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곁에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엄마. 그런 엄마와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나. 우리는 서로의 사정을 모른 척하고 싶어서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마다 아버지가 집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아버지 방에 있어? 내가 물으면, 어디로 갔어, 엄마가 답하는 식으로. 그러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았고, 엄마도 아버지가 어딘가로 가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옥수수를 삶다가 내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나는 딱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제 와서 엄마 혼자 죽으면 내가 돈도 벌면서 아버지 간호도 해야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이 집에선 누구도 도망쳐선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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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버지가 모기로 태어날 게 틀림없다고 며칠 내내 중얼거리더니 잡화점에서 전기 모기채를 사왔다. 그리고 밤마다 그걸 들고 집 안을 서성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팔을 늘어뜨린 채로, 악귀를 떨치려는 퇴마사처럼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모기가 감전사로 죽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두 번 죽이려는 엄마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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