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이야기를 할게. 키나코의 아버지가 앞으로 얼마나 살지는 아무도 몰라. 반년 후에 죽을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어. 그 불확실한 기간 동안 네 인생을 계속 아버지에게 바칠 생각이야?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100/301
"네 인생을 그저 허비하고 있는데도 네 부모님은 개선하려 하지 않아. 오히려 더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어. 너도 그걸 느꼈으니까 궁지에 몰려서 어제는 죽을 결심까지 했다고 생각해.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고 네 숨구멍이 트일 길은 없어. 그렇다면 넌 아버지에게서…… 그 가족에게서 멀어져야 해." -100/301
그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이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의붓아버지의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잔 터라 낯설기만 했다. 게다가 챙길 것이라곤 옷가지와 예금통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미하루의 방을 떠올리며 휑뎅그렁한 내 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의붓아버지를 살리려고 나 자신을 계속 죽여 왔다. 나는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었다. 멍하니 서 있다가 현관에 안상이 엄마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105/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