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PA 는 미 국방성 산하 연구기관이름이라 소설과 별개로 다른 생각에 빠졌다. 몇장 못 읽고. 전자공학과에사 내가 좋아하는 연구자료들은 거의 Darpa펀딩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이었다. 결국은 공격과 안보, 전쟁 관련 이슈와 관련되다 보니 내가 조사한 것 중엔 궁금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애로 찍혀서 C0받은 수업도 있다.^^;
관심가진다고 문제있고 죄가 많은 거라니. 나는 저게 일상생활이 되면 얼마나 파괴적일까 걱정돼서 공부할수밖에 없었다. 맨날 인류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런 기술이 나와서 선택적으로 어느 특정집단 이득때문에 죄없이 누군가 죽는 건 끔찍하니깐.
뭐 그런 생각이 남.

은혜는 말들의 눈이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연재는 은혜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리움을 느끼려면 그리워할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했다. 말들이 실체를 기억할까. 한 번도 초원을 밟아보지 못할 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답답함만 느낄 것이다. 갇혀 있지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문명사회 이후 쌓아온 말들의 기억 DNA는 초원보다 마방에 더 많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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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시간에 나한테 오는 이유가 뭐가 있겠어. 거기 점장님도 기어코 베티 쓰든?"

"최저시급이 오른다니까 어쩔 수 없지. 다른 일 알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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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험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소프트 로봇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아보는 실험으로, 기존의 재난구조용 소프트 로봇 ‘다르파DARPA’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10톤 무게로 서로 얽힌 건축자재물 속에서 인형을 꺼내 오면 되는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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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이 되든 누가 교육부 장관이 되든 시험 제도에서 역사 과목이 약화되는 것은 반대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게 있지 않나? 일본 놈들이 뭘 왜곡하나? 음악? 미술? 수학? 영어? 역사다. 왜 역사를 왜곡하겠나? 역사는 민족 정신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
과거를 가르치지 마라? 말이 되나? 그럼 현재를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중에서 9급 시험에만 한국사 과목이 남아 있는데 경찰, 소방, 7급, 5급은 전부 다 한국사능력검정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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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은 지금부터 계획표를 5장 써야 된다. 첫째는 매일 계획표 한 장, 둘째는 일주일 계획표 한 장, 한 달짜리 계획표 한 장, 그리고 어떤 강의나 교재가 끝나는 두 달 과정 계획표, 마지막으로 전체 시험 날까지의 계획표. 이렇게 총 5장 시간표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수험 생활을 위해서, 합격을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된 대로 공부를 해가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계획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시간에 끌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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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우선순위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을 먼저 우선하고 좀 덜 중요한 것은 나중으로 미루면 된다. 일주일짜리 계획표에서 월화수목금토에는 매일 10시간씩, 60시간을 채우고 일요일은 비워놔야 한다. 5~6일 동안에 계획했던 공부를 못 하면 그걸 보충할 수 있어야 된다.
재충전할 시간도 필요하다. 일요일 하루 정도는 내가 지난 6일간 잘해왔는지 한번 돌아도 보고, 빠뜨린 것 있으면 보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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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3000만 원인 삶과 10억 원인 삶이 다를까?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구조는 같다.

삶의 구조를 이루는 핵심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1년에 3000만 원을 버는 사람에게도,

1년에 10억 원을 버는 사람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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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형태를 바꾸지만, 시간은 의미를 바꾼다.

시간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시간을 잘 써야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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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버 노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나의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다. 먼 훗날 나 역시 일자리를 찾아 배회하는 육십대 여성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소설을 쓰며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는 소설가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소설을 써서 먹고 사는 일이 참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는데, 육십대가 되어서도 소설 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실버 노동은 다른 노동 문제에 비해 답을 찾기가 정말로 어려운 것 같다. 노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청년층 일자리가 더욱 시급하단 생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으론 노년층 일자리 문제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그린 육십대 여성들은 노동을 원하거나,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들의 풍족하지 않은 삶은 은퇴 후 연금 수령이라는 안정적인 루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내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는 육십대 여성들 역시 그런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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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공원에서 이웃 노인들과 한참 수다를 떨고 온 엄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들 3천 원만 벌더라도 누군가 일 좀 시켜줬으면 좋겠대."
"3천 원?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우리한텐 아니야. 3천 원만 벌어도 좋겠어."
나는 엄마에게 일자리를 같이 찾아보자고 말하며, 하루에 3천 원이 아니라 3만 원도 벌 수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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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정말 좋아하는 우리는 재래시장 과일 가게에 자주 간다. 그러나 먹고 싶은 과일을 사는 게 아니라 그날 싸게 파는 과일을 산다. 과일 가게가 사라고 제안하는 과일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과일은 맛있지만, 어떤 과일은 아무런 맛이 나지 않거나 신맛만 날 때가 있다. 싸게 파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맛이 없으면 잼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더라도 잼이 되는 과일보다 뱃속으로 곧장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과일이 더 좋으니 매우 심혈을 기울여 과일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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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없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야 했다. 왜 그런 태도를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더니 아무래도 엄마가 범인인 것 같았다.
엄마는 후회를 정말 많이 한다. 틈만 나면 후회를 한다. 젊은 시절의 잘못된 선택과 결혼, 그 이후의 달라진 삶과 노년으로 접어든 지금의 삶을 모두 다 후회한다. 어찌나 후회가 깊고 자세한지 엄마의 말을 듣다보면 엄마를 환생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태어나서 엄마가 원하는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론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후회하며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열심히 그것을 하고, 후회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살아보면 안다. 후회가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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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해도 된다.
엄마처럼 아주 많이 후회해도 된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책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까진. 그걸 깨닫고 나면 후회가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다. 완벽한 삶이란 원래부터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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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며 제목을 ‘나의 엄마, 나의 딸 연에게’라고 지었다가, 지웠다. 엄마의 엄마인 척하지만, 나는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보다 엄마에게 훨씬 못해준다. 엄마의 엄마인 척하지만, 나는 여느 엄마들이 하지 않는 생색내기를 참 많이 한다. 엄마의 엄마인 척하지만, 멀리서 엄마를 보면 잘 못 알아본다. 모르는 아주머니를 엄마로 착각한 적도 부지기수다. 그렇더라도 나는 엄마가 나의 딸 같다는 글을 잘도 쓴다.
엄마가 이 뻔뻔한 글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무지개떡 배우의 사진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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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법에서는 인물을 그릴 때 그의 행동의 동기, 또는 그가 지닌 욕망을 제시하라고 말한다. 소설은 근대의 산물이고, 근대는 개인의 자유 의지가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시대였으므로, 소설의 인물을 소개할 때도 무엇이 그의 행위를 추동하는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서수의 소설에서 인물은 주거, 노동, 그리고 채무의 조건과 함께 독자에게 소개된다. 인물의 동기는 그것들과 분리되지 않고 단단하게 결부되어 있다. 모든 인물은 주거와 노동과 가처분 소득으로 설명되는 존재, 다시 말해 살이와 벌이와 씀씀이의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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