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공부 잘하는 것도 눈치볼일이야?;; 공부로 눈에 띄면 왕따 당하니 중학교 땐 손을 놨었다는 게 너무 웃겨. ;;
사실은 그런 데 시간 쓰지 말고 공부나 하고 싶었는데 괜스레 적을 만드는 행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참여했고 덕분에 다른 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는 사이가 좋아졌다. 이런 행사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고교 생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겠으나 나는 공부 이외에는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공부의 성과는 착실히 나왔다. 중간고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 닌텐도 스위치를 봉인한 보람을 느꼈다. 학원 선생님에게 도쿄대에 가고 싶다고 하자 이대로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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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으로 들어가자 처음 왔는데도 왠지 낯익었다. 오쓰 세이부백화점과는 상품도 브랜드도 완전히 다른데 백화점의 분위기가 세이부 자체였다. 나루세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무슨 과장이 저리 심한가 싶어 웃고 싶었으나 내 가슴에도 차오르는 게 있어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상으로 가서 밖에서 보자."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사람들을 피해가며 걸어야 했다. 오쓰 세이부백화점은 늘 썰렁했던 게 생각났다. 백화점 밖으로 나오자 자신이 작아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케부쿠로 세이부백화점 본점은 무척 거대해 내가 생각한 백화점의 다섯 배 정도는 되었다. 오쓰 세이부백화점 1층 끝에 있던 무인양품이 여기서는 혼자 빌딩 하나를 전부 쓰고 있었다. ‘이케부쿠로역 동쪽 출입구’라고 적힌 입구도 있는데 어떤 구조일까. 다시 나루세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나를 사진사로 쓰려고 데려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도 사진 찍어줘!" 괜히 화가 나 스마트폰을 건넸다. 나루세가 찍은 사진은 내 모습과 SEIBU 로고가 잘 담긴 것 외에는 특별히 볼 만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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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제고교 2학년 나루세 아카리다. 오쓰에 온 걸 환영한다." RPG 게임의 마을 사람 같은 말투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평소에도 이런 식일까? "이 녀석이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 유키토의 말에 나루세가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위축되는 바람에 틀어 올린 앞머리에 대고 자기소개하는 게 최선이었다. "같은 니시키기고교 2학년 니시우라 고이치로입니다." "그래?" 나루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스크 위치를 고쳤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고 싶으나 애석하게도 곧 경기가 있다. 내일은 개인전이고. 모레라면 시간이 있는데…… 그때도 오쓰에 있으려나?" 나도 유키토도 내일 밤에 히로시마로 돌아갈 계획이다. 틀림없이 나루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적당히 자리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리라. 평온하게 끝날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유키토가 곧바로 대답했다. "응. 있어. 괜찮아." "그거 잘됐다. 모레 오전 10시 30분까지 오쓰항까지 와라. 미시간을 타자." "미시간?" 마지막 말을 간신히 따라 읊조렸다.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 나루세는 팀 동료에게 "나루뿅"이라고 불리자 인사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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