 다녔던 학원이 8개 정도였는데, 보통 학원비가 30만 원에서 비싼 곳은 50만 원이 넘었으니 나에게 얼마나 많은 고정비가 들어갔는지 어린 나이에도 대충 체감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원칙으로 수익 내는 단타의 기술 중에서
5%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있는데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날 나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교도 보육원 근처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에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딱히 지금 다니던 학교에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학교마저 바뀌면 정말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집이 망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보육원 선생님들을 설득하여 다행히 학교는 그대로 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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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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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문체가 독특해서 이론 공부하기에 편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책을 다시 시작했다. 이 책이 절판이라니… 과거에 대여로 이북구매한 거 후회된다. ㅠㅠ


옛날에 만들어졌기에 천동설 기준으로, 달과 태양은 엄밀히 행성은 아니지만 하늘위의 천체를 다 행성으로 보고, 임의로 황도대를 12영역으로 나누었다는 부분까지 6챕터가 쓰였다. 상당히 은유를 좋아하는 이과출신 저자님 같음.



‘나’는 자신의 결정과 선택 앞에서 원초적 공포증을 극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느닷없는 각종 공포증
phobia, strong unreasonable fear
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흐름에 삶의 리듬과 균형을 맞추는 것임을.
점성학의 세계란 미래에 닥칠 감춰진 생의 비밀을 대비하기 위해 점이라도 치고 싶은 공포증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원초적 본능으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점술에 멈추지 않고 ‘나’의 고유한 시선과 자세로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을 해석하고 극복해보려는, ‘학문’의 세계까지 끌어올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의지의 산실産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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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학은 이와 같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태양의 길을 12영역의 시간대로 나누려는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즉 점성학은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8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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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년을 넘어 인간이 손에 쥐고 놓지 않은 모든 종류의 관념과 형이상학과 사물은, 인간의 고통과 시련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유효한 가치가 있다. 그 가치가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믿음이 되고,

-6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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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I write words more naked than flesh, stronger than bone, more resilient than sinew, sensitive than nerve.
Sappho

She allows others. In place of her. Admits others to make full. Make swarm. All barren cavities to make swollen. The others each occupying her. Tumorous
layers, expel all excesses until in all cavities she is flesh.
끔찍하다. 끔찍한 게 감각적이다.

She would take on their punctuation. She waits to service this. Theirs. Punctuation. She would become, herself, demarcations. Absorb it. Spill it. Seize upon the punctuation. Last air. Give her. Her. The relay. Voice. Assign. Hand it. Deliver it. Deliver.

She relays the others. Recitation. Evocation. Offering. Provocation. The begging. Before her. Befor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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