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내가 뜨개 선생님에게 바라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른 뜨개 강사나 디자이너를 비방하지 않을 것, 다른 하나는 수강생을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둘 것. 이 두 가지를 갖춘 선생님을 만나기만 한다면 그의 커리큘럼이 몇 년 과정이든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뒤 이런저런 교육기관을 꽤 기웃거린 편이다. 수채화와 데생, 인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 출판 기획과 마케팅, 시나리오와 번역까지 꽤 많은 강의를 들으며 다양한 강사들을 봐왔다. 그중에는 깊이 있는 강의를 하면서도 수강생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강의실을 자신의 왕국처럼 꾸려가는 강사도 있었다. 그 둘 사이에는 수강생의 심리 상태까지 알고 싶어 하는 강사, 자신이 가르친 대로 단축키를 쓰지 않으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강사, 의대에 진학했다는 자신의 딸과 딸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느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강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했다. 첫 강의를 듣고 강사가 어떤 유형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건 다년간의 수강 경험이 쌓인 덕분이었다. 그리고 저 두 가지 조건은 몇 차례 뜨개 강의를 경험한 뒤 갖게 된 나만의 수강 기준이었다.
126/166
고등학생 시절, 당시 여대생들이 닮고 싶은 여성상에서 늘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어느 기자가 쓴 수필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배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 후배에게 들려주는 몇 가지 조언을 적은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조언은 기억이 안 나고 내 머릿속에는 세 번째 조언만 생생하게 남아 있다.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잡지를 한 권 반드시 구독하라는 것.
140/166