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이 있으면 기쁘죠. 고향 집에는 있는데, 도쿄에 오면 어쩌나 고민하던 중이었거든요."
"고향은 어디지?"
"아오모리요. 혼슈 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고장."
하루가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위를 가리켰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공중을 나는 잠자리 같았다.
"뭔가 멋진데. 북쪽 끝자락이라."
"완전 시골이에요. 그래서 집도 넓이 하나는 넉넉해요. 그렇다 보니 안 쓰는 방을 암실로 만들었어요."
"이제 사진부에서 필름카메라를 쓰는 사람은 나랑 누시 선배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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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파묻힌 도로표지판, 메마른 논들 가운데 서 있는 편의점, 비에 젖은 목조건물 초등학교, 쓸쓸한 역 앞에 있는 낡고 허름한 빵집. 하나같이 색이 옅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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